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학커뮤니케이터 1분과학·과학쿠키·공돌이용달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험···과학 단순지식 아닌 감동 전하고 싶어"

유튜브 전성시대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TV보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는 개인이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시대를 열었다. 국적 나이 전공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어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뷰티·하울·브이로그·음악 등 업로드 콘텐츠도 다양하다.
 
과학을 소재로 한 콘텐츠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어려운 지식을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전달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유튜브를 발판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유튜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반인, 연예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이 시장에 뛰어들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과학을 소재로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다.
 
불모지도 같았던 과학콘텐츠를 대중들이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활약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과학 대중화 하나만 바라보고 새로운 도전을 자처한 20~30대의 젊은 과학크리에이터▲1분과학 ▲과학쿠키▲공돌이용달이다.
 
◆ 가족도 외면했던 속사포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지식 넘어 감동전하고파"
 

유튜브 채널 '1분과학'을 운영하는 이재범 대표. 목소리로만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6월 예고 없이 얼굴을 공개해 많은 구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어떤 형태든 상관없이 과학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유튜브 채널 '1분과학'을 운영하는 이재범 대표. 목소리로만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6월 예고 없이 얼굴을 공개해 많은 구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어떤 형태든 상관없이 과학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사진=김지영 기자>
"배경음을 깔고 랩 하듯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초창기 콘셉트였죠. 마치 노래 한 곡을 듣는 것처럼요."
 
유튜브 '1분과학'을 운영하는 이재범 대표는 61만 독자를 보유한 과학커뮤니케이터다. 과학지식을 스토리텔링형식으로 풀어낸다. 주제에 맞는 다양한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면서 쉼 없이 쏟아내는 말로 구독자를 휘어잡는다. 재밌고 쉽게 설명하는 과학 이야기 속 좋은 목소리는 덤이다. 오랫동안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예고 없이 얼굴을 공개해 많은 구독자를 놀라게 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당시엔 과학을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학 졸업 후 과학 웹사이트를 혼자 만들었죠. 블로그 형식으로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콘셉트였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어요. 블로그에 함께 게재할 목적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블로그보다 유튜브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영상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그가 과학에 관심 갖게 된 것은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겪었던 우울증에서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외로웠던 이 대표는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으니 기분이 괜찮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나의 우울함이 약으로 극복할 수 있다니' 그 이유가 궁금했던 소년은 평소 즐겨 읽는 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접했다. 그렇게 다다른 것이 과학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모르고 살면 안 되겠다 느낄 정도로 과학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리에서 과학 이야기를 하긴 쉽지 않아 과학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것"이라며 "대중들이 과학을 좋아하고, 또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활동이 가능해 굉장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1분과학이 처음부터 성공한 유튜버 채널은 아니었다. 반년 동안 두 자릿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과학과 성(性)을 함께 다루는 콘텐츠도 있어 가족들도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성과 관련된 단어가 많은 녹음 날이 있었는데 한 시간 녹음을 마치고 화장실을 가려다 보니 방문이 열려있더라고요. 거실에서 가족들이 TV를 보고 있었고요. 왠지 모를 자괴감과 수치심이 들더라고요(웃음). 다음날부터 이불이 쌓인 베란다에서 녹음을 시작했죠."
 
과학크리에이터로 산 지 이제 3년. 모든 영상이 다 애정이 가지만 특히 그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꼽았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690만회로 1분과학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기도 하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 먼지만큼 점처럼 보이는 푸른 점 사진을 보고 저서에 쓴 내용이 깊이 있게 담겨 있다.
 


