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IBS 단장, 과산화수소 생산 新 촉매 개발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저렴 '반도체·의료분야' 등 응용 기대

현택환 단장이 지난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현택환 단장이 지난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연구성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산화수소는 세계 100대 산업 물질입니다. 일본 수입률이 낮아 수출규제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도체 공정에서 불화수소보다 100배 이상 대량 사용되죠. 국내 생산공정을 전부 가동해도 모자라 수입하는 실정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과산화수소를 값싸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은 과산화수소지만 다양한 분야의 대량생산으로 연결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현택환 IBS 단장)
 
국내 연구진이 몸속 효소 구조를 본떠 공정과정을 단순화해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과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 촉매를 개발했다.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한 촉매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격, 효율, 환경 문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14일자에 실렸다.

국내 연구진이 산소와 물만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사진=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산소와 물만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사진=IBS 제공>
과산화수소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 현장, 폐수 처리제, 불순물 제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등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과산화수소는 구성요소가 수소(H)와 산소(O)로로 이뤄져 있어 '수소+물+기체'로 합성할 수 있지만 활성이 낮아 안트라퀴논 공정으로 생산해야만 했다. 하지만 비싼 팔라듐 촉매를 사용해 에너지 소비가 많고 부산물로 유기물을 발생시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친환경적이면서 저렴하게 과산화수소를 개발할 방법을 고민하다 몸속 과산화수소 생산 효소를 모방해 과산화수소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고안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 원자를 올린 형태다. 기존 촉매와 달리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대신 값싼 코발트 원자를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발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를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 첨가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촉매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계 촉매보다 최대 8배 이상 높은 생산성능을 나타냈다. 1kg의 촉매를 사용했을 때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이다.

또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불균일 촉매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수행한 성영은 IBS 부단장은 "우리의 핵심은 산소 넣는 조건을 잘 조절해 촉매의 활성을 극대화하도록 바꿔준 것"이라며 "철, 코발트, 니켈 등 비교적 값싼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되어 있을 때 전기화학반응 효과적으로 매개한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성 부단장은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계산화학을 통해서도 정당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코발트 원자 주변 구조를 변화시켜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성능을 보이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의 또 다른 장점은 재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 촉매가 상온, 상압에서도 안정적, 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어 다양한 화학 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영은 부단장은 "전기자동차가 비싼 이유는 백금을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을 더 개발하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촉매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발은 과산화수소지만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단장에 따르면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도 대량으로 사용돼 국내 생산으로 부족해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벨기에 독일 등 기업 수입이 많아 지난 일본 수출규제 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계 100대 산업 물질인 만큼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기술에 대한 기업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택환 단장은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과산화수소 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반응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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