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대덕넷은 수요일 격주로 '최병관의 아·사·과'를 연재합니다. '아주 사적인 과학'이라는 의미로 과학 도서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낼 예정입니다. 저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 실장으로 올해 '과학자의 글쓰기'를 집필하는 등 과학 대중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병관 작가의 과학 서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 '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최병관 지질자원연 홍보실장, '과학자의 글쓰기' 저자.
지구날씨도 모르는데 우주날씨를 알아야 한다? 

나는 '과학자의 글쓰기'에서 대덕연구단지에는 책을 쓴 과학자들이 많으니 글쓰기가 어려운 과학자는 책을 쓴 사람을 찾아 도움을 얻으라고 조언했다. 책에는 각 연구소별 과학 저자를 정리한 표도 넣었다.(pp 169~170) 그 중 한 명이 '우주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책을 쓴 한국천문연구원 황정아 박사다.

저자 황 박사는 이미 유명 인물이다. 그는 KAIST 물리학과 대학원 시절부터 인공위성을 만들었으며,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 등장한 4차원 소녀의 실제 모델이다. 2013년에는 올해의 멘토로 장관 표창을 받았고, 2016년에는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북극항공로의 우주방사선 안전기준 및 관리정책을 연구해 관련법의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황 박사가 그의 두 번째 책 '우주날씨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 책은 오로라를 비롯해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태양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태양이 내뿜는 자기장과 방사선 폭풍, 전파의 세기에 따라 태양과 지구 사이의 우주날씨가 달라진다는 게 책의 요지다.

이 책은 풍부한 그림과 도표가 우주날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나는 책을 읽으며 다치바나 다카시의 과학책을 읽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는 언젠가 과학책은 글을 읽기보다 그림과 도표를 훑어보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우주날씨 이야기'에서 그림과 도표가 돋보이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지구 자기권 종단면(p 70), 대기권 분류(p 97), 우주환경의 피해(p 118), 우주환경 예보 일지(p 123), 우주방사선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p207), 수명이 다한 위성의 잔해물 상상도(p 225), 목성 자기권의 구조를 상상한 그림(p 243), 태양권의 구조(p 258), 오르트 구름이 있다고 여겨지는 곳(p 263) 등이다.

천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우주날씨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위에서 소개한 그림과 도표 때문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었지만 과학책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독자는 글보다 그림, 도표를 보면서 책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독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날씨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구날씨와 달리 우주날씨는 통신 장애, 위성항법장치 오류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은 우주날씨를 예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단 한 번의 강력한 태양활동으로 전기시설과 무선통신, 인공위성과 같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 황 박사는 왜 내일 지구날씨도 모르고 일기예보도 자주 틀리는 상황에서 우주날씨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걸까? 그것은 인공위성이 우주날씨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태양은 끊임없이 폭발하며 고에너지를 내뿜고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굳이 우주날씨까지 알아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우주날씨 이야기'를 읽은 후 그런 의문은 해소됐다. 우리가 우주날씨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인공위성의 방사선 피해, 항공기의 우주방사선 노출 문제뿐 아니라 GPS 통신장애, 지상 전력망 손실 등 다양하다. 지구인은 이미 우주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저자는 우주 방사선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우주 방사선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위험한 존재다. 그는 2008년 한 방송사와 북극 항로에서의 우주 방사선 피폭 문제와 관련해 인터뷰를 한 것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소개한다.

북극 항로는 북극해를 지나기 때문에 일반 항공로보다 비행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비행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유류비를 아껴 승객과 화물을 더 실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우주 방사선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우주날씨 이야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오로라도 소개된다. 오로라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출렁이는 초록색의 경이로운 빛을 말한다.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오로라를 직접 보는 것을 인생의 버킷리스트에 넣는 사람도 많다.

이 책에는 명왕성 얘기도 나온다. 명왕성은 2006년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자신의 궤도에서 다른 천체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 태양계의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다. 명왕성은 더 이상 태양계 행성이 아니다.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된 명왕성은 현재 '왜소행성 134340'이라고 불린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저자가 명왕성을 너무 길게 설명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럴까? 그러다가 문득 그 이유를 알았다. '우주날씨 이야기'를 출간한 출판사 이름이 플루토(pluto, 명왕성)이기 때문이 아닐까?(이건 물론 농담이다.)

친절한 황 박사와 우주를 여행하던 나의 상상력은 이제 왜소행성으로 추락한 명왕성과 출판사 이름과 연계시키기에 이르렀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 술 더 떠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134340을 떠올렸다.

BTS의 134340을 들으며, 지구에서 벗어나 우주를 여행하며, 행성자격을 상실한 명왕성의 슬픈(?) 얘기를 읽은 것은 어떨까?

'나에겐 이름이 없구나
나도 너의 별이었는데

나의 계절은 언제나 너였어
내 차가운 심장은 영하 248도.'

나는 아직 이렇게 멋진 책을 쓴 황 박사를 만난 적이 없다. 최근 그는 대덕연구단지에서 강연을 했는데 나는 다른 일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강연 영상을 봤다. '우주날씨 이야기'를 읽기 전후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보면 책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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