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 교수 24일 굿모닝조찬포럼서 발표
"기후변화 최우선 대책은 빗물관리···비는 돈이다"
빗물관리 성공사례 만들어, 시·군 89곳 조례제정 기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4일 '제13회 굿모닝사이언스 조찬포럼'에서 '기후변화 시대에서 빗물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기후변화 최우선 대책은 빗물관리라고 밝혔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4일 '제13회 굿모닝사이언스 조찬포럼'에서 '기후변화 시대에서 빗물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기후변화 최우선 대책은 빗물관리라고 밝혔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탄소 저감보다도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빗물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물·환경 분야 석학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는 탄소 감축이 필요하지만, 지역에선 당장 빗물관리를 통해 기후변화를 해결하자고 제언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24일 열린 제13회 굿모닝사이언스 조찬포럼에서 '기후변화 시대에서 빗물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가뭄, 홍수, 폭염, 녹조, 미세먼지, 지하수 수위 하강 등의 문제는 언뜻 보면 다른 것 같지만, 모두 빗물과 관련이 있다"며 "비가 안 오거나 많이 오거나 또는 모아서 쓰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도심 속에서 빗물관리만 잘해도 기후변화 대응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을 펼쳤다. 한 교수는 "땅을 개발하기 전에는 10이라는 비가 내리면 8은 땅속으로 들어가고 2만 바다로 흘러나가지만, 개발을 하고 나면 8이 바다로 흘러나가고 2만 땅으로 들어간다. 땅과 하천이 마르고 홍수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심 기후변화 문제는 빗물을 모두 버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책의 최우선 순위는 빗물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빗물 37조t이 바다로 흘러나갔고, 그것이 수위 상승의 원인"이라며 "북극 빙하도 녹았지만, 빗물도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모든 도시에서 빗물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 교수, 빗물관리 성공사례 만들어 확장···국내 시·군 89곳서 조례제정

한 교수는 지난 2003년 10월 서울시 광진구 의뢰를 받아 광진구 스타시티 지하에 빗물 관리 시설을 구축했다. 지하 한 개 층에 높이 2m 면적 1500m2로 홍수 방지용, 물 절약용, 비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해 효용성을 입증받았다. 이후 한 교수는 당시 광진구, 서울시 조례 제정에 기여했다. 건축물에 빗물 관리 시설을 만들 경우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조례는 전국 시·군 89곳까지 늘었다.

한 교수는 빗물관리의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영역을 확장했다. 한 교수는 "광진구 스타시티 부지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지만, 빗물 탱크를 만들어 홍수 방지에 기여했다"면서 "빗물을 모아 조경용, 소방용으로도 쓰이도록 해 조례제정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축으로 인해 도시가 달궈지고, 홍수와 가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건축하는 사람이 물, 에너지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빗물관리를 위해 건물 지붕을 다시 보자고 제안했다. 빗물 탱크를 만들어 홍수 방지는 물론 물을 활용해 폭염·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올해 국회에서도 빗물을 이용한 기후변화 대응에 공감해 물관리 기본법,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한 바 있다. 

◆ 한번 산성비는 영원한 산성비?···"아니다, 먹을 수도 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24일 굿모닝사이언스 조찬 포럼에서 빗물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24일 굿모닝사이언스 조찬 포럼에서 빗물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한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산성비는 나쁘다고 알고 있지만, 산성비가 먼지 묻으면 알칼리성이 되고 하루를 두면 중성이 된다"며 "호주, 미국 등에서는 빗물에 있는 입자를 정수해 맥주와 차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빗물은 대기오염 물질이 있긴 하지만, 공장 폐수나 오물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수 처리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 원인을 탄소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좋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건 빗물 관리"라며 "예컨대 광화문 침수났는데 탄소 감축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건물에 있는 지붕이나 산지에 빗물 저장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는 돈"이라며 "빗물 모아 나라와 지구를 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에선 하늘 물의 탄생 사진전이 내년 2월 2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무영 교수는 서울대 토목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1989년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에서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수로 부임하기 이전에는 현대건설 해외토목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경력을 쌓은 바 있다. 현재는 국회 물포럼 부회장,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한편 굿모닝 사이언스 조찬포럼은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 주최하는 포럼이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24일 오전 7시에 열린 조찬포럼에 참가한 학생과 사과주스의 산성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24일 오전 7시에 열린 조찬포럼에 참가한 학생과 사과주스의 산성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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