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열린포럼 25일 개최···'과기부 세종 이전, 소통 방안 논의'
"과기부 세종 이전은 축복, 현장과 소통 늘어 업무 효율 높아질 것"
이창윤 과기일자리혁신정책관 현장 과학자들과 과학계 현안 토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년간 입주해 있던 정부 과천청사를 떠나 오는 7월 말 과학, 산업계 현장으로 온다. 세종 이전에 따라 과기부가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대덕열린포럼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소통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년간 입주해 있던 정부 과천청사를 떠나 오는 7월 말 과학, 산업계 현장으로 온다. 세종 이전에 따라 과기부가 현장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5일 대덕열린포럼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소통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웃 맞이 분위기는 뜨거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가 6년간 입주해 있던 정부 과천청사를 떠나 오는 7월 말 과학·산업계 현장으로 온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돼 있는 대덕과도 30분 거리가 된다. 새 이웃을 맞이하는 현장 연구자들은 소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5일 '과기부 세종시 이전-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덕열린포럼에선 그 기대감이 곳곳에서 표출됐다. 과학계 종사자 100여 명은 문미옥 1차관과 이창윤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과 직접 인사를 나누며 연구 자율성 등 과학계 현안을 논의했다. 연구자 대부분 과기부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통 기회가 많아지고 그동안 존재했던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미옥 1차관은 세종시 이전에 따라 현장 목소리를 듣고 과학기술 정책을 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문미옥 1차관은 세종시 이전에 따라 현장 목소리를 듣고 과학기술 정책을 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문미옥 1차관도 세종시 이전을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문 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출연연은 우리나라가 산업 발전을 이루는 동안 산업 기술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며 "1세대 연구자, 중견 연구자, 신진 연구자가 연구의 맥을 잇고 있는 현장으로 오게 되면서 과학기술 정책이 가깝게 결합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 차관은 "출연연이 지역, 국가,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연구개발(R&D) 플랫폼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기부도 정책을 잘 만들겠다"며 "출연연에서 만든 연구 결과가 지역에 기여하고, 그동안 구축한 인프라와 기술을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기부는 최근 안산, 김해, 진주, 창원, 포항, 청주 등 6개 지역을 연구개발 강소특구로 지정했다. 기존 5개 특구와 6개 강소특구가 R&D 플랫폼으로서 지역 경제와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지자체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해 혁신을 꾸준히 준비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 특구가 지역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문 차관은 "출연연이 만든 기술과 인프라를 원하는 국가들이 많다"며 "우리 도움을 원하는 국가들에 손을 내밀 수 있는 국제 R&D 플랫폼으로서 출연연이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과학기술로 우리나라 경쟁력을 갖추는 일과 국제 사회와 함께 하는 일도 과학정책의 외형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기부가 올해 집중하고 있는 분야도 소개했다. 그는 기초연구를 위해 예산을 많이 확보하고, 바이오 경제와 우주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모두 발언에 이어 과학정책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이창윤 과기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정책관, 남승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회장, 구자현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정지선 표준연 박사,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가 참가해 정부, 출연연, 기업 입장을 대변했다. 특히 다양한 과학계 현안 건의가 이어졌다. 아래는 토론 내용.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창윤 과기부 과기일자리혁신정책관, 남승훈 연총 회장,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 정지선 표준연 박사, 구자현 KDI 박사. <사진=김인한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창윤 과기부 과기일자리혁신정책관, 남승훈 연총 회장, 박종원 원자력연 박사,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 정지선 표준연 박사, 구자현 KDI 박사. <사진=김인한 기자>
◆"과기부 세종 이전, 소통 늘고 업무 효율 높아질 것"

구자현=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다. KDI는 기획재정부와 일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서울 회의가 많았다. 하지만 세종으로 이전하고 난 뒤에는 소통이 많아졌다. 물리적인 거리가 짧아지면서 업무 효율이 상승했고, 과제도 잘 끝냈던 경험이 있다. 과기부가 내려오면 시어머니 역할을 할거라고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경험으로 보면 소통의 기회가 더 많다.

또 하나, 대전은 4차 산업혁명 도시다. 산업혁명은 생산성의 극대화라고 볼 수 있다. 밖에서 볼 때 대전과 대덕이 연결이 많지 않았다. 거버넌스 문제였다. 대덕은 대전에 있고, 과기부는 서울에 있다. 대전의 시각이 서울로 갈 수밖에 없었다. 과기부가 세종으로 온다는 건 수직에서 수평으로 가는 지점이라고 본다. 과거보다 대전과 대덕이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지고 대전과 대덕의 잠재력이 늘어날 거라고 본다.

