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글로벌 기술과 소통능력 돋보여···혁신상 수상기업도 다수
"지역에서 먼저 소통을"···대전의 딥테크 생태계 가속화 고민해야

"미래 기술을 보고 싶다면 대기업관이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레카 파크존을 가라."

CES를 오래 다녀본 고수들의 조언이다. 이 말에 따라 2020년 대회 개막 첫날 유레카 파크존을 찾았다. 각 기업들이 하나의 부스를 차지하고 자신들을 알리느라 여념이 없다. 관람객들도 설명을 듣고, 사진을 찍고, 명함 등을 교환하며 서로 적극적이다.

CES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다는 유레카 파크 입구 모습. <사진=이석봉 기자>
CES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다는 유레카 파크 입구 모습. <사진=이석봉 기자>

유레카 파크는 기업 당 부스가 하나인데 시장 골목처럼 관람객들로 붐빈다. <사진=이석봉 기자>
유레카 파크는 기업 당 부스가 하나인데 시장 골목처럼 관람객들로 붐빈다. <사진=이석봉 기자>

출연연 가운데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참가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출연연 가운데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참가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올해 CES를 찾은 한국 기업은 390개라고 하는데 대기업과 중견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유레카 파크 구역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관이란 곳에 모여 있고, 일부 지자체는 별도로 부스를 만들었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 일본 등은 지역 구분 없이 공동으로 부스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서울관,  대구경북관, KAIST, KIST, 서울대 등 참가 주체별로 관을 제각각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인상이다.

기업으로 쳤을 때 가장 업력이 작아 보이는 KAIST관을 찾았다. 젊은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설명한다. 교수와 함께 온 기업도 있고, 1년이 채 안 된 사장과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도 있다. 

관람객들이 신발을 벗고 체중계에 올라가 거울 앞에 선다. 팔을 뻗어 양 손바닥을 거울에 대는 등 체험에 적극적이다. 회사 이름은 '인사이드아웃'. KAIST 학부생들로 구성됐는데 KAIST 동문 대표인 인바디에서 인턴을 하다가 스핀 아웃(기업 일부 분리)된 회사란다. 스마트 거울에 서면 자동으로 혈압과 체지방 등이 1분 내에 분석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표한다.

스마트 거울로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은 인사이드아웃 부스. <사진=이석봉 기자>
스마트 거울로 많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은 인사이드아웃 부스. <사진=이석봉 기자>
옆에 있는 '노타'란 회사도 흥미롭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대부분 클라우드를 활용해 정보 통제와 속도 지연 경향이 있다. 이 회사는 칩을 제품 내 내장해 AI 학습을 하게 함으로써 정보 유출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속도도 높였다. 지역에 있는 블루포인트 파트너스로부터 투자도 받았다고 한다. 대덕특구 내 KAIST에서 배출돼 지역에서 기업을 시작해, 역내 자원으로 지원을 받고, 글로벌로 성장하는 하나의 패턴이 보이며 대덕에 딥테크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서울 등에서 사업을 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지를 더 모아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전 연고 기업들이 모여 있는 KAIST관. <사진=이석봉 기자>
대전 연고 기업들이 모여 있는 KAIST관. <사진=이석봉 기자>
조명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에는 한국어에 능숙한 외국인이 있다. 9년째 한국에 사는데 이 기업 때문에 대전으로 와서 영업사원 역할을 한단다. '쉘파스페이스'란 회사다. 식물 생장주기에 맞춘 광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선적으로 집에서 야채를 길러 먹는 시스템을 만들어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보육한 기업도 눈에 띈다. 총 11곳이 참가했다. AI, 블록체인, 증강현실(VR)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구부러지는 유연한 배터리로 이번에 CES 혁신상을 받은 리베스트(LiBEST)도 눈에 띈다. 유연한 배터리인 만큼 밴드, 옷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다. 드론에도 적용해 비행체 설계에 자유도가 높아졌다. CES 측도 어디든 적용 가능한 유연 배터리의 우수성을 보고 혁신상을 수여했다.

