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빔으로 여는 나노소재 신세계 '알티엑스'

[모든 것의 시작 나노. 26] 전자빔으로 기능성 나노소재 첫 상용화
물성우수·공정절약·대량생산·친환경으로 나노소재 진화

전자를 광속으로 쏴주는 가속기와 램프, 방사선 차폐막, 진공 유지장치 등이 냉장고 크기 안에 다 들어있다. 같은 용량 외국 제품에 비해 크기도 비용도 절반이지만, 수요처가 만족하는 정밀한 나노소재를 만드는 전자빔 장치다.  <영상=윤병철 기자>
 
정부가 일본규제에 놀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다급히 들여다보기 전에도 이미 많은 기업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해 왔다. 덩치 큰 외산에 제대로 맞붙는 담 큰 기업이 있는가 하면, 외산이 할 수 없는 틈새를 찾아 깃발을 꽂은 영민한 기업도 있다. 그 가운데 전자빔 깃발이 유독 펄럭인다.
 
전자빔 장치는 전자를 광속으로 가속시킨 높은 전자에너지를 이용해 물질의 물성을 우수하게 바꿔 비파괴검사나 물질 소결 등 특유의 유용성과 확장성을 갖는다. 전자선형가속기, X-ray 비파괴검사, 보안검색기 사용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방사선인 전자빔은 핵심 장치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차폐막 등 시설이 커 중견기업 이상이 비싼 외산 장비를 들여와 사용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서도 전자빔이 널리 보급될 전망이다. 전자빔 전문기업 알티엑스(대표 천세욱)가 나노소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전자빔 장치 양산을 시작했다.
 
◆ 반도체 제조 나노소재 만드는 전자빔 장치 세계최초 상용화
 
나노물질 수용액에 전자빔을 조사하면 정밀한 나노소재를 안전하게 얻는다 <사진=윤병철 기자>나노물질 수용액에 전자빔을 조사하면 정밀한 나노소재를 안전하게 얻는다 <사진=윤병철 기자>

한국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는 소부장의 종합예술이다. 가공되는 대상뿐 아니라 가공하는 물질들도 극도의 정밀과 예민을 요구한다. 그 가운데 반도체 연마제 'CMP 슬러리' 소재는 분자 사이 배치가 균일하고 물성이 동일해야 반도체에 흠집과 불순물을 남기지 않는다.
 
슬러리 제조는 화학적 방식이 아직 많이 쓰인다. 화학물질로 특정 물질을 제거하는 방식인데, 불순물이 100% 제거되기 어렵고 오염물질도 남기기 때문에 완전무결한 제조방식은 못 된다. 하루가 걸리는 소결 시간과 자잘한 공정으로 생산성도 좋지 않다. 그래서 국내 유통 70%가 일본산이다.
 
이에 대안으로 물리적 방식인 전자빔이 동원된다. 나노입자 합성에 전자빔의 고에너지를 조사하면 대상 소재 이온이 금속으로 환원되며 원하는 소재가 된다. 화학적 환원제를 사용하지 않아 부가적 오염물질이 나오지 않고 반응도 수 분이면 끝난다. 화학적 방식보다 변수 요인이 적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화학적 방식으로 한계를 넘기 어려운 슬러리, 수소 연료전지용 백금 촉매 등은 작고 균일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전자빔으로 합성하는 것이 적격이다. 논문으로도 전자빔을 통한 나노물질 소결 효과가 일찍이 전망됐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논문보다 복잡다단하다. 산업에서 쓰이는 소재는 쓰임마다 원하는 수요와 목표값이 달라 고정된 제조 방식이 없다. 그 값은 대부분 기밀이다. 해외 글로벌 전자빔 기업도 함부로 소재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다.
 
강현숙 알티엑스 책임연구원은 "수요처에서 원하는 물성의 기준을 잘 공개하지도 않고 그에 부합한 소재를 먼저 제시하기란 눈 감고 역주행하는 셈"으로 표현했다. 알티엑스는 이 수요들을 해결했다. 나노소재 생산 전자빔 장치 상용화는 세계 처음이다.
 
