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초만에 신소재·악취 해결, '전자선가속기' 무한변신

[현장]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자선실증연구동 방문
10MeV와 2.5MeV 시설 갖춰, 첨단소재 산실로
지난 13일 정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내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을 찾았다. 10 MeV와 2.5MeV 전자선가속기를 갖추고 신소재 분야 실증과 기업을 지원한다. 사진은 10 MeV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 자동차 보닛처럼 대형 실증품에 전자선을 조사하는 시설이다. 김병남 박사(사진)에 의하면 전자선 조사로 더 단단하고 빠르게 경화돼 소재면에서 경쟁력을 갖는다.<사진= 길애경 기자>지난 13일 정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내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을 찾았다. 10 MeV와 2.5MeV 전자선가속기를 갖추고 신소재 분야 실증과 기업을 지원한다. 사진은 10 MeV 가속기 시설을 이용해 자동차 보닛처럼 대형 실증품에 전자선을 조사하는 시설이다. 김병남 박사(사진)에 의하면 전자선 조사로 더 단단하고 빠르게 경화돼 소재면에서 경쟁력을 갖는다.<사진= 길애경 기자>

전라북도 정읍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이하 방사선연구소). 13일 방사선연구소 내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에 들어서니 돔형의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건물 중앙에는 보기에도 두터워 보이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10 MeV(메가전자볼트)와 2.5 MeV 전자선가속기 시설이 우뚝 솟아 있다.

10 MeV 시설 앞쪽에 컨베이어가 설치돼 있고 전자선 처리를 기다리는 박스들이 올려져 천천히 가속기 속으로 이동 중이다. 옆 별도의 컨베이어는 차량용 보닛처럼 대형 물품의 전자선 조사가 가능토록 가속기와 직접 연결돼 있다.

최근 자동차, 항공 우주분야는 가볍고 단단한 첨단 소재가 경쟁력이다. 차량용 보닛은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복합소재를 활용한다. 전자선 조사는 경화 작업을 위해 이뤄진다. 기존 열경화에 비해 전자선 조사는 고른 경화가 장점이다. 무엇보다 수초만에 경화가 이뤄지며 무게도 3분의 1정도로 가볍다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날 실험은 2.5 MeV 가속기를 통해 이뤄졌다. 투명비커와 유리병, 고분자 액체를 담은 카트형 이동기가 천천이 전자선가속기 속으로 이동했다. 전자선 조사후 실험체인 투명 비커와 유리병은 갈색으로 변했다. 액체의 고분자는 고체로 바뀌었다. 물질 특성의 변환이다.

전자선가속기는 신소재 중심의 실증 연구와 기업 지원이 이뤄진다. 자동차, 항공 우주, 의료 기기 등 첨단 신소재 분야 지원으로 기업들의 시제품, 샘플 의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관련 전선 시험 의뢰가 증가했다. 김병남 박사는 "2.5 MeV는 산업계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전기차가 늘면서 내열성 등 실험 의뢰가 많아지고 있어 시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전자선을 조사하면 탄소복합소재의 자동차 보닛도 수초만에 더 단단하고 가볍게 된다. 차량 보닛은 성인 남성이 들어 올릴 수 있다"면서 "탄소복합소재는 자동차, 항공우주, 국방 분야 등에 활용된다. 경량의 고강도 재료인 탄소복합재 실증으로 기술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5 MeV 전자선 가속기에 투명 비커와 병을 넣고(사진 왼쪽) 전자선을 조사하니 갈색(사진 오른쪽)으로 바뀌었다.<사진= 길애경 기자> 2.5 MeV 전자선 가속기에 투명 비커와 병을 넣고(사진 왼쪽) 전자선을 조사하니 갈색(사진 오른쪽)으로 바뀌었다.<사진= 길애경 기자>

◆ 전자선가속기 첨단 소재 이어 자체 개발 0.2MeV 로 악취 뚝

'다목적 전자선실증연구동'은 자동차, 항공우주, 국방 분야 첨단 소재 개발을 위해 대형 전자선실증연구 시설이 필요하다는 방사선 연구계와 산업계의 수요에 의해 탄생했다.

시설 완공까지 약 4년, 예산 190억원(정부 130억원, 전북과 정읍 60억원)이 투입됐다. 장비 20여종이 구축되며 자동차, 의료·생명공학 산업, 항공우주·해양·국방 등 다양한 첨단 신소재 개발과 실증을 지원한다.

