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세계 3번째 대용량 7년 무사고 기록
양성자가속기 에너지 1GeV로 확장 준비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지난 12월 국내 유일의 선형 양성자가속기의 2만시간 가동, 7년 무사고를 달성하고 이를 기념했다.<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지난 12월 국내 유일의 선형 양성자가속기의 2만시간 가동, 7년 무사고를 달성하고 이를 기념했다.<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내 하나뿐인 선형 대용량 양성자가속기가 2만시간, 7년 무사고 운전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이 지난 12월 24일 100 메가 일렉트론 볼트(MeV), 20 밀리 암페어(mA) 선형 양성자가속기가 누적 가동 2만 시간, 7년 무사고를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양성자가속기는 수소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낸 양성자를 빠르게 가속시키고 이를 다른 물질에 충돌시켜 성질을 바꾸는 장치다. 미래원전 기술 개발과 첨단 산업기술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2002년 정부 주도 사업으로 시작됐다. 2012년 12월 국내 독자기술로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로 완성됐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에너지가 100MeV(1억 전자볼트, 1.5볼트 건전지 6700만개 에너지)에 달해 양성자가 1초당 13만km의 속도로 다른 물질의 원자에 부딪히게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른 물질의 원자핵과 반응하거나 원자핵을 쪼개 다른 원소를 만들어 낸다. 즉 플라스틱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거나 암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물질의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어 '현대 과학의 연금술사'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국내 양성자가속기는 최대 빔 전류가 20mA인 대용량 가속기로 연구자들에게 1초당 1경 2000조의 양성자를 제공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양성자과학연구단은 가속기 가동 첫해인 2013년 39개 연구과제에 양성자 빔을 지원한 이후 2019년까지 총 700여개 연구과제와 2000명의 연구자를 지원했다. 생명공학, 신소재, 반도체 등 기초연구,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연구, 반도체의 우주·대기 방사선 효과 연구과제에 중점을 두고 연간 2000시간 이상의 실험시간을 배정했다.

경주 양성자가속기를 통한 기술 개발도 여럿이다. 김종기 대구가톨릭대 교수팀이 투과성 양성자로 알츠하이머 뇌의 신경독성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지영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팀은 양성자 조사로 열전 소재의 열전 성질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탁희 서울대 교수는 양성자 빔을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의 전도특성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양성자과학연구단은 향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사선 융합기술 개발과 대형 원자력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도전적, 창의적 기초과학 연구 역량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양성자가속기 에너지를 1GeV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다. 또 국내외 의료용 동위원소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질환과 치료에 활용되는 의료용 동위원소인 게르마늄(Ge-68), 구리(Cu-64/67), 스토론튬(Sr-82)·루비듐(Rb-82) 생산을 위한 빔 조사시설 고도화와 생산 공정 설비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박원석 원장은 "양성자가속기 가동 2만 시간 돌파, 7년 무사고 운전은 양성자과학연구단 모두의 열정과 헌신 덕분에 가능했다"며 "우리나라 유일의 양성자가속기가 국내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의 고도화에 앞장설 수 있도록 파급력 있는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장비를 확장해 세계 최고의 입자빔 이용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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