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장관 20일 취임 후 대덕 첫 방문···화학연 생산시설 둘러보고 실무자와 대화
기관장 만남 취소되고 출연연 노동조합 위원장과 비공개 만남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대덕을 찾았다. 취임이후 첫 방문이다. 연구현장을 둘러보기 전 최 장관은 출연연과의 소통강화를 이유로 출연연 노동조합 위원장들을 비공개로 만났다.

20일 화학연을 찾은 최 장관은 소재·부품·장비 관련 출연연, 산업체, 대학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날 경기도 소재 반도체 기업 방문에 이은 현장 중심 행보다. 이날 화학연에서도 불소수지 제조시설 방문과 함께 실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국가 현안에 대응하고, 현장을 자주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서 열린 노조와의 비공개 간담회에는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전국공공연구노조, ETRI 노동조합, 우리기초노동조합, 열린노동조합, 바른노동조합 등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PBS 제도,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등의 이슈가 제기됐다. 

연구현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한 노조 위원장은 "전임 장관도 노조를 찾지 않았는데 기관장을 만나기도 전에 이렇게 노조를 찾아 연구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노조 위원장도 "여러 현안이 있지만 우선 노조의 건의사항을 전달할 수 있어 의미있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연연 기관장이나 국가 현안 관련 연구자를 만나기 전 노조 위원장과의 만남부터 이뤄지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자칫하면 노조가 연구현장을 대변하고, 기관장보다 노조를 중시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에 의하면 이날 출연연 기관장과의 만남이 예정됐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가 현안 관련 정책부서장급 인사를 만나겠다는 이유이나 취소 배경이나 목적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관장과 장관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관 취임식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출연연 기관장들과의 모임이 이뤄지지 못했다. 취임 이후 추석연휴, 소재·부품·장비 관련 현안 등을 이유로 일정이 미뤄진데다 10월초로 예정된 국감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공식 일정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 장관은 간담회 직후 페이스북에 "취임 후 처음으로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하고, 출연연 정책의 본격 추진에 앞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먼저 출연연 노동조합 대표분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신명나는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조뿐만 아니라 연구현장의 주인공인 많은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정책에 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기부 세종시대 도래와 함께 신임 장관 취임으로 지리적·물리적으로 가까워진 세종과 대덕과의 연계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최 장관이 취임사에서 "세종청사시대가 도래해 현장 연구자와 가까이 할 수 있게 되고,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펼칠 기회가 넓어졌다"고 강조한 의지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그 어느때보다 과학계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연구현장의 지속적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연구현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과기부도 이에 맞춰 신진·중견·고경력 연구자들을 향후 계속 만나며 현장 중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출연연 기관장이나 책임자들을 무시하는 형국이 되어서도 안된다. 연구현장의 주인공은 노동조합만이 아니다. 특정 단체나 개인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서도 안된다.

그러한 점에서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요즈마 그룹 회장의 한국 젊은 기업가들과의 대화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을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찾았다. 

지난 1970년부터 50여년간 이스라엘에서는 자체 기술로 브랜드파워를 만들어 기술개발로 발전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이와 함께 정책 변화 없이 예산이 기획·집행되고, 국민들에게도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과기부 장관의 앞으로 행보가 건강한 과학계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문으로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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