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KAIST 문지캠퍼스서 '2019 AI 페스티벌' 열려
서울·대구 등 전국 각지서 1000명 찾아···AI 강연, 예술작품 등 즐겨
"AI는 현실···내년 행사 확대 기대"

'AI 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찾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AI 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찾았다. <사진=김인한 기자>
지난 6일 KAIST 문지캠퍼스. 사람이 앉지 않은 피아노에서 건반이 스스로 움직이자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피아노가 스스로 연주하는 음율이 건물에 울려 퍼졌다. 과학자가 직접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AI 피아노 합주가 이어질 땐 실내 분위기가 정점을 찍었다.

'2019 AI 페스티벌'이 열린 이날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는 전국 각지 600여 명이 몰렸다. 참석자들은 초·중·고·대학생은 물론 은퇴한 70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거나 창가에 서서 강연을 듣기도 했다. 외국인 기업가,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현실로 다가온 AI 모습을 공유하며 참가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AI는 인류 최대 혁명이며, 소프트뱅크는 AI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AI는 인류 최대 혁명이며, 소프트뱅크는 AI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번 행사는 대전의 산학연관과 소프트뱅크벤처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의미를 더했다. 특히 과학기술 중심지 대덕에서 AI 페스티벌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며 이목이 쏠렸다. 페스티벌은 'AI의 적용'과 '삶의 관계' 세션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인공지능은 인류 최대 혁명이며 모든 산업에서 AI 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AI가 기존 산업의 질서를 재정의하고 있고, 과학기술 인력이 모여 있는 대덕에서 이와 관련된 행사가 열려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19 AI 페스티벌' 중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투자한 AI 기업 소개<영상=  대덕넷 뉴미디어 팀>         
 

6일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AI 페스티벌'에는 AI 음악·아뜰리에, 코딩대회, AI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체험거리, 볼거리가 준비됐다. <사진=정민아 수습기자>
6일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AI 페스티벌'에는 AI 음악·아뜰리에, 코딩대회, AI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체험거리, 볼거리가 준비됐다. <사진=정민아 수습기자>
◆"목소리 학습해 사망자도 부활시키고, 인간이 보지 못한것도 찾아내"

왼쪽상단부터 정지훈 교수, 닉힐 제인 오벤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왼쪽 하단부터 민현석 토모큐브 박사, 민완기 스페클립스 이사가 각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AI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왼쪽상단부터 정지훈 교수, 닉힐 제인 오벤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왼쪽 하단부터 민현석 토모큐브 박사, 민완기 스페클립스 이사가 각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 AI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인공지능은 이미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하며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가 투자한 기업의 전문가들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AI 사례를 소개했다.

AI는 목소리만으로 이를 학습해 현실과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전달하고, 각종 의료 분야에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의 육성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이들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 닉힐 자인(Nikhil Jain) 오벤 대표는 "아들을 보며 출장간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줄 방법이 없을까라는 생각에 개인용 인공지능 기업을 만들게 됐다"면서 "몇개 문장을 인공지능이 학습해 모방하고, 아바타를 활용해 현실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이를 먹방, TV쇼, AI앵커 등에 관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를 보조해 정밀의료 시대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KAIST 석박사생을 중심으로 창업한 루닛은 암진단 검사의 정확도 향상을 이끌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해 영상의학과 전문의 절반이 찾지 못한 폐암 환자의 횡격막 속 암을 찾아내는 등 인간의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폐암 환자 면역 항암제 투약 가능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는 등 의료 데이터 통합 플랫폼 개발로 개인 맞춤형 치료를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암 세포 움직임을 확인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CT 촬영 원리와 AI가 결합된 토모큐브 기술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민현석 토모큐브 AI팀 팀장은 "토모큐브가 개발한 현미경은 촬영하는데 0.2초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실시간 촬영과 기록이 가능하다"며 "이렇게 되면 암세포가 항암세포에게 공격당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현석 팀장은 "현미경은 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렌즈에 이물질이 묻지만, AI 툴을 활용하면서 세포와 이물질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세포 정보를 보여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토모큐브 현미경은 패혈증 진단에도 활용된다. 보통 패혈증 검사는 이틀 정도 소요되지만 토모큐브 현미경을 활용하면 0.2초 만에 촬영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패혈증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1분 만에 볼 수 있게 됐다. 민현석 팀장은 "AI와 현미경 기술이 접목돼 높은 정확도를 보이고, 1분 안에 어떤 박테리아에 의해 패혈증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는 "일상생활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공상과학속 미래가 현실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인공지능 혁명의 지휘자 역할을 하며, AI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우리 삶과의 관계는? "음악,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에 접목되며 활용성 커져"

