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XA에서 한국행···"韓 우주탐사 토대 마련하고파"

[인터뷰]'하야부사2' 숨은 주역 이시구로 서울대 교수팀
소행성 탐사 우주 길라잡이 역할 주도
"하야부사 첫 우주여행까지 25년, 우주탐사 실현"
이시구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JAXA 연구원으로 지내다 2007년 서울대에 왔다. 그는 서울대에서 소행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이시구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JAXA 연구원으로 지내다 2007년 서울대에 왔다. 그는 서울대에서 소행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 중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일본이 하야부사를 개발하는데 25년 걸렸습니다. 세대간 연결이 있었기에 지금의 소행성 탐사가 가능했던거죠. 한국 우주탐사 실현에 보탬이 돼는 것이 제 꿈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우주탐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고 실제로 활약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습니다."

지난해 2월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가 소행성 류구 분화구 근처에 착륙해 암석 채취에 성공하면서 일본의 우주탐사기술이 세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7월 다시 한 번 류구에 2차 착륙해 내부 암석채취에 성공했다. 하야부사 2는 지난해 말 맡은 임무를 다하고 지구로 귀환 중이다. 올해 말 지구에 도착할 계획이다.

일본이 성공적인 소행성 탐사를 통해 세계에 우주탐사 기술력을 입증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가운데 우리 연구자들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시구로 마사테루(石黒 正晃) 서울대 물리 천문학부 교수팀이다.

한국에서 천문연구에 매진한지 14년째인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연구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특수 망원경으로 행성을 연구하며 하야부사2가 탐사를 할 소행성을 찾는 일도, 이후 제대로 소행성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하는데 이시구로 교수와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

◆ "우주 직접 가지 않아도 소행성 미세분석 도전할 것"

"달은 지구와 가까운 편이기라 언제든 탐사기를 보낼 수 있지만, 소행성은 가까워지는 때가 많지 않아요. 2014년 탐사기를 우주로 보내지 않으면 3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2012년까지 류구를 다양한 방면에서 분석하고 2014년 우주로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않아 힘들게 연구했죠."

이시구로 교수에 따르면 지구 근처에는 약 2~3만개의 소행성이 있다. 그 중 10%가 탄소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탄소가 주성분인 소행성은 태양계 형성기에 생겨나 우주 공간을 떠돌고 있어 태양계 초기 상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태양계와 지구의 기원·진화 비밀을 풀 수있을 것으로 기대돼 탄소질의 소행성이 탐사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10% 소행성 중에서도 탐사하기 적합한 행성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자전하는 소행성은 움직임이 너무 빨라도, 너무 작아 착륙하기 어려워서도 안된다. 이시구로 교수는 "소행성 지름이 적어도 1km 이상이 돼야 착륙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하야부사 2가 탐사할 소행성을 찾고, 그 소행성이 무사히 착륙할 수 있도록 어떻게 생겼는지 등을 특수망원경을 통해 분석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제작한 소형성 모형에 대해 이시구로 교수가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이시구로 교수는 하야부사 2가 탐사할 소행성을 찾고, 그 소행성이 무사히 착륙할 수 있도록 어떻게 생겼는지 등을 특수망원경을 통해 분석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제작한 소형성 모형에 대해 이시구로 교수가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시구로 교수팀은 연세대 등 다른 연구실 학생들과 공동으로 특수망원경과 분광기를 통해 적당한 크기의 소행성을 고르고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당시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에서 해당 연구를 수행한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소행성을 밤새도록 CCD카메라로 촬영하면 소행성이 자전하면서 변하는 밝기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분석하면 얼마나 빨리 자전하는 소행성인지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다. 

김명진 박사는 "류구 표면이 매우 어두운 물질로 이루어져서 관측하기가 어려웠고 구형에 가까운 형상으로 시간에 따라 밝기 변화도 크지 않아 자전 상태와 형상 모델을 얻어내는 것이 매우 쉽지 않았다"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행성이 가까워지는 시기를 놓치면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기에 촉박하게 연구가 진행됐지만 연구원들의 끈기와 노력으로 연구결과들이 하나 둘 도출됐다. 이 결과들은 소행성 류구가 탐사대상으로서 가능성과 가치가 있다는데 힘을 실어줬다. 

