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계]오픈채팅방에 CEO·멘토 등 900여명···정보 교류, 상담 활발
웹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 ···"지역도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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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 내용 중 일부다. 한 사람이 질문하면 몇 분 안에 또 다른 참여자가 답변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친구로 추가한 후 개별 대화를 이어간다.

최근 SNS 단톡방이 창업인들의 알짜 정보 창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타트업, 중견 기업인, 멘토, 예비 창업가 등의 정보 교류 장소로 애용되는 플랫폼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일반 단톡방과 달리 온라인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해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자칫 '카톡 지옥'이 될 수도 있지만, 채팅방마다 글 게시 규칙과 에티켓을 지키며 단톡방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창업 관련 최신 정보를 얻고 협력자를 만날 수 있어 정보에 메마른 창업가들은 오히려 자발적으로 단톡방을 찾는다. 참여자가 수백명으로 대규모다 보니 구글과 네이버에서도 찾기 어려운 맞춤형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대구경북창업포럼 오픈채팅방 내용 중. <사진=대구경북포럼 오픈채팅방 캡쳐>
대구경북창업포럼 오픈채팅방 내용 중. <사진=대구경북포럼 오픈채팅방 캡쳐>
◆ 지역 모임 활발···'챗봇' 같은 빠른 답변

경북 지역의 대표 창업가 교류 장은 대구경북창업포럼(일명 대경창포)이다. 대경창포는 한 달에 2번 창업 특강, 오픈 멘토링, 분과별 토론을 진행하는 민간 주도 모임이다. 지역 기업 대표와 15개 협회 임원단 등 200여명이 650여명 기업인을 대상으로 재능기부 멘토링을 한다.  

대경창포는 작년 9월 포럼 발족을 준비하면서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매달 100여명씩 꾸준히 단톡방 참여자가 늘어 현재 인원은 890여명이다. 투자유치, 해외 진출, 미래형자동차, 바이오·물·화학·환경, ICT·AI·SW 등 10여개 분과별 대화방도 마련됐다. 

단톡방 구성원들은 해외 박람회 후기, 사무실 입주 모집 공고, 트렌드 정리 자료 등을 혼자 보기 아깝다며 선뜻 공유한다. 포럼 사무국은 매일 아침 뉴스와 정기 모임 안내를 보낸다. 참여자들의 질문이 올라오면 사무국에서 빠르게 답을 보내 '챗봇(채팅 로봇)'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형식적인 내용 외에도 축하를 보내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금용필 대경창포 의장(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은 "회원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드나들며 대화하는 문화를 추구한다"며 "오픈채팅방의 장점은 창업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신 동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포항 창업카페에서 열린 대구경북창업포럼 포항지부 개소식과 네트워킹 멘토링데이 행사. <사진=대구경북창업포럼 제공>
지난 28일 포항 창업카페에서 열린 대구경북창업포럼 포항지부 개소식과 네트워킹 멘토링데이 행사. <사진=대구경북창업포럼 제공>
부산의 창업가 모임인 '단디벤처포럼'은 부산·경남 지역 청년 창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기업인과 대학생들이 2013년 만든 단체다. 짝수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이 포럼에서는 우수 기업 IR, 예비 창업자·극초기 창업자의 발표회, 네트워킹 등이 진행된다.

올해 4월 포럼이 사단법인으로 전환되면서 혁신창업·스타트업·청년 등 세 가지 분과로 나뉘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이 스타트업을 지도하고, 이들이 다시 창업에 관심 있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단계별 협력을 위해서다.

이와 함께 열린 오픈채팅방에서는 분과별 구성원 160여명이 교류하고 있다. 권영철 단디벤처포럼 회장(젠픽스 대표)은 "수도권처럼 부산과 경남 지역을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보자고 시작된 포럼"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서로 돕고 응원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다. 지난 6년간 포럼에서 활동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4일 동서대학교에서 열린 단디벤처포럼 발대식. <사진=단디벤처포럼 제공>
지난 4월 24일 동서대학교에서 열린 단디벤처포럼 발대식. <사진=단디벤처포럼 제공>
작년 개설된 '전국청년창업가모임'의 오픈채팅방은 대전 기업인 모임에서 출발해 전국 창업가, 멘토, 컨설턴트 등 900여명이 함께하는 온라인 장으로 확장됐다.

​이곳에서는 각종 사업 정보가 오가고 상담, 구인구직, 기업 홍보 등이 이뤄진다. 거대 단톡방에서 파생된 반려동물 아이템과 교육사업·세종시 창업자 관련 소모임 방도 있다. 이와 동시에 운영되는 네이버 밴드에는 단톡방의 주요 정보가 누적된다. 동명 페이스북 그룹에도 청소년·대학생 창업동아리, 청년 스타트업 등 관계자 4000여명이 모여 정보를 나눈다.

전라도 창업가들은 페이스북 공개그룹에 모였다. 그룹 '광주전남창업넷'과 '전북창업넷'은 각각 2015년, 2018년 개설돼 창업 멘토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페이스북 그룹에도 단톡방처럼 참여자들이 글을 올릴 수 있다. 주로 행사 포스터 사진, 영상, 기사 등이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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