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열린포럼 '소재부품 국산화, 대덕은 어떻게 기여할까' 논의
"단기간 극복은 불가능, 깊게 현실분석하고 육성해야"
"소재-부품-장비-시스템-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생태계를 대덕특구에서 만들자"

"일본 과학계는 높은 내부 신뢰를 보입니다. 우리는 왜 안 될까요?" 대덕열린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모두에게 물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일본 과학계는 높은 내부 신뢰를 보입니다. 우리는 왜 안 될까요?" 대덕열린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모두에게 물었다 <사진=윤병철 기자>
지난 7월 일본의 급작스러운 화이트리스트 발표로부터 두달 동안 한국 과학기술계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8월 KAIST가 133인의 교수진이 동원된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발족하고, 각 정부출연연구소도 기술지원에 박차를 가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발 수출규제에 대해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24일 TBC 콜라보홀에서 열린 대덕열린포럼은 이런 동향을 확인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덕특구가 기여할 방안을 토론했다. 

◆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국가적 기술 축적과 전승 고민해야"

발제에 나선 최성율 KAIST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장은 "현재의 위기로 과학기술산업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 시스템을 들여다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단장은 국내 산업의 대외 의존도, 유독 일본 의존도가 높은 통계를 소개했다. 반도체 제조용장비가 전체 수입비중의 33.8%에 달하고, 플루오린·에칭가스·리지스트는 거의 일본산 수입에 의존한다. 이 품목들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제조의 필수재다. 

그동안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50% 정도로, 관련 장비 국산화율은 18%에 그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주로 소자 업종에 몰려있고 나머지는 외산에 의존한다. 게다가 각국이 최근 보호무역 주의로 흐르면서 급작스러운 수출규제는 언제 어디서도 일어날 수 있다. 

최 단장은 "이런 상황으로 우리는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적인 시스템을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공이산의 심정으로 대를 이어 기술을 축적하고 전승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소재부품···"세계화 목표로 꾸준하고 은밀하게 육성해야"

최두선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방안을 소개했다. 최 박사는 "소재부품은 정부 기대처럼 1~2년에 문제가 절대 해소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소재부품은 변화가 상당히 빨라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변화를 유도한다. 나일론과 플라스틱, 랜카드가 그랬다. 삼성의 LCD용 유리기판처럼 1등 기술은 블루오션을 독점하기도 한다. 

이 분야는 선진국 산업의 척도다.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성을 만족해야 하며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야 가능하다. 선진국은 핵심 소재부품을 만들고 조립은 중진국 몫이다. 아무나 할 수 없기에 경제 위기에도 안정적이며 부가가치도 크다. 

한국도 단계별 부품소재 육성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앞뒤로 꽉 막힌 상태다. 가격은 싸면서 품질이 유사한 중국이 바로 뒤에 있고, 가격은 약간 높지만 고품질을 유지하는 기술선진국은 앞을 비켜주지 않는다.

최 박사는 "현재 소재부품 위기를 기업에 대고 1년만 버티라는 말은, 기술개발과 기술이전, 상용화와 최종 시장 진출에 이르는 단계별 죽음의 계곡을 모르는 소리"라며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분야의 위기를 말하고 대처를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 무관심으로 번번이 유지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감정보다 이성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시장의 주인인 기업에 주도권을 맡겨야 한다"며 "기술의 신뢰성을 끌어올릴 양산화 기술을 확보하는 인프라를 도와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며, 세계화를 목표로 꾸준하고 은밀하게 육성을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금이 벽 허물고 머리 맞댈 좋은 기회"

왼쪽부터) 최두선 기계연 박사, 최성율 KAIST 교수, 오대곤 ETRI 박사, 김동균 그린광학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왼쪽부터) 최두선 기계연 박사, 최성율 KAIST 교수, 오대곤 ETRI 박사, 김동균 그린광학 대표 <사진=윤병철 기자>
발제 후 산학연 관계자들이 토크콘서트를 나눴다. 오대곤 ETRI 책임연구원은 "우리도 원천기술하자고 시스템을 들여다보니 결국 핵심 소재에서 막히더라"며 "이종기술 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소재를 찾고, 소재-부품-시스템-장비-서비스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생태계를 대덕특구에서 만들자"고 역설했다. 

김동균 그린광학 대표는 "광학분야 아시아 최고를 목표로 일본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래서 일본도 독일 장비를 쓴다는 빈틈을 찾고, 우리도 독일 장비를 들여와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면밀히 대처하면 승산은 있다"고 기대했다. 

최두선 책임연구원은 "정부 연구개발 사업을 보면 연구기간 10개월 주고 실증하라는 기획을 남발한다. 진득하게 고민하고, 지금 있는 구조를 다 깨야 한다"고 지적하며 "우리끼리도 신뢰가 없다. 지금이 서로 벽을 허물고 머리를 맞댈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최성율 단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에 일본의 가내수공업 부품이 들어간다. 그런 식으로 대기업 네트워크를 열어 중소기업이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성과를 거둔 기업들이 자체 지주회사 그룹을 형성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10월 22일 열릴 대덕열린포럼은 'AI 시대, 대덕특구 어떻게 주도할까?'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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