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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과학기술자당은 안 만들어지나요?

총선 앞두고 백화제방···이공계 의회 진출은?
기업인 출신 규제개혁당 발족···과학자들의 정치 참여 전초 역할 주목
선거룰이 바뀌며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기존 정당이 비례 득표를 목표로 계열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우리 정당사에 없는 새로운 움직임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업인들이 만드는 정당인 규제개혁당이다.
 
사농공상의 전래 질서에 전복(顚覆)을 꾀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업을 하는 商(장사 상)은 유교질서에서 가장 천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정권의 반기업 정책과 일반 국민의 혐기업 정서가 맞아떨어지며 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기업인이 대한민국 건국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가운데 뒤집기에 나선 것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인들이 창당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울에 있는 지인이 물어왔다.
 
"과학기술자당은 안 만들어지나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과학기술자들은 늘 주장하고, 그에 따라 어느 정권이든 말로는 공감했다. 하지만 실제 과학기술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과학정책이 없다고 현장에서는 20년 넘게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런 만큼 총득표의 3%만 넘으면 비례 대표로 의회에 진출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바뀐 룰은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선거가 2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과학기술자당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시간상으로도 그렇지만 앞으로 4년 뒤도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일부 적극적 연구자들에게는 현 상황이 불만이지만 대다수 소극적 연구자들에게는 적당히 월급 나오는 현실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현장에서는 말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하나의 가시적 행동이 표출되려면 300번의 시도와 29번의 징후가 사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계는 시도 자체가 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뒤집기를 기대하는 것은 신기루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주로 이공계 기업인들이 주축이 돼 벌어지고 있는 규제개혁당은 과학기술자당의 아류 혹은 전조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이래 잘못된 속설이 하나 있다. '정치는 정치인에게'란 주장이다. 박정희 대통령 등 기득권을 쥔 정치인들이 반세기 가까이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 말은 전 세계적인 사례와는 배치된다. 정치는 정치인만의 배타적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말이 의미하듯 정치는 모든 사람의 관심 사항이고,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정치에의 관심은 의무이기도 하다.
 
유교 질서에 찌든 조선은 삼강오륜에 의해 정치는 군주와 신하들의 전유물이었다. 나머지 피지배인들의 관심 혹은 개입은 도덕적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자유민주사회에서 공동체의 운명은 모두의 책임이고 따라서 모두가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실천 철학자 최진석은 이야기한다.
"정치는 사회의 꽃이다. 이 꽃은 사람들의 정성 정도에 따라 활짝 개화하고 쉽게 시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세계사를 보면 이공계가 정치변혁에 큰 역할을 했다. 서구와 미국에서 부르주아 혹은 자본가, 혹은 기업인들은 기반이 이공계였다.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 혁명을 일으켰고 그 결과로 거부를 쌓았다.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기존 질서에 변혁을 일으켰다.
 
영국의 명예혁명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산업자본가들인 젠트리들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프랑스 시민혁명은 부르주아들의 왕족과 귀족에 대한 신분 파괴로 가능했다. 미국 건국 및 독립전쟁은 기업농들인 건국의 아버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대부분 농장주인 건국의 아버지들에게 과학기술은 농작물의 생산을 늘리고 보존 기간을 길게 해 소득을 높이는데 아주 중요한 분야였다.
 
구미 역사를 보면 이공계 기반의 경제인들이 직접 정치를 한 사례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제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금권정치의 부작용을 연상시키며 경제인들은 경제에만 전념할 것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전문 정치인들의 실정과 독선에 정치참여를 검토했던 경제인들은 고정 관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가 정주영 회장이다. 당을 만들어 대통령 후보로 나섰고, 그 당이 교섭 단체까지 됐으나 결국은 세무조사란 쓴맛을 보며 중간에 접었다.
 
발기인 대회를 마치고 창당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규제개혁당은 한국 정치사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관심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기업인들이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거에는 정주영 회장 예에서 보듯 특정인이 변화의 깃발을 들고 나왔다. 특정인 중심이었던 것이다. 자연히 집단의 전반적인 지지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규제개혁당은 특정인보다 기업인 그룹이 나섰다는 점이 주의를 끈다. 몇 사람 주도하는 기업인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후보로 나서지 않고 판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기반 위에 개혁을 이룰 3040 젊은이를 의회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벤처와 스타트업 기업들의 전반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의 인식도 낮은 만큼 국민들로부터 바람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정치 초보자들이 정당법에 따라 2개월 만에 정당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일단 언론과 주변의 관심으로 발기인 대회란 일차 관문은 넘은듯하다.
 
앞으로 두 달, 자신들의 동료집단이라 할 기업인들, 더 나아가 이공계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국민 사이에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한 두 달 만에도 바람으로 판세가 요동치는 한국 정치의 휘발성에 비추어 볼 때 시간이 없는 것 같지는 않다.
 
규제개혁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해 한국에서도 기업가에 의한 시민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들이 주장하는 규제 개혁으로 이공계가 중인에서 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원도 해본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자당도 4년 뒤 총선에서는 등장해 과학자들이 수단이 아니라 의사결정자가 되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연구하고 사회도 이끌어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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