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목우연구소 공동개발 제초제, 美 환경청 첫 등록
"글로벌 시장, 연간 매출 500억원 기대"
호주·남아공 상용화 눈앞, 유럽·캐나다 진출 계획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잔디 제초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농약 수입국인 한국이 전 세계 잔디 제초제 시장 70%를 차지하는 미국에 신농약을 수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목우연구소(대표 구석진)와 공동으로 개발한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이 지난달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았다고 6일 밝혔다. 미국 환경청에 농약을 등록하는 일은 미국 식약청(FDA)의 신약 등록에 준하는 수준이다.

메티오졸린은 골프장과 스포츠 필드, 정원 등 잔디가 있는 곳에 쓰이는 제초제다.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항암제처럼 잡초(새포아풀)만 방제해 제초효과가 탁월하다. 메티오졸린은 2010년 농촌진흥청 농약으로 등록된 후 '포아박사'라는 상품명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누적 1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작용기전을 밝혀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새포아풀은 골프장에서 방제하기 가장 까다로운 잡초로 꼽힌다. 열대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분포하는 잔디와 비슷한 잡초인데, 잔디 병을 유발하는 병균의 숙주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말라 죽고 겨울철에는 얼어 죽는다.

그러나 추운 날씨에도 재배할 수 있는 한지형 잔디와 새포아풀은 거의 같은 식물 계통이다. 기존에는 한지형 잔디 내에서 새포아풀을 선택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가 거의 없었다. 또 한국 잔디라 불리는 난지형 잔디(겨울에는 휴면에 들어가며 온대-열대에 걸쳐 재배)에서 새포아풀을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가 있지만, 기존 제초제에 대해 새포아풀이 큰 저항성을 보여 난지형 잔디에서 새포아풀의 방제도 어려웠다. 

화학연 연구진은 메티오졸린이 독창적인 화학구조와 새로운 작용기전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초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새포아풀뿐만 아니라 한지형 잔디에서도 새포아풀만 제거할 수 있다. 제초효과가 매우 느리게 발현돼 골프장 등 잔디 조성지의 미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 장점도 지닌다. 작용 기전은 메티오졸린 살포 후 2주간 잔디조성지의 외관상 변화 없이 새포아풀의 생장만 저해하다가 4~6주 후 잔디가 차 들어오는 식이다. 

2002년부터 화학연 연구진은 메티오졸린을 벼 제초제로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이후 고영관 화학연 박사팀과 목우연구소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메티오졸린의 대량생산공정을 공동으로 개발한 바 있다. 현재는 국내·외 6개국에 관련 공정 특허를 등록했다.

이혁 화학연 의약바이오연구본부장은 "출연연과 산업체의 공동연구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신농약을 개발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며 "국내 신물질 R&D의 위상을 한층 강화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화학연은 2016년 일본 농림수산성에 메티오졸린을 등록, 출시한 바 있다. 올해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연내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상용화될 예정이다. 캐나다와 유럽 등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글로벌 시장에서만 연간 매출 5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저항성 잡초 방제용 신규 밭 제초제 개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새포아풀 방제 전문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 글로벌 사업화 개발'과 '신규 잔디 잡초관리제 사업화'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목우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이 지난달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청에 농약을 등록하는 일은 미국 식약청(FDA)의 신약 등록에 준하는 수준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은 목우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잔디 제초제 '메티오졸린'이 지난달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상용화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청에 농약을 등록하는 일은 미국 식약청(FDA)의 신약 등록에 준하는 수준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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