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IBS 과학문화센터서 '사이언스 슬램 D' 행사 개최
과학으로 실생활·환경 문제 해결···다양한 시청각 자료로 청중 이해도 ↑

"오늘 주머니에 콩을 가져왔어요. 지금은 이게 뭔가 싶겠지만 발표가 끝나면 여러분은 아마 이 콩을 집에 가져가고 싶을 거예요. 여러분도 콩나무처럼 꿈을 키우고 쑥쑥 자라나길 바랍니다."

별세포부터 바이오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여름밤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흥미로운 발표에 관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갈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왼쪽부터) 조영식 박사, 황성연 박사, 전희정 박사, 권요셉 박사, 이윤희 박사. <사진=정민아 기자>
(왼쪽부터) 조영식 박사, 황성연 박사, 전희정 박사, 권요셉 박사, 이윤희 박사. <사진=정민아 기자>
18일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사이언스 슬램 D'가 진행됐다. ▲조영식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전희정 IBS 박사 ▲권요셉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 ▲이윤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가 이달의 발표자로 나서 과학지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진행 중인 연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조영식 박사는 MRI의 부피를 줄이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MRI는 높이가 2m 50cm, 무게가 10t에 육박하는 '뚱뚱한' 기계다. 조 박사는 "MRI의 부피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20년 동안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MRI의 초전도선을 둘러싸고 있던 구리의 양을 줄이면서 발열문제까지 해결한 '스마트 인슐레이션 초전도 전자석'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MRI는 정밀도가 1.5T(테슬라) 수준인데 7T가 되면 진단이 훨씬 정확해지고 14T 정도면 마음까지도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해 청중들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황성연 박사는 환경을 지키는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일어났을 때부터 잠들 때까지 한순간이라도 플라스틱을 멀리한 적이 있는지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어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에 살면서 많은 혜택을 누렸지만 이로 인해 동물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새로 개발된 '슈퍼 바이오 플라스틱'은 단기간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친환경적이고 기존의 석유계 플라스틱보다 훨씬 강한 성능을 보인다. 또한 300도에서 열을 견디면서도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검출되지 않는다. 그는 "플라스틱은 과학이 만들었기 때문에 과학으로 플라스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희정 박사는 별세포와 치매의 관계를 청중에게 설명했다. 비신경세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별세포는 거의 모든 뇌 기능에 관여하며 인지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사회가 급격한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매 인구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별세포가 원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그는 선택적으로 반응성 별세포를 유도하는 유전자 변형 생쥐를 만들어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가 죽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에 반응성 별세포를 치매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가정하고 정확한 발생기작을 연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권요셉 박사는 콩을 이용한 바이러스 제어법을 소개했다. 그는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소재로 바이러스를 예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콩을 연구 소재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콩 200개를 조사해 바이러스에 잘 붙는 단백질을 찾아냈으며 콩의 단백질과 휴먼 노로바이러스의 특정 결합 위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거품비누에 콩 소재를 넣었더니 알코올보다 중화를 잘 시키고 물비누보다 세정력이 뛰어났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업 세 군데에 지원을 요청해 소독제를 전달했다. 이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고 청중들은 열띤 환호로 감사인사를 대신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이윤희 박사는 상온에서 초고압을 이용해 얼음을 만드는 기술을 소개하며 다양한 극한연구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극한이란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기존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초고온, 초고압, 초고농도 환경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고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탐구를 진행하는 게 극한연구의 최종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용액 결정화 과정의 구조측정, 동적 초고압 등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연구에 대한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사이드미러에 빗방울이 달라붙어 얼어붙는 것처럼 극한상황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고 관련 기술도 상용화될 수 있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떤 발표가 제일 좋았어?" 의견을 주고받는 학생들. <사진=정민아 기자>
"어떤 발표가 제일 좋았어?" 의견을 주고받는 학생들. <사진=정민아 기자>
발표가 모두 끝나고 청중들은 함께 토의하며 의견을 공유했다. 뒤이어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발표자에게 소감을 전하고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청중들은 "박사님이 꼭 1등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유용한 연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초등학교에 와서 꼭 수업해주세요" 등 만족스러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해 발표자들을 미소짓게 했다.

투표 결과 권요셉 박사가 이달의 우승자로 선정됐다. 그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바쁜 와중에도 발표를 들으러 와주신 청중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지호 대전 상대초 학생은 "정말 재밌었고 원래 꿈이 요리사였는데 발표를 듣고 나니 과학자도 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사이언스 슬램 D'는 5명의 과학자들이 10분 동안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과학발표 경연 행사로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에 청중이 실시간으로 투표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 다음 회차는 장소를 옮겨 국립중앙과학관에서 8월 22일 진행될 예정이다.

발표자들이 슬램D의 마스코트인 곰인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기자>
발표자들이 슬램D의 마스코트인 곰인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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