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표연구실③]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연구소
역사적 공간과 미래 가치 창출 공간 공존
벽 허물고 토론···직급, 성별 구별 없이 자유 논의

닐스보어연구소에는 다양한 국적의 포스닥생, 박사과정 학생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연구소에는 다양한 국적의 포스닥생, 박사과정 학생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연구자 천국이요? 우리 연구소는 연구와 생활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 표현이 맞다고 봅니다. 연구자들이 좋아서 언제든지 나와서 연구하고, 생각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는 예술가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닐스보어 연구소에는 닐스보어가 니시나요시오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사진도 전시돼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 연구소에는 닐스보어가 니시나요시오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사진도 전시돼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찰스 마커스(Charles M. Marcus) 닐스보어연구소 양자장치센터장은 닐스보어연구소를 대변하는 '연구자 천국'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 위치한 닐스보어연구소는 19세기 초중반 전세계 물리학 발전을 이끈 곳이다. 헨리크 다비드 보어를 비롯해 오게 닐스 보어, 게오르크 헤베시, 벤 모텔손 등 노벨상 수상자만 4명을 배출했다.

RIKEN(일본이화학연구소)의 문화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니시나 요시오(仁科芳雄)는 1920년대 닐스보어가 있던 코펜하겐대에서 연구를 수행한 이후, 리켄에 이를 반영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연구실을 개소했다.

이곳에서 양자물리학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하이젠베르크와 닐스보어를 초청하며 유카와 히데키,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같은 젊은 연구자에게 영향을 끼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원동력이 됐다.  

한 세기가 흐른뒤 닐스보어연구소에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한다. 옛 연구소 공간은 연회장, 사무공간,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산하에 소속된 양자장치센터 등이 전 세계로 확산돼 첨단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닐스보어연구소 옛 연구소 전경. 현재는 전시관, 체험관, 연회장으로 주로 활용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연구소 옛 연구소 전경. 현재는 전시관, 체험관, 연회장으로 주로 활용된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인 닐스 헨리크 다비드 보어를 비롯해 오게 닐스 보어, 게오르크 헤베시, 벤 모텔손을 배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인 닐스 헨리크 다비드 보어를 비롯해 오게 닐스 보어, 게오르크 헤베시, 벤 모텔손을 배출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아인슈타인, 러더포드와 같은 석학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아인슈타인, 러더포드와 같은 석학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사진=강민구 기자>
◆ 각 센터 독립 연구 수행···"자유롭게 교류·토론하며 아이디어 발전"

닐스보어연구소 산하 센터들은 독립적 연구를 수행한다. 다만 1달에 1번씩 인근 공원에 모여 체육행사와 맥주 파티를 열고,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양자장치센터에서도 이러한 연구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펀딩을 받는다. 양자컴퓨터 1호기부터 15호기까지 장치 간 벽도 허물었다. 8개 분야를 3명의 교수가 나눠 맡는데 학생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교수를 찾아 질문할 수 있다. 교수 연구실, 행정실도 열어 놓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토록 했다. 

센터에는 한국계 연구자 1명을 비롯해 27개국에서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소속돼 있다. 직급, 성별, 연령 등에 관계 없이 원하는 연구주제를 포스닥생, 교수 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곳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은 '연구자의 천국'이라는 비유처럼 연구를 마음껏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루카스 스탬퍼(Lukas Stampfer) 학생은 "실험 특성상 8시간이 아니라 더 길어질 수 있어 종종 밤에 연구하기도 한다"면서 "피자, 과일이 제공되고, 때로는 밤에 영화를 함께 보는 시간도 마련돼 마치 집처럼 편하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탈리 피어슨(Natalie Pearson) 박사과정학생도 "닐스보어라는 타이틀이 많은 도움이 되며, '연구자의 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우리들은 행운아"라면서 "우수한 연구자들과 장치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교류하고, 마음껏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닐스보어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루카스 스탬퍼 학생과 나탈리 피어슨 학생.<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연구소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루카스 스탬퍼 학생과 나탈리 피어슨 학생.<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 양자장치센터에서 연구자들이 오가며 대화하는 모습. 원래는 벽이 있었던 공간을 허물었다.<사진=강민구 기자>
닐스보어 양자장치센터에서 연구자들이 오가며 대화하는 모습. 원래는 벽이 있었던 공간을 허물었다.<사진=강민구 기자>
지난 5년간 양자 컴퓨팅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센터는 이에 맞춰 장기적인 기금도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유럽연구위원회(ERC) 등으로부터 장비, 자금을 후원 받는다. 다만 5년전의 높았던 연구성과 기준과 달리 양자컴퓨팅 발전이 정체되면서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찰스 센터장은 "연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게 중요하다"면서 "점잖은 사람은 연구자로 필요가 없다. 연구자 간 소통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토론에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닐스보어연구소가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사실이나, 물리학적 아이디어는 영원할 수 없다"면서 "10년내에도 지속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속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른쪽편에는 소통과 토론,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교수실, 행정지원실이 열려있다. 왼쪽의 연구실의 벽은 모두 허물어 개방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오른쪽편에는 소통과 토론,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교수실, 행정지원실이 열려있다. 왼쪽의 연구실의 벽은 모두 허물어 개방했다.<사진=강민구 기자>

찰스 마커스(Charles M. Marcus) 닐스보어연구소 양자장치센터장.<사진=강민구 기자>
찰스 마커스(Charles M. Marcus) 닐스보어연구소 양자장치센터장.<사진=강민구 기자>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과 더욱 밀접해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진화는 연구실에서 시작되죠. 남다른 연구 문화를 보유한 연구실은 연구성과와 인재 배출의 산실입니다. 대덕넷은 올해 '대한민국 대표연구실' 기획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실 문화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 과학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연구 현장을 심층 취재해 '과학선진국 100년 연구실을 가다' 기획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해외 취재가 순조롭게 완료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최우묵 NIH 박사, 카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 김유수 RIKEN 박사, 스칸디나비아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재독과학기술자협회 등 많은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미국 3편-일본 4편-유럽 3편.<편집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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