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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판 쇼미더머니? "신진연구자, 맘껏 해봐라"

건설연, '노피어(no-fear) 연구사업' 과학계서 주목
신진연구자 원하는 연구 제안, 선정시 2년간 안정적 연구 보장
신진연구자들이 제안한 발칙한 아이디어가 연구과제가 되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책임연구급이 주도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신진연구자가 스스로 연구과제의 주체가 되고 있다.

선정 과제는 연구비가 지원돼 안정적으로 연구 몰입이 가능하다. 신진연구자들의 연구놀이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노피어(no-fear) 연구사업'이 과학기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건설연은 지난해부터 연구책임자 경험이 없는 입사 5년 이내 신진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노피어 연구사업 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있다. 신진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을 통해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환경을 마련하고자 사업을 기획했다. '과제 성패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마음껏 연구해보자'는 것이 핵심 취지다.
 
◆ 10개월간 연구주제 다듬어 전 직원 대상 연구 상상력 펼쳐

올해는 60명의 연구자(30개 팀)가 참여해 대결했다.<사진=김지영 기자>올해는 60명의 연구자(30개 팀)가 참여해 대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참가자들은 약 10개월간 평소 하고 싶었던 연구를 스스로 기획해 과제로 만들게 된다. 선배·동료들과 꾸준히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팀·소속 상관없이 마음 맞는 동료끼리는 함께 팀을 이루기도 한다.
 
최종 도출된 연구계획서는 연말, 전 직원들 앞에서 5분간 발표한다. 연구부서와 행정직 총 30명으로 구성된 청중평가단과 전 직원들이 가장 인상적으로 들은 과제에 투표해 총 3개 팀을 선정한다. 선정된 팀은 건설연 내년도 시드·기획과제로써 지원받게 된다.
 
지금까지 대부분 연구과제는 기관 고유사업이나 책임급 연구원이 외부에서 수주해 온 연구과제를 후배들이 맡아서 해왔다. 본인이 흥미를 느낀 연구 분야의 역량을 키우기보다 주어진 과제를 주로 진행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피어 연구사업을 통해 신진연구자들이 스스로 전문분야를 만들고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연구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첫 페스티벌에는 79명의 연구자(48개 팀)가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스마트슈즈를 이용한 간이 다짐도 측정장치 개발 ▲타이어 노면 마찰음과 딥러닝 기반 포장파손상태 모니터링 기술 ▲ICBM 기반 자동제어 녹조 보안관 개발 등이 선정됐다.
 
해당 과제들은 1년간 1억씩(직접비+인건비) 최대 2년의 지원을 받아 건설연 주요사업과 연계돼 R&D가 진행 중이다. 스마트슈즈의 경우 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 상용화를 위한 논의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연구를 축제처럼! 마이크 주고받으며 릴레이 발표
 
올해는 60명의 연구자(30개 팀)가 참여해 대결했다. 노-피어 참가 자격을 가진 연구원의 약 80~90%가량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건설연은 지난해 196명의 비정규직 직원(약 80%)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파격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첫해인 만큼 스스로 기획·제안한 연구가 과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활을 걸고 프로젝트에 임한 연구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승헌 원장은 "아이디어가 훌륭하다면 3개가 아닌 10개 과제에도 지원을 하고 싶다"고 말할 만큼 노-피어 연구사업에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건설연 본관에서 열린 페스티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부터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건물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짧은 시간 안에 발표가 진행돼 긴장감이 돌았지만 여유를 즐기며 청중과 마이크를 주고받고 호흡하는 연구팀도 이목을 끌었다.
 
장봉주 박사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강수 환경을 촬영해 강우 강도와 강우량을 추정해 DB화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돌발홍수나 국지성 호우 등을 빠르게 감시해 재난을 막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건물 내 불이 났을 때 불이 난 장소와 대피해야 할 장소를 알려주는 스마트 시스템도 제안됐다. 조경숙 박사팀은 시각장애인의 대피를 돕도록 스마트폰에 햅틱 장비를 부착해 대피 장소를 알려주는 기술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종원 연구팀은 기후변화와 불볕더위 피해로 매년 발생하는 온열질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제를 제안했다. 불볕더위 피해가 시골이나 지방 소도시, 공사현장이 아닌 사실상 수도권과 집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데 기반한 아이디어다.

이 연구팀은 에너지 빈곤 가구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단체가 일일이 오프라인 종이 설문을 통해 진행하면서도 전문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전문단을 통해 실태조사 앱 개발을 돕고, 이후 해당 정보 등을 지도화해 불볕더위안전 취약지대 건축물 지도를 구축해 에너지 빈곤 가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수처리에 사용되지만, 성능 70% 이하 시 결국 폐기하는 폐 멤브레인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됐다. 폐 멤브레인의 오염물질을 제거해 신규 멤브래인 성능의 9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연구를 제안한 박광덕 박사는 "멤브레인 연구를 하고 있다. 멤브레인은 공정에 여러 개가 들어가는 데다 값도 저렴하지 않아 교체 시 금전적인 부담이 있다"면서 "폐 멤브레인을 열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척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아이디어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밀웜의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폐 멤브레인을 분해하는 등의 연구도 추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최우수상으로 에너지 빈곤 가구를 위한 폭염 취약 건축물 지도 플랫폼 개발 과제가, 우수상에 AR 기반 원격 시공검토 지원기술 기획연구, 시각 장애인을 고려한 재실자의 스마트 피난유도 기술개발이 선정됐다. 세 과제들은 건설연의 지원 하에 안정적 R&D 과제로 추진될 계획이다.
 
정문경 건설연 부원장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연구자들이 많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새로운 얼굴과 아이디어를 듣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아직은 부족하고 한계가 있지만, 노피어의 가치와 취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피어 페스티벌이 지난 19일 건설연 본관에서 열렸다.<사진=건설연 제공>노피어 페스티벌이 지난 19일 건설연 본관에서 열렸다.<사진=건설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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