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청색기술 전도사 이인식 소장 초청해 '청색기술 혁명' 주제 전문가 포럼 가져
물총새 본뜬 일본 신칸센·환경지킴이 흰개미 원리 활용한 건물 등

이인식 소장은 10일 열린 ETRI 전문가 포럼에서 '청색기술 혁명'을 주제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청색기술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ETRI>
이인식 소장은 10일 열린 ETRI 전문가 포럼에서 '청색기술 혁명'을 주제로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을 위해 청색기술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ETRI>
자연 생태계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 35억년전 시아노박테리아로부터 시작된 생명체는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면서 자연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때문에 자연은 인간의 어떤 발명품보다 안정적이고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된다.

르네상스 시대 과학자, 작가, 발명가이며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자연을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인간이 발명하는 재주가 아무리 다양하다 해도 자연보다는 더 아름답고 더 단순하거나 더 적절한 것을 결코 발명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의 발명에는 부족한 것도 넘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을 선보였던 과학계도 자연 생태계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생명체의 기본 구조와 원리, 자연 현상을 모방한 '청색기술'이 나노과학, 뇌과학, 건축학, 에너지 등 첨단 기술분야에도 활발하게 응용되고 있다.

청색기술은 미래를 담보로 하지 않는 생물 모방에서 시작돼 화석연료를 고갈시키지 않고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이를 사업으로 연계하는 청색경제는 2010년 군터 파울리의 저서 '청색경제: 10년, 100가지 혁신, 1억개 일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군터 파울리는 유한한 자원을 고갈시키는 성장과 소비, 녹색경제의 한계를 지적하며 '청색경제'를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2012년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와 2013년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 저서로 청색기술, 청색경제 알리기를 시작했다. 더디지만 그가 지속해서 청색기술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인류의 미래가 가야 할 방향이라는 판단에서다. 

청색기술 전도사로 불리는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10일 오후 2시 ETRI 7연구동 국제회의실에서 '청색기술 혁명'을 주제로 사례를 설명하고 ETRI가 나가야 할 방향을 조언했다.

이 소장은 "2015년 UN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를 내놓으며 청색기술, 청색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청색기술은 자연을 본떠서 물질을 만들고, 생물을 모방해 로봇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재생에너지와 자연에서 배우는 건축 등 청색기술은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청색 기술은 도꼬마리와 벨크로(찍찍이), 물총새와 일본 신칸센, 도마뱀과 나노 접착제, 흰개미와 냉방 건물, 모르포 나비와 IT 등이다.

일본 신칸센은 고속운행으로 소음이 문제시 됐다. 연구자들은 물총새의 길쭉하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 모양을 본떠 신칸센을 디자인하면서 소음 문제를 해결했다. 도꼬마리는 갈고리를 통해 사람이나 동물에 달라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식물로 이를 이용해 찍찍이로 알려진 벨크로가 탄생했다.

흰개미 둥지는 안정성은 물론 열대기후에서 에어컨 없이도 일정 온도를 유지한다. 흰개미 둥지는 외부 온도가 40도를 넘나 들어도 30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리를 본떠 만든 건축물도 있다.

환경 건축가 믹 피어스는 흰개미 둥지를 모방, 자연통풍으로 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짐바브웨에 위치한 이스트게이트 센터를 디자인했다.

모르포 나비는 날개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이를 IT분야에서 디스플레이 연구에 접목해 연구 중이다. 염료를 사용하지 않고 디스플레이의 각도를 달리해 색을 바꿀 수 있다. 또 전력을 적게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기술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0.5mm의 미생물 물곰은 영하 273도와 영상 151도 상태에서도 생존한다. 이를 모방하면 인류의 우주여행(장시간 가사상태)도 가능할 전망이다. 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냉장고 대신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광합성 나뭇잎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져 2030년께 상용화 될 전망이다.
 
청색기술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스타트업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는 2016년 청색기술 시장을 43억 달러로 발표하며, 2030년에는 1조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청색기술 관련 특허도 매년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는 2010년 14건에서 2015년 56건으로 증가했다.

이 소장은 "청색기술은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자연에서 답을 찾는 기술로 청색경제와 순환경제의 핵심"이라면서 "외국도 하버드 대 등 일부에서만 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다.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고 사례를 구축하며 자료화 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ETRI 등 대덕의 출연연이라면 가능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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