인공지능은 사진편집, 음악, 로보틱스, 예술작품, 건강지킴이로서 영역을 확장하며 활용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조영주 ETRI 연구원은 사진 편집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사례를 소개하며 "2014년 이후 해상도, 노이즈 캔슬 등에 성공하며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실제 사진과 같거나 예술적 가치가 있도록 확장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사용자 입력에 반응하며 학습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다"면서 "기존에 포토샵이 수일 걸려 하는 작업을 몇분 안에 할 수 있을 정도로 활용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달리 예술에 접목되는 인공지능에 인간의 적극적 개입도 요구하는 추세다. 이수진 인공지능연구원 연구원은 "인공지능 기술은 예술과 결합해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화풍, 대상, 재배치 관련 인간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예술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옥 서울대학교 의대 재학생은 "비보잉을 하는 입장에서 아티스트로 인공지능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려 한다"면서 "음악에 맞게 춤을 추고, 데이터를 뽑아 새로운 동작에 응용하고, 비보잉 동작을 인공지능이 배울 수 있도록 연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I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발표도 진행됐다. 김윤기, 강태원, 지영채, 이채영, 정선우 학생이 AI를 통해 만들고 있는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보는 게임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정선우 학생은 "게임의 규모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게임을 테스팅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고 있따.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데이터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일부"라며 "머신러닝이 기존 방식을 대체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을 해줌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해졌다"고 소개했다.

행사를 지켜본 참가자들은 "AI 분야에서 한국이 많이 뒤쳐졌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AI 분야에서 만드는 성과를 보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상단은 수원 영덕고등학교 학생들, 하단은 대구 대건고등학교 학생들. 이들은 각각 소프트웨어 동아리, 딥러닝 동아리에서 AI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상단은 수원 영덕고등학교 학생들, 하단은 대구 대건고등학교 학생들. 이들은 각각 소프트웨어 동아리, 딥러닝 동아리에서 AI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Young AI Scientist' 세션에서 학생들이 각자 공부해온 AI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선우, 지영채, 김윤기, 이채영, 강태원 학생. <사진=김인한 기자>
'Young AI Scientist' 세션에서 학생들이 각자 공부해온 AI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선우, 지영채, 김윤기, 이채영, 강태원 학생. <사진=김인한 기자>
◆참가자들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 변화 고민 시간···내년 행사 확대 기대"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가 인공지능이 현황과 미래를 알아보는 시간이 됐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행사가 대덕에서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성지원 단국대 학생은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행사장을 찾았고, 고등학생의 AI 도전기를 비롯해 젊은 연구자들의 토크가 인상적이었다"면서 "내년에는 코딩, 인공지능 입무자를 위한 강연이 보다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AI 관심은 세대를 초월했다. 칠순을 앞둔 정명순 씨(대전 유성구)는 이날 행사에 가장 먼저 등록하면서 "정년 퇴임 후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는데 AI를 체험하고 강연하면 더 실감나는 강연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전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참가자들이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로에 AI 활용을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는 학생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수원 영덕고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 동아리를 함께 하는 정환웅·채명주·주효민 학생은 "서울이나 경기권에도 일부 AI 행사가 있지만 이처럼 산업체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현장감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대덕을 찾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AI가 바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고 평했다. 

신석재 대구 대건고 학생은 "AI 강연을 듣고 제가 가진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대전까지 오게 됐다"며 "앞으로 건축과 AI를 접목하는 기술을 구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재원 김해 계동초 학생은 "방학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새벽부터 출발해 행사장을 찾았다"면서 "AI가 이렇게 많은 분야에 접목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AI가 우리 삶을 도와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9 AI 페스티벌'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KAIST ▲마이크로소프트 ▲ETR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코아텍 ▲IFT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쎄트렉아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에스엠인스트루먼트 ▲한스코 ▲대전광역시 ▲AI프렌즈 ▲대덕넷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AI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내년 7월 이를 'AI Festival Week'로 이를 확대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AI 미래를 전망하는 토크 콘서트도 진행됐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장영재 KAIST 교수, 이정원 ETRI 박사, 김세욱 서울대의대생이 패널로 참가해 청중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아래는 패널-청중 간 질의응답한 일부 내용.

Q. 미래 AI 활용 분야는?

장영재=물류 분야를 말씀드리겠다. 수십 년 동안 학문적으로 정체됐던 분야에서 획기적인 진전(breakthrough)이 일어나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서다. 수십 년간 정체된 것들이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이런 측면을 보면 AI를 활용해 모든 분야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되는 영역은 기존의 것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정도로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실제로 AI를 도입한 중견기업이 일본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AI 활용에서 중요한 건 기존 도메인 지식과 AI 지식의 융합이다. 기존 기술을 확실히 알고 AI가 들어와야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정지훈=AI로 의학 연구를 하다 보면 AI가 데이터만 충분하면 잘못된 것, 이상한 것, 과거에 믿었던 것을 다 찾아낸다. 학문 자체를 어떤 게 병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정하는 방식도 데이터 기반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 의학에 희망적인 변화다. 기술의 발전 단계와 쓸 수 있는 종류에 따라서 활용의 종류와 크기와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헬스케어 일부만 말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분야까지 말하면 활용 폭이 더 넓다.