실험하면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연구 노트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연구 노트 작성이 번거롭다는 점을 착안해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창업하게 됐단다. 회사 이름은 '레드윗'(ReDWit). 현재 KAIST 내 일부 실험실과 서울대 등에서 베타 테스트 중이다. 레드윗 관계자는 CES 참석을 통해 글로벌 가능성도 보게 됐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교수가 직접 학생과 함께 온 회사도 있다. 이승섭 교수는 실험실에서 나온 기술을 기반으로 제자가 창업해 이를 지원하러 함께 왔다고 한다. 기업 이름은 '마이크로시스템'(micro system). 지능형 유리(Drop Free Glass)를 개발해 자동차 사이드미러, 유리창 등에 깨끗하고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제품은 투명한 비닐과 같아 보이는데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열을 전달하고, LED를 심으면 빛을 발하는 등 다양한 특성을 지녔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아이디어도 얻고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전했다.

학습된 AI가 좋아하는 곡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개인 취향에 맞춰 들려줄 수 있는 회사도 있다. 'Ai One Radio'. 대전에 오래 살다가 지금은 미국에 살며 맞춤용 AI DJ를 착상해 사업을 시작했단다. 

KAIST관을 둘러보는데 마침 최양희 전 과기부 장관이 들렀다. 기업들을 본 소감을 묻자 그는 "유레카 파크에 전시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을 보았지만, KAIST를 비롯해 한국관이 인상적"이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최 전 장관은 "기술력도 높은 데다가 외국어 소통도 능숙하고, 혁신상을 다수 받는 등 제품 경쟁력도 있어 이전과 비교해 정말 실력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김무환 POSTECH(포항공대) 총장도 만났다. CES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유레카 파크를 둘러보고, KAIST관에 왔다고 한다. 김 총장은 POSTECH도 창업 기업들이 있는데,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도 CES 참가를 검토해 봐야겠다고 밝혔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도 KAIST관을 방문했다. 김 원장은 지역에 이렇게 우수한 기업들이 많은지 몰랐다며 CES 오기 전에 지역에서 이런 기업들을 먼저 볼 필요성을 말한다. 그는 "한의학은 물론 다양한 기술을 CES에서 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CES에 참가 중인 신성철 KAIST 총장은 "한국이 받은 9개의 혁신상 가운데 4개가 KAIST 관련"이라며 "앞으로는 스타트업들에 글로벌 투자 유치 및 진출을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대전에서 참가한 기업들은 유연 열전 소자를 활용해 온도 실감 장치와 게임용 쿨링 헤드셋을 공개한 '테그웨이', 레이저 분석 기술을 활용해 마이크로 단위 이물질 및 박테리아를 검출하는 '더웨이브톡', 블록체인 기반 폐기물 통합관리 및 중계 솔루션 회사인 '리코', AI 학습을 위한 글로벌 데이터 가공 플랫폼을 지향하는 '알디프로젝트', 소리의 방향·거리·위치 정보를 청취자 머리 움직임에 맞춰 변화 재생시키는 '라온A&C', 머리의 모션 정보를 활용해 사람들이 올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한 '비플렉스', 뇌파를 활용해 명상과 학습 능력 등을 증진시킬 수 있는 'OBELAB' 등이다.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기업들의 실력이 글로벌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세계적 수준과 자주 접촉하며 역량을 키우고, 시장을 보다 크게 보는데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유레카 파크에는 프랑스, 스위스, 일본, 벨기에, 룩셈부르크, 홍콩, 타이완, 인도 등이 국가관을 마련했다. 통합관 운영과 지역 간 협력, 외국 방문객에 대한 응대 등에 있어서는 외국관을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체적으로 CES가 외국 동향을 알기에 유용한 기회라고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한편 CES 소식과 관련해서는 실리콘밸리에서 The Milk란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는 손재권 대표가 개설한 오픈 카톡방을 통해 리얼 타임으로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오픈 카톡방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s://open.kakao.com/o/gtkR4rQb

아래는 각국이 마련한 국가관.

유레카 파크에는 국가관이 많이 있다. 정밀 기계를 자랑하는 스위스관. <사진=이석봉 기자>
유레카 파크에는 국가관이 많이 있다. 정밀 기계를 자랑하는 스위스관. <사진=이석봉 기자>

일본도 스타트업들이 공동으로 참가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일본도 스타트업들이 공동으로 참가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국가관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평을 받는 프랑스관. <사진=이석봉 기자>
국가관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평을 받는 프랑스관. <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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