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랩스 '무반전 거울'로 올해 매출 16억원 돌파
KAIST 출신 최성진 대표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었다"
절실한 창업 위해···농장·공장·주방서 일하며 자금 조달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개척과 집념의 스토리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개척과 집념의 스토리다. <사진=김인한 기자>
괴짜가 나타났다. 앞길이 탄탄대로 보장된 KAIST에서다. 그를 처음 깨운 건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다. KAIST 학생 대다수가 3년간 연구개발 활동으로 병역을 대체한다. 그는 남이 가는 길을 따르지 않았다. 연구개발도 국가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해서다. 곧장 입대했다.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사람을 알고, 운동과 독서를 통해 자신을 알게 됐다.

군 전역은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떠나 이력서를 돌렸다. '링크노베이트'(Linknovate) 인턴을 하게 됐다. '링크드인'(LinkedIn)에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는 곳이다. 복학 후 학과 동기 한 명을 팀원으로 염두에 두고 1년 이상 호흡했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함께 창업하자는 내용이었다. 동기도 응했다. 첫 창업 자금은 직접 벌고 싶었다. 그렇게 둘은 호주로 떠났다. 농장, 공장, 주방 보조, 과외 닥치는 대로 일했다. 8개월 동안 5000만원을 벌어 돌아왔다.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창업.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기술 시행착오를 거듭하길 3년, 올해 초 '무반전 거울'로 비즈니스 반전을 이끈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 얘기다. 반전 없는 거울을 만들어 남이 보는 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광학 제조 기술이 들어갔다. 최 대표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광학연구실에서 3차원 홀로그래피 연구를 했다. 대학원을 자퇴하고 2016년 2월 법인을 설립했다. 2019년 1월 정식 출시한 '리얼미'(무반전 거울)로 올해만 벌써 매출 16억원을 돌파했다.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는 2016년 2월 창업하며 3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창업 자금도 지원받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올해 초 '리얼미'(무반전 거울)를 정식 런칭했다. 올해 9월까지 매출만 16억원이 넘었다. 사진은 무반전 거울을 보며 웃고 있는 최 대표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는 2016년 2월 창업하며 3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창업 자금도 지원받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올해 초 '리얼미'(무반전 거울)를 정식 런칭했다. 올해 9월까지 매출만 16억원이 넘었다. 사진은 무반전 거울을 보며 웃고 있는 최 대표 모습. <사진=김인한 기자>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었어요. 하더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자존심이 상했고요.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 사업은 내키지 않았어요. 내가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두는 일을 남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준다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절실함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직접 돈 벌기 위해 호주에서 새벽 농장·공장, 오후 주방보조, 저녁 과외까지 일한 거예요. 밥 먹을 시간도 부족했어요. 정말 힘든 시기였죠."

최성진 대표의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과는 다른 특별함을 추구했고, 그런 목표를 위해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호주에서 벌어 온 5000만원으로 시작한 창업. 고시원, 원룸, KAIST 창업원에서 밤을 새우며 아이템을 구상했다. 첫 아이템은 설거지 돕는 알약(타정제)이었다. 설거지할 그릇에 물과 타정제를 넣어두면 다음 날 물로 헹구기만 하면 되는 아이템이다. 타정 전문가가 있는 평택 공장으로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청소, 공장 관리 도우면서 기술을 배웠지만 난관에 봉착하며 아이템을 접었다. 

"호주에서 돌아와 과감성은 생겼지만, 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깐 초기에는 헛다리를 많이 짚었어요.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설거지 돕는 타정제를 생각했죠. 그런데 마법 같은 물질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1~2년간 연구를 하다가 결국 잘 안 됐어요. 그러다가 2017년 4월부터 광학기술이 들어간 무반전 거울 개발을 시작했죠."

◆무반전 거울로 비즈니스 반전···"팀워크로 난관 극복"

최 대표는 오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팀워크를 꼽았다. 공동창업자와 대학교 팀 활동부터 호주 워킹홀리데이, 첫 아이템 실패 과정까지 함께하면서 '원팀'이 됐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저희는 팀 중심이고, 아이템은 뭘 하든 상관이 없다"면서 "작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창업에 대해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없이 오랜 기간 같이 할 수 있었던 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했다.

설거지 돕는 타정제의 기술 도입이 난관에 봉착하자 최 대표와 공동창업자 한동길 씨는 새로운 팀원을 영입했다. 이때부터 현실성 있는 아이디어 개진이 본격화됐다. 2017년 4월부터 무반전 거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경쟁자 분석도 이뤄졌다. 시작부터 비즈니스 무대를 글로벌에 맞춰 개발을 진행했다. 2018년 9월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 5400만원을 지원받고, 2019년 1월 무반전 거울 '리얼미'를 정식 런칭했다. 이때 법인명도 '플래닛371'에서 '오아시스랩스'로 변경했다.

리얼미에는 DSLR 카메라에 들어가는 거울이 들어간다. 눈은 예민한 감각기관이라 미세한 오차에도 반응한다. 리얼미에는 0.05도까지 미세 조정하는 광학기술이 들어가 있다. 오아시스랩스는 광학기술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거울 외부 마감재는 환경성을 위해 종이로 만들었다. 현재 리얼미는 아마존에 입점해 있다. 최 대표는 "한국이라는 시장은 작다"면서 "요즘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맞다고 생각하는 걸 맞게 만드는 게 중요"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는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 사업은 내키지 않았다. 내가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두는 일을 남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준다는 느낌이 싫었다. 절실함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직접 돈을 벌었다"고 창업 스토리를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최성진 오아시스랩스 대표는 "창업 자금을 지원받는 사업은 내키지 않았다. 내가 진짜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두는 일을 남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준다는 느낌이 싫었다. 절실함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직접 돈을 벌었다"고 창업 스토리를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오아시스랩스는 무반전 거울을 넘어 새로운 아이템도 구상 중이다. 기술 창업을 한 만큼 앞으로 생명공학 기술로 규모를 확장해 갈 예정이다. 오아시스랩스는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한다. 현재 공장 운영 중이다. 공학을 전공한 경영진 4명, 제조 8명으로 구성됐다. 최 대표는 "리얼미를 해외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고, 20~30년 정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상할 것"이라며 "내공이 더 쌓이면 투자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남들 따라 하지 않고 저희 색깔대로 일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걸 맞게 만드는 게 맞다. 남들이 말하는 정답이 아니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을 끝까지 나아가다 보면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저희 팀이 모였을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가보겠다. 계속해서 지경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랩스는?

광학기기 제조기술로 무반전 거울을 만드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다. 공장을 운영하며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한다. 인력 구성은 경영진 4명, 제조 근로자 8명이다. 현재 '리얼미'(무반전 거울)는 아마존에 입점해 있다. 올해 9월 매출 16억원 돌파. 

▲2015년 10월 - 9개월 간 호주 농장·공장·주방보조·과외하며 5000만원 조성
▲2016년 02월 - 플래닛371 법인 설립
▲2018년 09월 -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5400만원 달성
▲2019년 01월 - 오아시스랩스 사명 변경
▲2019년 01월 - '리얼미'(RealMe) 무반전 거울 정식 런칭
▲2019년 09월 - 매출 16억원 돌파

▲위치: 대전광역시 대덕구 한밭대로 1019
▲문의: 070-8878-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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