이용관=최근 투자한 회사를 말씀드리겠다. 토모큐브라는 회사다. 홀로그램을 활용해서 세포를 본다. 보통은 현미경으로 보면 외부만 볼 수 있는데 이걸 홀로그램 현미경으로 보면 내부 구조까지 볼 수 있다. 그동안은 세포의 모양이나 상태를 가지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사람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걸 보게 되면서 AI가 정량화할 수 있는 툴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상의 미생물들을 종뿐만 아니라 이들이 나이 들었을 때 병들었을 때 몸 안에 있는 세포가 병에 걸렸을 때 등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도메인 지식과 AI가 연결이 되기 시작하면 파괴적인 응용들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도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Q. AI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용관=사랑은 '내가 나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또 상대방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게 사랑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Her'라는 영화에서도 오히려 휴대폰이 자신을 더 잘 알잖아요. 우리도 이미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누구하고 관계를 맺으면 몇 년 됐다고 추적해서 띄워준다. 미국 월마트 같은 경우에도 사람들이 검색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이미 맞춤형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우리보다도, 우리는 생업에 열중하느라고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르는데, AI가 이런 나를 잘 지켜보고, 나를 더 이해해주면 오히려 사랑에 대한 것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세욱=블랙미러라는 시리즈를 봤다. 최근 인공지능 스피커가 유명 아이돌의 페르소나로 해서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현실보다 AI 스피커와 교감하게 되고, 더 빠져드는 내용이다. 사람 같은 AI가 만들어질수록 가상의 관계에서, 진실과 가상 사이에서 인간이 혼란을 겪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Q. AI가 들어오면서 지적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업종들이 생겨날 거라고 보는지?

정지훈=기존에 있는 직업군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데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훨씬 많을 거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의대에서 지금까지는 사람 뽑을 때도 수학, 과학 잘하는 사람 위주로 뽑는다. 이렇게 되면 논리적 판단, 질병 진단을 하는 것은 AI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가치가 이전하게 된다. 사람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쪽으로 간다. 감성 상태, 경제적 여건 등을 판단해서 가장 잘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의사가 된다. 그렇게 되면 뽑을 때부터 자질 자체가 달라진다. 역할이 재정의되면서 역할에 변화가 생기는 것. 의사가 없어지진 않을 텐데 하는 일이 달라질 거라는 것이다.

장영재=지금 주신 질문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걸 역사에서 배운다. 다시 한번 과거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19~20세기 역사를 볼 것도 없이 1990년대로 가보겠다. IT 혁신이 있기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1990년대 인터넷이 태동 단계에서 많은 토의가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많은 직업군이 사라졌다. 

보스턴 같은 경우는 서류를 나르는 직업이 많았다. 1990년대 순식간에 그 직업군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직업군들, 인터넷 마케터들 등 다양한 직업군이 생겼다. 인터넷이 태동했을 때 과연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나. 그건 아니었다. 불안하긴 했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직업군을 창조했다. AI를 통해 새로운 직업군이 생길 것이다. 새로움이 나올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고, 그런 곳에서 규제가 많이 없어져야 새로운 것들이 창조된다. 지금 상황, 틀, 경직된 사고로 두려움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지 않나 생각한다. 

Q. 바둑기사들이 알파고를 통해 배운다고 하더라. AI가 지적인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지적 레벨이 조금 안 되던 사람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이정원=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저에게 묻는 이유는?(웃음) 알파고 얘기를 하셨으니깐, 그에 대해서만 답을 드리면, 이세돌 9단을 이겼던 알파고보다 지금의 알파고가 훨씬 잘하고 있다. 알파고는 바둑의 신 반열에 올랐다. 인간들끼리 바둑을 두면 1집, 2집을 다투는데, 지금의 AI 바둑 프로그램이 인간 최고수들에게 2점, 3점을 접어준다. 프로기사들도 인공지능에게 수법들을 배울 정도다. 일부 영역에서는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정지훈=지금 주신 질문이 선입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 되면 'Race Against the Machine'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경쟁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어도 바둑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자동차가 어느 인간보다 빨리 달리지만, 육상 달리기는 이어지고 있다. 인간이 AI와 경쟁해서 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AI를 도구화해서 활용할 수 있는 도전이나 생각들을 하게 돼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가치 이전하게 돼 있다. 경쟁 구도로 봐서 길이 이렇게 갈 거라고 판단하는 건 위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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