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덕특구, 새로운 50주년 준비에 덧붙여

글: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장
대전시와 대덕특구가 2023년 대덕특구 설립 50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고 하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을 표한다. 사업 내용은 주로 공간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오픈 플랫폼, 체감형 과학문화시설, 스마트 공원, 스마트 버스정류장 등이 많아 보인다.

공간적 구조물의 신설 또는 재배치는 폐쇄적인 연구소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연구자 간 소통을 강화하여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일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과 더불어 깊이 다루어야 할 주제 중 하나는 대덕특구가 우리의 혁신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더 나아가 대덕특구가 쌓은 경험을 다른 지역에 어떻게 전파하고 선도해 나갈지에 대한 것이다. 소위 한국판 실리콘 밸리가 되는 꿈이다. 

대덕특구의 출범 취지는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그 성과를 대한민국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대덕특구 50년의 새로운 사업은 우리나라 전체의 혁신 생태계라는 판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역에 있지만, 대덕특구의 전략은 대한민국 전체, 세계 다른 나라 또는 지역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덕특구와 주변 여건

대덕특구와 주변의 역사를 살펴보자. 1973년 대덕특구가 들어서고 1989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98년부터 대전시 둔산동 일대에 특허청, 중기청(당시 기준) 등 정부 외청들이 둥지를 틀었다. 특허법원도 대전에 기반을 마련했다. 

인근 세종시에는 2012년 9월 총리실과 국토교통부 등 15개 중앙행정기관이 입주했다. 이어 2013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2개의 인문·사회 분야 출연연이 둥지를 틀었다. 이러한 사실은 대덕특구가 우리나라 전체의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고 제도를 만드는 중앙행정기관과 경제·사회·인문 연구소를 이웃에 두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요인
 
잠깐 눈을 돌려 대덕특구가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실리콘 밸리를 보자. 실리콘 밸리의 성장 궤적 중 중요한 사건은 1938년 휴렛 팩카드의 창업으로 시작한다. 이후 1951년 스탠포드 대학의 터먼 교수가 주도한 리서치 파크와 1955년 월리엄 쇼클레이의 반도체 연구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밀집 현상은 이러한 중요한 사건보다 매우 더디게 나타났다. 1953년 기준으로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기업 개수는 29개였다. 1960년에는 47개, 1970년에는 148개, 1980년에는 258개였다. 그러다가 1990년에는 1980년의 258개보다 무려 12배에 가까운 3052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 요인은 다양하다. 그 요인들의 몇 가지를 짚어보면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 기업의 성장, 바이오와 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대두, 벤처 캐피털의 본격적인 활동, 정부 연구성과로 발생한 특허권의 대학 이전과 대학 벤처의 부상, 특허권자에 대한 우호적인 법원의 판결과 태도 등을 들 수 있다.

◆도쿄 대학과 혼고 밸리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실리콘 밸리의 혁신생태계를 우리가 배울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가 실리콘 밸리로부터 교훈을 얻고 우리나라의 지역에 적용한다면 어느 지역이 가장 적당할까. 아마도 그 대답은 대전이고 대덕일 것이다. 공간의 재배치와 집적, 기술이전과 창업을 위한 보조금 지원 등은 다른 도시와 지역에서도 하고 있다. 이미 판교나 인천 등이 더 잘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들 많은 도시가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표방하면서도 실리콘 밸리의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당 기업들은 실리콘 밸리 제도와 국제 환경을 수용해 전략적 변화를 도모해왔다.  

이와는 달리 도쿄에서는 이런 노력이 20년 전 시작되었다. 도쿄 대학의 지도자들은 실리콘 밸리와 스탠포드 대학의 주변 생태계를 수년에 걸쳐 연구하고 사람을 길러냈다. 그리고 도쿄 대학과 캠퍼스에 연구 내용을 적용했다. 성과가 나오기까지 십 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도쿄 대학이 위치한 혼고 지역은 지금 일본 내에서 혼고 밸리라고 불린다. 혼고 밸리를 중심으로 벤처 캐피털이 생겨나고 창업 정보를 교환하는 카페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혼고 밸리의 부상은 활력을 찾지 못한 일본 경제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유력 경제전문지인 닛케이는 작년 연초에 '일본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학인 도쿄 대학 출신들이 창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며 특집 기사를 실었다. 도쿄 대학과 관련된 창업기업 개수는 2019년 현재 시점으로 310개에 이르고 이들 기업의 시가 총액은 1.5조 엔(한화 약 17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인재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한 시점  

대덕특구 50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공간 재배치, 창업 보조금 지급 등은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다른 도시와 지역에서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소위 '광'은 나지 않지만 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 필자는 그것이 '혁신 생태계와 시스템을 보는 눈을 가진 인재'라고 말하고 싶다. 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사람이고 운영하는 것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제도 아래에서 전략을 짜고 실천하는 기업도 사람이 한다. 

혁신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며 때로는 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혁신 스쿨'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올해 1월 초 양성광 이사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대덕특구 설립 50주년 준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대전시도 그 어느 때보다 대덕특구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지난 19일에는 과기부가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마스터플랜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특허청과 특허법원도 대전에 있다. KDI, STEPI 등 정부의 혁신 성장 싱크탱크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대전시와 대덕특구, 그리고 과기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대덕특구 50년을 이끌어 갈 미래 인재를 키워내는 데 조금 더 관심 가져주었으면 한다.
 
◆기고자 약력


정성창 연구소장은 1998년 기술고시에 합격한 이후 특허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특허청 산업재산 인력과장, 창의발명교육과장, 산업재산활용과장 등을 거치면서 연구개발에서 특허 정보 활용, 산학협력, 지식재산 금융, 지식재산 전문인재 양성 등의 정책에 관여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주일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 대전에서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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