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택환 IBS 단장, 과산화수소 생산 新 촉매 개발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저렴 '반도체·의료분야' 등 응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몸속 효소 구조를 본떠 공정과정을 단순화해 과산화수소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연구단과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 촉매를 개발했다.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한 촉매로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가격, 효율, 환경 문제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14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친환경적이면서 저렴하게 과산화수소를 개발할 방법을 고민하다 몸속 과산화수소 생산 효소를 모방해 과산화수소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를 고안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 원자를 올린 형태다. 기존 촉매와 달리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대신 값싼 코발트 원자를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발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를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 첨가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 촉매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계 촉매보다 최대 8배 이상 높은 생산성능을 나타냈다. 1kg의 촉매를 사용했을 때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이다.
또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최초로 원자 수준에서 불균일 촉매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는 학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수행한 성영은 IBS 부단장은 "우리의 핵심은 산소 넣는 조건을 잘 조절해 촉매의 활성을 극대화하도록 바꿔준 것"이라며 "철, 코발트, 니켈 등 비교적 값싼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되어 있을 때 전기화학반응 효과적으로 매개한다는 연구결과에 착안해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성 부단장은 "원자 수준에서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 계산화학을 통해서도 정당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코발트 원자 주변 구조를 변화시켜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성능을 보이는 촉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의 또 다른 장점은 재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 촉매가 상온, 상압에서도 안정적, 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어 다양한 화학 공정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영은 부단장은 "전기자동차가 비싼 이유는 백금을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을 더 개발하면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촉매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발은 과산화수소지만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단장에 따르면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공정에도 대량으로 사용돼 국내 생산으로 부족해 수입해오는 실정이다. 벨기에 독일 등 기업 수입이 많아 지난 일본 수출규제 때 주목받지 못했지만, 세계 100대 산업 물질인 만큼 값싸게 대량 생산하는 기술에 대한 기업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택환 단장은 "세계 100대 산업용 화학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환경친화적이며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과산화수소 생산은 물론, 촉매를 사용하는 많은 화학반응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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