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1000명 이어 대거 연구현장 떠날 예정
과기연우회, 20일 '고경력 은퇴 과기인 활용' 세미나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기준 5171만여명이다. 고령층(55~79세)은 1384만여명으로 15세 이상 인구(경제활동가능인구)의 31%를 넘는다. 2026년이면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며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가게 된다.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노인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은퇴후 노인들의 안정적 삶도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빠르면 40~50대, 정년이 보장되더라도 60대 초·중반이면 직장에서 은퇴한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사업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하지만 현장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전문인력으로 볼 수 있는 과학기술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고경력 과기인 3년이내 1000여명 은퇴 예정, 준비는?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455명의 출연연 인력이 퇴직했다. 이중 연구직이 993명으로 1000여명에 이른다.  정년퇴직 인력은 537명(연구직 384명)이다.

향후 3년간(2019~2021년) 출연연의 정년 퇴직 예상 인력은 939명(연구직 638명)으로 1000여명의 인력이 또 떠나게 된다. 원자력연이 180명으로 가장 많고 ETRI 149명, KIST 70명, 표준연 58명, 화학연 51명으로 뒤를 잇는다.

물론 신진연구자들이 새롭게 연구인력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분야는 현장의 전문 경험이나 암묵지가 작용한다. 축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자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오랜 경험이 이어지지 못하고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감태현 과기연우회 이사가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2007년 854억원 규모에서 2017년 5200억원으로 6배가 증가했다. 2016년 4000억원 대비 30%나 늘었다. 노인 일자리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단순 업무가 대다수다.

그나마 취업 비중은 30%정도다. 은퇴 후 취업 의지가 있어도 70%는 미취업상태로 노년을 보내게 된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연금수령시기가 은퇴시기보다 늦어지며 삶의 질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는게 현장의 이야기다.

통계청의 연도별 경제활동인구조사(2019년 10월)에 의하면 60대 이공계 인력 고용률도 확연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석사 인력 95.0%, 박사 96.2%가 현장에 근무하는 반면, 60대는 석사 54%, 박사 49.4%를 보이며 절반으로 줄어든다. 최근 정부 통계는 단시간 근로도 포함돼 실제 고용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 되며 고용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먼저 겪은 해외 사례 참고, 과기인 스스로도 역량 키워야

이런 사례를 미리 겪은 외국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미국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현직 경영자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경영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SCORE, Service Corp Of RetiredExecutives). 또 퇴직과학자들의 중등학교 과학기술 교육 지원 프로그램과 초등학교 과학실험 교육지원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일본 역시 퇴직자 등 중장년층 대상 시니어 봉사단 사업, 일본 경제산업국의 신현역 매칭 지원 사업이 펼쳐진다.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퇴직전문가를 국내외에 파견한 사업으로 은퇴과학자의 사회 재진출을 돕는다.  중국은 1986년 베이징시 인사국에 '이퇴직인재개발센터'를 설립해 300여개 기관과 인재활용을 위한 관계를 구축했다.

은퇴 인력과 중장년 층의 노동시장 충돌 사례도 있다. 영국, 핀란드, 일본이 퇴직을 늦추고 고령자 고용을 조치하면서 고령 근로자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논란도 지속됐다. 은퇴 과기인은 전문적 기술경험 중심의 고령 노동력과 청년 노동력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조언한다. 연령보다 일의 조직에 따라 생산성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21조2000억원이었던 일자리 사업 예산을 21.3%  늘리며 내년 예산에 25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신설하고 296억원을 배정했다. 신중년 사회공헌활동과 신중년 경력형일자리에도 513억원을 배정하며 은퇴 인력 활용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정부와 민간 중심의 고경력 과기인 지원 사업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부주도 사업은 신중년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고경력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 사업, ReSeat 프로그램, 기술닥터제, 해외파견사업, 과학창의 엠베서더, 중견인력 재취업 지원사업 등이 있다. 민간주도 사업도 기업인력지원센터,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이 운영된다.

이공계 인력이 조합원으로 참여,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활동을 하는 과학기술협동조합지원센터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올해 6월 기준 350개에 이른다. 조합원수는 4677명으로 고경력 조합원이 37.6%, 여성조합원이 22.9%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사업이면서 65세 미만(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ReSeat 프로그램은 종전 평생활용에서 5년으로 한정됐다. 

감태현 과기연우회 이사는 "고학력자의 경우 저학력자보다 일자리가 부족한게 사실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출연연 출신의 책임행정원의 경우는 일자리가 더욱 없다. 전 퇴직자를 아우르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은퇴 예정자 스스로 자기개발 등 스스로 준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다수다. 수명이 100세로 늘어난 만큼 정보습득과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기업 대표는 "연구자들의 업적은 훌륭한데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기술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과거 성과를 자랑할게 하니라 수요자층의 니즈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논의하며 맞춰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연우연합회는 20일 '고경력과학기술인 활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다. 이날 행사는 정윤진 서번트 리더십 대표의 '소통으로 관계를 디자인하다' 특강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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