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공학한림원·과기한림원 日 수출규제 과기계 대응방안 토론 개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글로벌수준 육성 위한 '중장기 전'"

주제발표를 가진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이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변화를 강조했다.<사진=과기한림원 제공>
주제발표를 가진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이 "세계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변화를 강조했다.<사진=과기한림원 제공>
"일본수출규제는 일본 소재와 IT업체에 부메랑이 될거다. 단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금이라도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장비회사를 글로벌수준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대기업이 참여해야 하며, 대학과 출연연 연구자의 소재부품회사 파견 인정, 집단연구를 통해 빠르게 세계 최고 정밀화학분야를 실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소재 규제에 따른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의 주장이다.

 7일 서울 엘타워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김명자), 한국공학한림원(회장 권오경),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한민구) 등 과학기술계 3대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긴급토론에서 박 회장은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 산업을 글로벌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중장기 전'을 준비해야 할 것"을 피력했다.
 
특히 그는 ▲대기업 참여를 통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장비회사의 글로벌수준 육성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 부품·소재·장비 핵심 기술 지정 ▲정부의 관련 분야 육성 의지와 국가 R&D 예산 증대 ▲1차 2차 테스트베드의 구체적 지원 ▲정부-소재장비 CEO와의 연도별 관련 소재 국산화 R&D 지원 계획제시 ▲인력양성 등을 제안했다.
 
◆ "소재조달 어려움? 이번이 처음 아냐"
 
"동일본 지진 때도 일본으로부터 부품과 소재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준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야말로 장기적 플랜으로 육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부품과 소재조달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IT분야의 전 세계 밸류체인이 붕괴된 적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와 부품, 장비를 50% 이상 수입해왔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도 영향을 받아 국산화 및 국가별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6개월 후 문제가 해결되자 국산화 움직임도 멈췄다. 반면 일본의 닛산과 혼다 등은 한국과 동남아 등 국가 다변화를 추진하거나 공장을 일본 여러 곳에 분산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이렇게 준비를 하는 사이 우리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관련 R&D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과제 수도 반 토막 난 상태였다.
 
그는 정부 R&D투자 하락에 대해 내부 설문 결과를 인용하며 "대기업이 이미 잘하는 분야를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가 의문을 가졌었고, 국내 소재 업체 지원이 결국 대기업 혜택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삭감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관련 R&D는 최근 대폭 삭감됐다. 박 회장은 그 원인으로 "대기업이 이미 잘 하는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출처=발제자료>
우리나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소재 관련 R&D는 최근 대폭 삭감됐다. 박 회장은 그 원인으로 "대기업이 이미 잘 하는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출처=발제자료>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R&D투자는 많이 줄었지만 최근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를 우려하며 R&D 지원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박 회장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적 글로벌 수준의 국내업체 육성과 중장기적 계획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국 업체를 국가 다변화 업체 중 하나로 선정해야하고 선정된 업체들이 대기업과 정부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 부품·소재·장비 핵심 기술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동일본 지진 때도 일본으로부터 부품과 소재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준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에야말로 장기적 플렌으로 육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동일본 지진 때도 일본으로부터 부품과 소재조달의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준비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에야말로 장기적 플렌으로 육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사진= 과기한림원 제공>
인력양성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 회장이 제시한 서울대 반도체 인력 배출기록에 따르면 2006년 97명에서 2016년 23명으로 10년간 77%가 감소했다. 이에 국내 관련 업체에서는 우수한 R&D 인력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는 "소재 및 부분품 기업의 R&D 인력 수급 어려움이 있고, 국책 인력양성 사업을 통해 양성된 인력들도 상당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도 "업체의 과제 개발에 대한 의지와 정부 지원이 동시에 발생하면 필요 인원도 같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범국가적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육성 R&D 추진을 위해 대학 교수, 출연연 연구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장비회사 R&D 센터 파견 근무 허용할 것과 국가 핵심 소재·부품·장비 분야별 사업단 형식으로 국가 R&D 추진 및 수요기업(대기업) 참여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정부에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참조할 것을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통해 2025년까지 관련 분야에 170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품 자급률을 현 15%에서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것이 실현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중 한 곳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1993년 스미토모화학이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제조공장의 폭발사고의 충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해당 사업을 대만회사에 매각한 사례를 들며 "일본수출규제는 일본 소재와 IT업체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업계에서 35년간 몸담으며 여러 위기를 보았지만 기업들은 반드시 극복 해왔다.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이를 극복하면 결국 일본에 충격이 갈 것"이라면서 "국가 비상상태인 만큼 시급한 3개 소재개발을 위해 잠시 주 52시간을 잠시 예외 시키는 것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발표에 공감하며 싸고 품질이 좋은 국산화와 과학기술계의 협력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토론했다.<사진=과기한림원 제공>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발표에 공감하며 싸고 품질이 좋은 국산화와 과학기술계의 협력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해 토론했다.<사진=과기한림원 제공>
이어진 토론에서 수출규제 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산을 공급하는 솔브레인 박영수 부사장은 소재 국산화의 가장 큰 방향으로 "국내업체가 가장 좋은 부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최고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규모 경제와 가격경쟁력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라며 "국산화 기술개발을 성공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를 만드는데,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신규 국산화 이상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부사장은 솔브레인이 준비 중인 내부 개발정책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솔브레인은 일본업체로부터 소재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기는 하지만 6년 전부터 불화수소산정제공정을 운영하며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그는 "생산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산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제공하고 있다. 정제 생산기술이나 노하우를 통해 제2공장을 9월 완공목표로 하고 있다"며 "규제로 인해 일본에서 수입이 안 되더라도 고객사 물량공급에 차질 없게 하도록 시나리오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단 가스를 공급한 적이 없어 운반 부품 등 이슈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화수소산 가스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메카로 사장은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장비 부품의 국산화는 기업에 맡겨져 왔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해당 라운드를 키우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다"면서 "반도체 공정 특성상 부품 재료 하나가 바뀌면 치명적인 만큼 검증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국산화가 가까운 시일 내 되긴 어렵겠지만 국산화가 되기까지 실패에 대한 관용을 베풀어주면 소자업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테스트베드를 통해 개발완성도를 높이면서 우수인력들을 흡수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국산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산화를 했을 때 대기업들이 여전히 1등을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국산화하면 일본이 가만히 있을까 등을 기반을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반도체 시장에서 1등을 하기까지 정말 운이 좋았다. 이제는 우리보다 30배 큰 나라(중국)가 더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제 공식이 바뀌어야 한다. 모방이 아닌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대기업, 국가, 공무원 등이 리스크를 지고 중소기업은 속도와 시간을 극복해주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성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평가에서 가장 좋게 평가되는 것은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이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연구보다는 나노, 바이오연구를 하게된다"며 평가시스템의 변화를 제안했다.
 
최지선 로앤사이언스 법률사무소변호사는 과기출연기관법의 개정을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현 사태와 관련해 여러 출연연이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과기출연기관법은 출연협의나 공동연구 등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 컨트롤타워 육성 관련 내용이 완전히 공백이다.

그는 "이 부분 개정해 출연연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유기적 능동적 움직이게 하면 대기업 중소기업과 출연연 중요 매개체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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