이시구로 교수팀은 이외에도 하야부사 2가 무사히 류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방향 지시 등 네비게이션 역할도 맡았다. 이시구로 교수가 특수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연구에 강점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탐사선이 우주로 가기 전 소행성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도착해 돌발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조사가 꼭 필요하다. JAX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프로젝트였지만 한국, 독일, 체코, 미국과 연구진이 소행성 사전조사에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 "소행성 분석부터 탐사선 착륙하기 전까지 매일 위치를 확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연구원 모두 긴장했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어 기뻤다"고 회상했다.

김명진 박사도 "우리팀 연구 결과가 실제 JAXA의 탐사선이 소행성 류구에 도착했을 때 대부분 맞았다는 사실에 매우 큰 기쁨과 감동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야부사2가 촬영한 류구 영상.<사진=JAXA>하야부사2가 촬영한 류구 영상.<사진=JAXA>

실제 하야부사 2가 촬영한 류구 모습은 이시구로 교수팀이 예상했던 모양과 흡사했다. 반면 놀라운 발견도 있었다. 먼지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 작은 먼지들이 모여 큰 행성을 만들고, 그 행성이 부딪히며 소행성들이 생기면서 당연히 표면에 먼지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류구는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먼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하야부사 1이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해 먼지를 발견했기때문에 류구도 당연히 먼지로 뒤덮혀있을것이라 예상했지만 전혀 달라 많은 연구자들이 놀라워했다"며 "새로운 발견과 궁금증이 생겼다. 하야부사2가 여러 숙제를 안고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행성 분석 연구를 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편광기술과 망원경을 통해 직접 우주에 가지 않아도 지구에서 소행성을 자세히 관찰·연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에 있다.

이시구로 교수는 "편광을 통해 빛의 흐름을 알 수있는데, 이 빛을 조절하며 특수망원경으로 소행성을 관찰하면 소행성의 미세한 모래알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소행성의 형성과정 등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지구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소행성을 관찰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서 우주탐사 토대 마련 꿈"

서울대 천문학과 건물에 설치된 망원경.<사진=김지영 기자>서울대 천문학과 건물에 설치된 망원경.<사진=김지영 기자>

이시구로 교수는 서울대 오기 전 하야부사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본 JAXA소속 연구원이었다. 하야부사 1호의 카메라 연구를 주로 매진해왔다. 

한국과의 인연은 하야부사 1 프로젝트 마무리 후 2006년 즈음이다. '코스모스'를 번역한 원로천문학자 故 홍승수 서울대 교수와 함께 서울대에서 연구할 기회가 생긴 이시구로 교수는 망설임 없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대학원 시절 우주 지리를 공부하며 홍 교수님의 연구에 관심이 많았기에 함께 연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007년 BK21+ 연구교수로 서울대에 온 그는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지난해 정교수가 됐다. 원시 소행성에 최근 발생한 충돌에 대한 증거를 찾거나 행성간 티끌입자의 근원과 역학진화 등 외계행성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오랜시간 한국에서 연구하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한국 우주탐사 실현' 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미래 소행성 탐사를 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하지만 연구자가 많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나의 소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10년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하야부사도 첫 행성탐사를 하는데 25년이 걸렸다. 선배들이 해온 연구가 후배들에게 이어져야 가능한 것이 우주탐사다. 우리 대학원생들이 멋진 연구자가 되어 우주탐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와 함께 연구를 수행했던 많은 연구자들이 우주행성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활약 중이다. 이시구로 교수는 주 2회 대전에 있는 후배연구자들을 만나 소행성 탐사를 위한 워킹그룹을 운영하는 등 공동연구할 차기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시구로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이 우주탐사에서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지금 마련하지 않으면 어렵다. 우주에는 소행성 외에도 탐사할 분야가 많다.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연구하는만큼 한국의 우주탐사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 믿고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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