200KV 출력에 작은 부피, 대량생산 가능해 나노소재 응용생산 가속
 
연구개발진은 소형 전자빔 장치를 통해 다양한 나노소재 물성을 시험한다 <사진=윤병철 기자>연구개발진은 소형 전자빔 장치를 통해 다양한 나노소재 물성을 시험한다 <사진=윤병철 기자>

현재 국내 보급된 해외 전자빔은 별도의 차폐막이 동원되는 크고 육중한 시설로 별도의 격납고가 필요할 정도다. 이런 설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중견 제조기업에서나 전자빔 장치를 쓴다.
 
알티엑스의 나노소재 전용 전자빔 장치는 가로세로 1.5m에 높이 2m 크기로 가정용 냉장고만 한 방사선 차폐막에 빔 조사기와 반응기가 들어있다. 박형달 책임연구원은 "동급 출력의 해외제품보다 절반 이하로 작은, 나노전용 전자빔"이라고 자신했다.
 
연구팀은 전자빔 핵심 부품인 램프 조사기를 작고 강력하게 만들었다. 200KV 고전압을 견디며 내부진공을 유지한다. 고전압 전원장치 일체형으로 가정용 220V로도 가동한다.
 
작은 램프에 비해 전자빔 조사 범위가 넓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조사기 뿐만 아니라 컨베이어 등 동원 시스템도 일체로 맞춤 제공한다. 투입되는 환원제나 세척액 등 화학품이 없어 부설 환경정화 장치가 필요 없고, 적용 규제가 가볍다. 비용도 해외제품 절반이다.
 
국내생산이라 기술지원도 신속하다. 신청하면 몇 개월 뒤늦게 와서 비싼 값으로 처리해 주는 해외 브랜드에 비하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약하는 셈이다. 장비 국산화는 유지보수 때문이라도 절실했다.
 
나노소재 전용 전자빔 장치로 얻을 수 있는 소재는 EMI 차폐용 고전도성 나노입자, 바이오 센서, 화장품용 나노입자, 저가용 고전도성 코어쉘 합금입자, 수소연료전지용 고성능 백금과 백금합금 촉매 등 쓰임이 다양하다.
 
10년 연구개발로 이룬 성과, 항만·군에서 먼저 인정···세계적 소부장 기업 비전
 
"전자빔의 매력은 신속하게 확실한 결과를 얻는다는 점이죠. 친환경적이고. 특히 우리 제품은 작고 저렴하며 쓰임이 무궁무진합니다."
 
강현숙 책임연구원이 자신있게 전자빔의 경쟁력을 권장했다. 연구팀은 소재 물성을 획기적으로 변하게 할 전자빔 적용의 파급을 기대했지만, 해외산에 잠식된 시장이 잘 열리지 않았다. 국내최초 시도라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어려운 시간이었다. 연구팀은 전시회에 꾸준히 나가 손수 회사와 제품을 알리며 열정으로 버텼다.
 
부족하고 지난한 시간을 버티며 상용화에 매진하던 2015년 10월, 첫 빔 인출시험에서 파란빛을 봤다. 전자빔이 대기 중 산소와 반응하며 내는 빛이다. 연구팀은 유레카를 외쳤고 최적화 단계에 빠르게 진입해 상용화를 이뤘다.
 
엘티엑스가 만든 전자빔을 이용한 선형가속기(방사선발생장치)는 이미 부산과 인천 항만에 컨테이너 보안검색기로 설치돼 조사 우수성을 인정받은 터다. 5년 전 군 탄약사령부에 납품한 군수품 검사 장치인 고에너지 X-ray 비파괴검사시스템은 '9MeV급 고주파선형가속기 국산 상용제품 1호'기도 하다.
 
현재도 제품 응용을 위한 다양한 연구 중으로, 나노조합 T+2B 지원사업을 통해 은나노 입자 사업화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천세욱 대표는 "직원 대부분이 관련전공 석박사급 연구개발자로 높은 연구역량을 보유했다"며 "전자빔을 통한 차세대 나노 소재 개발로 소부장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천세욱 대표는 신 사옥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알티엑스의 전자빔 응용 소재와 검사, 제조 등을 소개했다 <사진=윤병철 기자>천세욱 대표는 신 사옥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알티엑스의 전자빔 응용 소재와 검사, 제조 등을 소개했다 <사진=윤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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