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위상·양자측정 반작용' 관계 규명

연구를 주도한 조영욱 KIST 박사.<사진=KIST 제공>
연구를 주도한 조영욱 KIST 박사.<사진=KIST 제공>
슈퍼컴퓨터로 150년에 걸쳐 계산할 분량을 단 몇 분만에 끝낼 수 있는 양자컴퓨터. 전례없는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해 보건, 금융 등 산업분야에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컴퓨터의 구현을 앞당기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는 조영욱 양자정보연구단 박사팀이 김윤호 포스텍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의 상태를 측정할 때 기하학적 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단위로 기존 컴퓨터의 디지털 비트의 개념이다.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계가 가지는 특성에 대한 근본적 이해와 큐비트에 대한 정밀한 조작과 측정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큐비트에 조작을 가하면 어떤 운동을 한 뒤 다시 기존의 출발했던 위치로 돌아오는데, 그 과정을 기억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기하학적 위상' 현상이라고 한다. 기하학적 위상은 자연계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재료공학, 광학, 양자정보 등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하학적 위상의 응용범위가 양자컴퓨터 구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최근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하학적 위상은 일반적으로 양자상태가 느리게 변화하는 단열과정에서만 발생한다고 여겨졌으나, 즉각적으로 상태가 변화하는 '양자측정'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음이 예견되었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명확하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KIST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큐비트의 양자측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하학적 위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실험적으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양자역학의 원리에 의하면 측정은 반드시 반작용을 동반하며 이를 '측정반작용'이라 하는데 연구진은 양자물리계 이해를 위해 중요한 두 개념인 기하학적 위상과 측정반작용이 서로 밀접한 관계임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큐비트 기반 양자회로를 활용해 이루어졌으며, 국내 연구진의 큐비트 제어 및 측정기술이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영욱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큐비트 양자상태 및 프로세스 검증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라며 "기하학적 위상은 큐비트의 양자적 특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향후 양자컴퓨팅 분야 등 양자정보처리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Nature Phys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