남승훈=과기부 세종 이전은 장거리 연애에서 단거리 연애로 바뀌는 상황으로 비유하고 싶다. 장거리 연애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단거리가 되면서 서로 만나서 소통할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돼도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과기부가 세종에 오는 건 축복이라고 본다.

◆현안 건의 이어져···출연연 R&R 정립

남승훈=이전 과기부는 연구 현장에 과학기술 구축에 관심이 많았고 생각에 진정성이 있었다. 상당히 우호적이고 동료의식이 있었다. 예전 과기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과기부가 강조하는 역할과 책임(R&R). 지금 R&R을 보면 지속 가능하면서 임무 중심의 출연연 운영을 위한 국가 과학기술 전략, 운영 전략에 대한 산·학·연·관 합의가 전혀되고 있지 않다. 출연연 하나만 잘하면 우리 과학기술계가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을까. R&R 재정립 과정에서 과기부와 연구회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 

R&R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탓을 할 게 아니라 자성과 소통을 통해서 미래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연구회, 현장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게 되려면 먼저 소통이 돼야 한다. 토론회, 간담회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느냐. 연구 현장에선 안 된다고 한다. 각자 자기 얘기만 하다가 끝나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2, 3차 소통을 지속해야 한다.

세종시로 오는 과기부와 현장 연구자들과 소통만 잘 된다면 많은 지지와 지원을 장담한다. 세종시는 우리 국토 중앙에 있다. 어디서든 찾아가기 좋다. 많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과기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 남 탓할게 아니라 힘을 모아야 한다.  
 
이창윤 과학기술일자리혁신정책관은 이날 현장 연구자들과 과학계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창윤 과학기술일자리혁신정책관은 이날 현장 연구자들과 과학계 현안을 논의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창윤=
1995년도에 과학기술처에 입부했다. 말씀을 들으면서 '그때는 그랬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때는 연구개발 사업과 정책이 지금처럼 복잡다단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호형호제하면서 연구자들이 무슨 연구 하시는지, 고기도 먹어가면서, 같이 밤도 새우면서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각자 처한 현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소통을 하기 위해 서로가 먼저 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들이 현재까지는 어려운 상황으로 흘러갔다. 그러면서 출연연 관련된 이슈들은 하나하나 쌓여만 갔다. 각자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할 기회를 늘려나가야 할 것 같다. 

R&R 문제에 대해서 과기부 역할이 안 보인다는 아쉬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저는 R&R을 기관이 정립하는 데 있어서 개입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미션, 과기부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드는 것이 사실 좋은 정책적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R&R은 내부적인 소통과 의견일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가진 역량을 분석해서 각 기관이 국가 사회적인 수요를 함께 고려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에 대해서 스스로 좌표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생각의 차이가 진작에 같이 공유됐으면 좋았을 것 같다. 수수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자체적으로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미리 밝히지 못한 부분은 불찰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종 이전을 통해 소통을 늘려나가는 과정이 됐으면 한다.

◆연구 자율성, 행정 처리 간소화 의견 피력

박종원=연구소에 있는 절반 이상을 행정 처리하는 데 소모를 한다. 행정 처리가 사실 요즘 정부나 과기부나 연구소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 간소화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구자로서 느끼는 괴리감, 실적 숫자다. 연말에는 숫자를 올려야 한다. 논문 자체를 쓴다기보다는 논문을 몇 개 쓰느냐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굉장한 논문 하나를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거를 잘 분할해서 여러 편의 논문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게 만든다. 연구 자체보다는 실적에 오리엔트 되는 분위기가 훌륭한 연구자를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연구 시간, 저는 연구자에겐 많은 자유도를 부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연구는 엉덩이로 한다고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다고만 해서 연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연구시간이나 조금 더 자유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연구자들도 의욕적으로 연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지선=​개인적으로 칭찬을 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직장 내 어린이집이 엄청나게 생겼다.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 일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있다. 나라에서 젊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과 육아에 훨씬 더 능동적으로 하길 원한다면 그런 부분은 정부에서 팍팍 밀어주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생연구원제도를 시행하고 과기부가 제도를 팔로우업 하고 있는지, 실제로 여건이 개선됐는지 의문이 든다. 제가 만난 학생들은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더라. 실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연구 성과에 직결될 수 있는 외부인력 활용에 유연성을 주면 좋겠다. 

전태균=스타트업 입장에서 연구원과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여태까지 과학기술 체인은 과기부, 연구소, 기업, 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단방향의 기술이전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 같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직접 하기에는 많은 연구소 자체의 계획과 방향성을 돌리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속도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소규모 기업처럼 한 문제를 빠르게 푸는 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구 용역을 맡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자세로 협업해 나가는 방향이 필요하다. 실제화될 수 있는 사례들을 하나씩 협력해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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