전자선가속기는 전자총에서 방출된 전자를 가속시킨다. 전자선은 제품을 투과해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물질 구조와 특성을 바꿔 부가가치를 높인다. 산업계에서 전자선 활용에 주목하는 이유다.

가속된 전자의 에너지 단위는 eV(electron volt, 전자볼트)로 1 eV는 1볼트의 전압으로 전자를 가속해 얻는 에너지다. MeV는 10⁶ eV를 나타낸다. 산업용으로 활용되는 전자선은 10 MeV이하다. 10 MeV를 넘어서면 중성자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자선실증연구동은 고에너지인 10 MeV와 저에너지인 2.5 MeV 전자선가속기를 갖췄다.

10 MeV 전자선가속기는 투과깊이 4~5cm(물 기준), 길이 10m, 폭 2m 까지 전자선 조사가 가능하다. 컨베이어 조사설비와 대형 이송장치를 갖춰 길이 10m의 제품까지 전자선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전자선 조사에 앞서 방사선 차폐 시설도 완전하게 설치했다. 김 박사는 "10 MeV 전자선가속기는 대형 구조물이므로 철문과 콘크리트 두께 3m이상으로 방사선 차폐 시설을 갖췄다"면서 "실시간 측정시 자연 방사선보다 낮게 나온다"고 말했다.

2.5 MeV 전자선 가속기는 상업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두께가 7.5mm이하인 섬유형 제품에 적합하다. 카트 조사설비와 섬유, 튜브 조사설비, 필름 조사설비를 갖춰 첨단 섬유소재, 의료기기 전극용 패치 등에 활용된다.

6월 현재 전자선실증연구동은 방사선·열경화 기술을 적용해 선박 부품, 자동차 내장재 등 첨단소재, 태양전지소재, 의료기기와 조직재생유도제 등 산업체와 출연연 등 14곳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자선실증연구동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소형 전자선가속기를 활용해 악취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산업 발달로 산업현장과 도심, 주택가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악취 문제가 커지고 있다. 김병남 박사에 의하면 전자선실증연구동 연구진은 0.2 MeV 전자선 가속기를 이용해 악취를 99%까지 잡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0.2 MeV 전자선가속기의 크기는 가정용 냉장고 정도. 하수처리장이나 병원 음압실의 악취와 병원균 처리에 사용할 수 있다. 김 박사는 "기존 0.2 MeV 가속기는 투과율이 낮았으나 처리장치를 바꿔 성능을 높였다. 악취제거 효율이 99%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특허는 출원까지 완료, 해외 특허는 준비 중"이라면서 "내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악취는 산업, 가정, 병원 등 환경에 따라 처리 방식이 요구돼 맞춤형 턴키 방식의 전자선 가속기로 제공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 시설 클러스터로 

첨단방사선연구소 내 다목적 전자선가속기가 구축된 건물. 돔형으로 안에는 10 MeV와 2.5 MeV 전자선가속기가 설치돼 있다. 이 연구동에서는 신소재 실증과 기업 지원 역할을 한다.<사진= 원자력연 제공>첨단방사선연구소 내 다목적 전자선가속기가 구축된 건물. 돔형으로 안에는 10 MeV와 2.5 MeV 전자선가속기가 설치돼 있다. 이 연구동에서는 신소재 실증과 기업 지원 역할을 한다.<사진= 원자력연 제공>

다음은 방사선기기팹 센터. 2014년 설립된 이 센터는 방사선 센서 개발과 부품의 국산화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연구팀은 영상 모듈 핵심부품인 반도체 광센서와 신호처리 회로의 차체 설계와 제작에 성공했다.

김한수 방사선기기연구부 박사팀은 "해당 시설의 센서 제작공정과 소재 성능 평가 인프라를 통해 복합방사선 보안검색기용 영상모듈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방사선연구소는 2005년 첫 업무 시작 후 현재는 39만6694m²(약 12만평 규모) 부지에 방사선과학기술 시설과 장비들이 구축되며 연구개발과 산업계 지원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방사선조사시설 준공에 이어 사이클로트론, RI-Biomics 연구동, 방사선육종 연구동, 방사선기기팹, 전자선실증연구동 등 6개의 대형 R&D 시설을 갖췄다. 기초부터 응용, 산업까지 첨단방사선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있는 클러스터로 진화 중이다.

위명환 연구소장은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전사선질증연구동과 기기팹 센터 외에도 방사선조사시설과 사이클로트론, 방사선육종연구동에 이르기까지 방사선에 담긴 놀라운 비밀들을 풀어낸 첨단 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선진국과 함께 세계 방사선과학기술의 한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애경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