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칠 오픈엠 대표···10년 개발 오픈캐스트 시장 진출
뭐든지 맞출 수 있어···맞춤형 보호장비 제작 시도
기업은 기술 가져다 팔고 이익 공유···플랫폼 사업 추진
포털사이트 블로그에는 오픈캐스트를 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는 사용자들의 후기와 어느 병원에서 시술받을 수 있냐는 댓글이 쌓이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모델이 오픈캐스트를 장착하고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오픈캐스트가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오픈캐스트는 그물 구조의 플라스틱 판이다. 가로 20cm, 세로 40cm 정도 크기의 오픈캐스트를 가열하면 말랑한 재질로 변한다. 판 2개를 팔이나 다리에 감싸서 핀으로 고정하면 5분 안에 플라스틱이 굳으면서 깁스가 완성된다.
박종칠 오픈엠 대표는 모양을 변형할 수 있으면서 방수성인 소재와 공기가 통하는 마름모 구조를 조합해 오픈캐스트를 만들었다. 개발에만 10년이 걸렸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들은 오픈캐스트의 장점으로 '방수'를 가장 먼저 꼽는다. 여름철에 특히 사용하기 편하고 깁스를 한 채로 샤워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대다수. 여행 전날 팔이 부러져 오픈캐스트를 했다는 한 사용자는 휴가지에서 수영하는 사진을 박 대표에게 보내기도 했다.
단점이라면 오픈캐스트의 가격이 통깁스의 10배라는 것. 그러나 지난 8월 의료보험 적용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박 대표는 "통깁스를 하면 피부가 썩고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이 든다. 당뇨 환자들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며 "방수도 장점이지만 오픈캐스트가 시술 부위를 보여준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이는 깁스를 깁스의 새로운 표준으로 만드는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밝혔다.
◆ 시작은 깁스, 맞춤형 제품 무궁무진···플랫폼 사업 도전
오픈캐스트의 시작은 깁스였는데 적용할 곳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맞춤'이 가능하기 때문.
오픈엠은 흉부를 고정하는 브레이스와 목보호대 등 의료용 고정기기 제품도 준비 중이다. 측정, 생산, 배달까지 20분 안에 가능하다.
박 대표는 "만들다 보니 뭐든지 맞출 수 있겠구나 싶어 다양한 제품을 시도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의료용 고정기기의 크기는 대·중·소만 있었는데 자신의 몸에 딱 맞는 맞춤형 기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한 교수의 제안으로 수개월 동안 고관절 수술 부위를 고정해야 하는 영유아의 불편함을 해소할 오픈캐스트도 계획 중이다.
오픈캐스트는 꼭 환자만 해야 할까? 박 대표는 발상을 전환해 스포츠·군용 헬멧과 아대 등 보호장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프로 선수나 개인용 특별 장비를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제품 제작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예상하는 오픈캐스트 시장은 작지 않다. 그에 따르면 연간 국내 골절 환자는 100만 명, 세계 환자는 1억 명이다. 이 중 3~5%가 오픈캐스트 깁스를 이용하면 약 6천 억 원에서 1조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여기에 비의료용 스포츠용품이 추가되면 시장은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다양한 응용 제품을 오픈엠이 자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엠은 각 제품에 맞는 오픈캐스트 틀을 제공하고, 생산과 판매는 협력사가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오픈엠이 손목 아대용 오픈캐스트를 만들면 스포츠용품 기업이 이후 단계를 진행한다. 오픈엠이 오픈캐스트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여러 기업들이 기술만 가져가 활용하고, 판매 이익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박 대표는 "매장을 개설하는 대신 신제품과 기술에 더 투자할 것"이라며 "우리는 플랫폼이 되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플랫폼 사업 모델은 우리 기술이 독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뭐든지 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장점"이라며 "중소기업은 남들이 베끼기 어려운 대체 불가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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