이재범 대표가 가장 애정을 갖고 있다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영상. ​<출처=1분과학 유튜브>

이 대표는 "1분과학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 넣은 영상"이라고 말했다. 이미 만들어진 세상에서 태어나 좁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것을 넘어,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빅히스토리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면 우리는 조금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직접 우주에서 나를 바라볼 순 없지만, 우주에서 티끌만큼 작은 지구에서 사는 것이 나라는 걸 깨닫는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영상을 공들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재범 대표가 최근 빠져든 실험이 있다. 밥을 안 먹고 얼마나 버티나, 물은 안 먹다가 커피를 마셨을 때 반응은 어떤지 등이다. 몸으로 하는 실험이다 보니 체질도 바뀌었다. 강연이나 외부 활동 등까지 겹쳐 몸 상태가 왔다갔다 해서 최근에는 영상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웠다. 유튜버 활동이 많이 뜸해진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최소 한 달에 한번은 올려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영상 올리지 못해 구독자에게 정말 죄송하다"면서 새해부터는 월 1회 영상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그는 어떤 형태든 상관없이 과학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영상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전하고 싶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해요. 많은 관객 앞에서 재미를 주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과학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싶은게 제 꿈입니다. 지금은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철학을 다루면서 많은 사람이 과학을 궁금해하고 찾아보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과학교사에서 과학커뮤니케이터로 "새로운 경험, 삶의 원동력"
 

과학쿠키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대표.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교사였던 그는 전문성을 살려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쿠키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대표.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교사였던 그는 전문성을 살려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과학쿠키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대표는 과학교사로 활동하다 과학크리에이터가 됐다. 물리학을 전공한 만큼 채널에서도 전문성이 돋보인다. 생활 속 과학 호기심을 풀어내거나 출연연 연구자와 함께 실험하는 등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직접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다.
 
과학 영상 제작은 교사 시절부터 취미 겸 교보재 활용을 위해 독학했다. 그는 "학생들 얼굴을 넣어 교보재로 약 40편 정도의 영상을 만들었었다. 수업자료로 효과가 있었고 과학 시간을 즐기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보람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대학원에 가서 연구원도 되고 싶었고, 영상 제작 취미를 살려보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빛의 속도는 어떻게 알아냈을까'를 주제로 영상을 하나 제작해 올렸다.
 
"스스로 궁금해하는 주제를 공부하고 만든 영상이었는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어려운 주제라 전혀 관심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용기를 얻었고 영상 제작을 해나가는 데 큰 힘이 됐어요."

이 대표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콘티를 짠다. <사진=김지영 기자>
이 대표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콘티를 짠다. <사진=김지영 기자>
 
영상은 어떻게 만들까.
 
매주 영상을 올리는 이 대표는 영상 만들기에 앞서 전체적인 과학사적 흐름을 시작으로 주제를 뽑아 관련된 자료를 모조리 모은다. 과학자의 활동무대와 철학적 베이스 등을 수집해 좋아하는 방식으로 스크립트 후 녹음할 부분과 그림을 그려야 하는 부분을 나눠 정리해 작업한다. 영상 한 개를 만드는 데 2~4주 정도의 시간을 사용한다.
 
영상을 만드는 데 소모하는 시간이 많지만 평범한 교사라면 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은 그에게 활력소가 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2018년 11월 16일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 총회' 참석이다.
 
그는 "작년 표준연과 함께 국제도량형 총회를 다녀왔다. 물리학 전공자라면 꿈의 학회인 이곳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며 "당시 총회에서 국제기본단위(SI)가 재정의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어 너무 벅찼다. 교사라는 일을 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가치 있는 순간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과학쿠키가 업로드한 국제도량형 관련 영상 <출처=과학쿠키 유튜브>

이효종 대표는 카메라에도 관심이 많다. 아버지의 취미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촬영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카메라를 갖춰 사용한다. DSLR을 적외선과 자외선을 따로 촬영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에 카메라도 직접 개조해 영상도 촬영했다.
 
