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관의 아·사·과 10] 과학자가 되는 방법
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대덕넷은 수요일 격주로 '최병관의 아·사·과'를 연재합니다. '아주 사적인 과학'이라는 의미로 과학 도서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저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 실장으로 올해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하는 등 과학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병관 작가의 과학 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올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학자는 초등학생의 희망직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
업에서 13위를 차지했다. 과학자는 과거 희망직업 중 상위권에 올랐지만 2019년에는 제과·제빵사(12위)보다 한 단계 낮아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 희망직업 1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운동선수(11.6%)였으며, 2위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부동의 1위였던 교사(6.9%), 3위는 유튜버·BJ·스트리머 등의 크리에이터(5.7%)로 나타났다. 의사, 조리사(요리사), 프로게이머, 경찰관, 법률전문가, 가수, 뷰티디자이어, 만화가(웹툰 작가)가 각각 4위~11위를 기록했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고 싶은 책은 남궁석의 '과학자가 되는 방법'이다. 예전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이 과학자라고 대답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 책을 살펴보자.

저자 남궁 석은 현재 충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Secret Lab of a Mad Scientist'라는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해 크리스퍼 기술, 줄기세포, 유전공학 등 새로운 콘텐츠를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 동료 생명과학자와 함께 팟캐스트 '오마매의 바이오톡'을 진행한다. 과학자의 과학지식 교류의 혁신에 관심이 많으며, 그 방안으로 수평적인 과학 토론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대안학회 '매드 사이언스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과학자가 되는 방법'은 책 내용이 독특하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책이다. 이 책은 과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과학자와 연구원이 되기 위해 겪는 과정과 함께 그 속에서 일어나는 경험 등을 전하고 있다. 구성은  학부, 대학원 석·박사 과정, 박사후 과정(Post doc), 연구책임자와 기업연구원 과정 등으로 이뤄졌다.

저자가 과학자로서 진로를 꿈꾸는 학생, 과학자가 되기 위해 훈련중인 사람, 현업 과학자에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과학자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에게 미리 과학자란 무엇이며, 직업적 특성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서다. 직업으로서의 과학자를 탐색할 수 있다.

보통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은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등을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그런 꿈은 깨라고 얘기한다. 솔직함을 넘어 너무 직설적이다. 과학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는 모든 과학자가 스타 과학자, 또는 교수나 연구원과 같은 직업 과학자가 될 수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한때 많은 초등학생이 원했던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첫 번째 관문은 대학을 마치고 난 후 대학원 진학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과학연구 과정을 훈련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남궁 교수는 대학원을 입학할 때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전공과 지도교수를 꼽았다. 특히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서 재미있는 것은 지도교수에 따라 연구실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학부시절 미리 인턴경험이나 체험으로 지도교수를 탐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시겠지만 지도교수를 잘못 만나면 학위를 취득하거나 졸업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저자는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포닥으로 일했던 알렉스 덴트(Alex Dent)가 주변의 연구 책임자들을 9가지로 나눠 설명한 부분을 인용한다. 그는 미국 연구소 기준 분류는 국내 사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큰 이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책임자를 분류한다. 9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언론플레이의 달인(Big Talker) ▲노예 감독관(Slave Driver)  ▲신적 존재(Demi-God) ▲컨트롤의 화신(Control Freaks) ▲과학 덕후(Science Wonk) ▲여유로운 방목자(Laid-Back) ▲사이코(Psycho) ▲시골 구멍가게 주인(Small Town Grocer) ▲유망주(Rising Star)(pp 65~69).

'과학자가 되는 방법'에서는 과학자가 되는 험난한 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호기심과 흥미만으로 과학자가 되기에는 그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다소 위협적인 설명도 곁들인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 예일대학의 박사과정 입학생 30명을 17년 후 추적한 결과,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위치에 오른 사람은 단 한명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나 역시 과학기술계 주변에서 과학자들을 많이 지켜봤지만 본인이 원하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했지만 과학자는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저자는 뒷수습에 나선다. 아마도 다른 직업이 쉽게 맛볼 수 없는 특권이 과학자에게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세상의 비밀'을 누구보다 먼저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지식을 자신이 제일 먼저 발견할 때 느끼는 쾌감은 그것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과 관계없이 강렬하다. 그래서 한 번 경험한 사람은 쉽게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마치 마약처럼.

나는 초등학생이 과학자를 희망하는 순위가 계속 낮아진다는 조사결과로 이 글을 시작했다. 그런데 과학자의 험난한 과정을 담은 이 책이 가뜩이나 과학자를 기피하는 초등학생 및 중고교생에게 과학에 대한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곁에서 과학자가 되는 과정과 과학자가 된 후 연구하는 모습 등을 오래 지켜본 결과, 과학자는 어느 다른 직업보다 멋지고 매력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에게는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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