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정책 많이 잘못 갔다" 정부-국회에 지속 건의···그러나 불발
원자력아카데미, 과제와 학습 통해 근거와 대안 제시

12월 27일은 '제9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이하 원자력의 날)'이다. 1959년 국내에서 원자력연구를 시작한 지 50년만인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 한국형 원전 수출'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원자력의 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격년으로 주관해 진행한다. 양 부처 장관과 차관이 모두 참석해 기관과 연구자에게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하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해 왔다. 하지만 2017년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양 부처의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도 없앴다. 원자력 연구자들은 적폐의 대상으로 취급되며 연구현장의 사기도 급추락했다. 그나마 올해는 산업부 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는 원자력연구를 시작한 지 60주년이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5위이내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연구개발, 인력, 산업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며 우려를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전직 과학기술계 장관 대부분이 잘못됐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자력이 적극 확대되는 것을 바라지도 않지만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에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前 과학기술계 장관들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잘못됐다며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전직 장관들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원자력아카데미 관계자는 "태양광 수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적 에너지로 산업사회를 뒷받침하는 기반에너지는 안된다"면서 "때문에 원자력과 석탄 등 자원에너지가 같이 가야 한다. 원전 시스템을 바꾸려면 핵융합만 대체 가능하다. 정부 고위 관료, 국회에 건의하고 설득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원자력아카데미(이사장 이승구 전 차관)에 의하면 전직 장관들 등 과학계 원로들이 다수 참여하는 원자력포럼을 통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음을 여러 번 지적해 왔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원과 에너지가 부족한 국가에서 무리한 탈원전은 잘못됐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지속됐다. 전직 과학기술계 장관들은 더 이상 잘못된 정책을 두고 볼 수 없어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원자력아카데미 관계자는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에게도 이야기하며 대통령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건의했다"면서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2~3년 시점이다. 여러 가지 정책을 검토할 때라고 본다. 검토 후 수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탈원전 중심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데 중지가 모아졌다. 그래서 지난 19일 공식 성명서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 설계부터 건설, 운영, 안전까지 전 분야에서 국산화를 이룬 기술이다. 외국에서도 기술을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원자력계의 국민 설득 역할이 미흡했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직 과학기술계 장관들의 성명서 발표 후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운영허가 기간이 남은 월성1호기 원전의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아래는 과학기술계 전직 장관과 원로들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성명서와 참여 장관 대표 명단.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 재검토 건의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속한 변화와 대외내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 국정 수행에 여념이 없으신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름 아니오라,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추진해 오신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 드리오니 2기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1. 원자력 발전은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응과 대한민국의 에너지 문제 해결 및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대한 전력원입니다. 근래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 추진으로 원자력산업 생태계 붕괴와 수출 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심히 우려됩니다.

2. 특히, 원자력산업의 핵심인 고급인력들이 지속적으로 경쟁국가로 유출되는 등 우수한 인재의 이탈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차세대 인재들은 원자력 관련 분야의 전공을 기피하고(2019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 선택자 수 상반기 4명, 하반기 0명) 원자력 관련 연구가 위축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3. 그동안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급격한 에너지전환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글로벌 추세이므로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적극 지지하며, 관련된 제반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기까지 원자력과 병행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4.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 수많은 전문가들의 토론과 의견 수렴 결과 등을 토대로 역대 과학기술분야 장관을 비롯한 원로들의 충정을 모아 다음과 같이 건의드립니다.

가. 글로벌 기후 변화 위기 해소 차원에서 미국, EU 등 선진국들도 원자력을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다시 채택해 나가고 있고, 개발도상국도 원전 건설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으로,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미래 지향적으로 수정될 수 있도록 재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 세계 원자력 시장이 러시아(11개국 33기)와 중국(5개국 12기) 중심으로 재편이 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한민국도 미국 등 원천기술보유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해외 수출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 전략을 세워주시기 바랍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유럽에서 안전성을 인증받은 차세대 원전 모델(APR-1400)의 지속적인 해외 수출을 실현하기 위하여 현재 보류 중에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건의 드립니다.

다. 정부는 고급 인력의 해외 이탈 방지와 우수 인재의 지속적인 원자력 분야 유입을 위한 환경과 기반구축을 위해 당면과제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차세대 원전 개발 등 미래 원자력 연구개발, 안전규제기관의 독립성과 위상 제고, 원전 안전 운영 대책 등을 적극 추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9.12.19.

과학기술계 원로(역대 장관 포함) 일동

과학기술계 원로(역대 장관) 대표 명단(가나다 순)
▲강창희 前 과학기술부 장관
▲권숙일 前 과학기술처 장관
▲김명자 前 환경부 장관
▲김우식 前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김진현 前 과학기술처 장관
▲박호군 前 과학기술부 장관
▲서정욱 前 과학기술부 장관
▲이승구 前 과학기술부 차관
▲이종훈 前 한국전력 사장
▲정근모 前 과학기술처 장관
▲조완규 前 교육부 장관
▲채영복 前 과학기술부 장관
▲한영성 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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