영상 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할 것이 너무 많아요. 재밌다"고 말한 이 대표. 그의 메일함에는 오늘도 '덕분에 과학에 흥미가 생겼다', '과학고에 합격했다' 등 구독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 때문에 과학에 흥미를 잃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든다고. 영상을 만드는 데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그는 "과학을 즐기고자 하는 요구가 생겨 놀랍고 신기하고 감회도 새롭다"며 "앞으로도 사람들과 과학으로 소통하고 과학을 전달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연구자를 꿈꿨던 평범한 학생 "과학, 음악처럼 즐겨라"
 

공돌이 용달은 다양한 실험콘텐츠와 1인 과학다큐 등 다양한 영상으로 많은 구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사진=김지영 기자>
공돌이 용달은 다양한 실험콘텐츠와 1인 과학다큐 등 다양한 영상으로 많은 구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과학커뮤니케이터다.<사진=김지영 기자>
"석박사 과정 이후 연구자의 길을 가는 사람이 많으니 저 또한 연구자가 돼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연구자가 꿈인 친구들을 보며 '연구는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그렇게 시작한 게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공돌이용달 채널을 운영하는 정용준 대표는 다양한 실험콘텐츠와 공대생이 만든 작품을 소개하거나 용큐멘터리라는 1인 과학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드는 과학크리에이터다. 최근에는 체르노빌에 다녀오기도 하고, 북극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평범하지 않은 콘텐츠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가끔 열이나 불을 사용하는 실험에서 고기 먹방을 선보여 고기먹방(?) 유튜버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포스텍을 휴학 중인 그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기 전 과제가 있으면 하고, 시험 기간에는 시험을 보는 평범한 삶을 살았던 학생이었다. 열심히 전공을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흥미를 잃어가는 자신을 모습에 '현장에 나가보자'격려했지만 인턴의 삶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과거 영상편집을 취미로 했던 경험을 살려 친구가 만든 회사인 긱블에서 편집자로 활동을 했다. 그곳에서 정 대표는 적성을 찾았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는 것은 전공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긱블에서 일을 하다 보니 복학해야 할 시기가 왔는데 아쉽더라고요. 회사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있어 나의 의견을 전부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혼자 나와 1인 미디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대생과 별명인 용달이를 합쳐 공돌이용달이라는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제작했다. 단순히 실험영상을 올릴까 하다 설명을 넣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는 "설명이 장황한 영상은 나조차 손이 잘 안 가서 고민을 했는데 영상 흐름상 꼭 필요한 것 같아 넣었다. 기존의 다른 유튜버 실험 영상에는 설명이 없는데 여기서는 설명을 해주니 좋다는 댓글들이 달리더라. 그때부터 과학설명을 넣어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널 운영은 녹록지 않았다. 공격성 댓글 등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으며 지난 6월에는 잠정휴식을 공지하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때 많은 구독자에게 응원의 메일을 받았다. '수십 명의 응원 가운데 한 개의 악성 댓글을 신경 쓸 때가 아니구나'를 느꼈다. 그렇게 짧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그는 평소에 가기 어려운 장소에서 촬영한 1인 과학다큐멘터리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 폼페이와 아이슬란드의 얼음동굴, 오로라 등 콘텐츠를 위해 해외에도 다녀왔다.
 

공돌이 용달이 새로 선보이고 있는 1인 과학다큐. <출처=공돌이용달 유튜브>

그는 "과학다큐멘터리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촬영한 것들이 많았다. 저명한 과학 채널이나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과학영화가 선보여지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끼는 것도 영어로 된 과학콘텐츠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한국말로도 과학을 설명하고 과학다큐를 찍을 수 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집자 없이 혼자서 촬영, 녹음, 편집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콘텐츠를 더 키워보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는 채널을 더 성장시키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튜브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라며 "과학을 음악처럼 즐길 수 있게 하고싶다.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1분과학과 과학쿠키, 지식인미나니 등 과학유튜버들이 대전을 찾아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대덕넷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21일 오후 7시부터 대덕테크비즈센터 1층 콜라보홀에서 '100만 과학유튜버는 어떻게 소통하는가?'를 주제로 혁신네트워크 대덕열린포럼을 개최한다. 참가는 일반시민 누구나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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