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 소장 "ITER에서 중심축 역할, 해외에서 먼저 인정하죠"
올해 하반기 이온온도 1억도 10초 유지, 2050년 상용화 가능
20일 KSTAR 본격 가동 10주년 기념식 열어

"핵융합연구는 미래 에너지 개발입니다. 지금까지 자원 매장량이 에너지 강국이었다면 앞으로는 핵융합 기술 보유국이 에너지 강국이 될 것입니다. 과학선진국들이 적극 참여하는 이유이죠. 한국의 핵융합 기술 수준은 K-pop의 중심축 방탄소년단에 뒤지지 않습니다."(웃음)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한국형 인공 태양 과학기술 역량이 해외에서 더 높게 평가된다면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에 비유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기술로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가두는 토카막 핵융합장치를 개발했다. 일명,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다.

2008년 첫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한 이후 올해로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 본격 가동 10주년을 맞는다. 과학선진국에 비해 뒤늦은 시작이었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성능플라즈마운전(H-모드) 성공(2010년)과 H-모드 70초 연장(2016년), 난제였던 플라즈마 경계면불안정현상(ELM) 억제(2011년) 등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면서 핵융합 연구의 선두주자가 됐다.

지난해 연말 핵융합연은 KSTAR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태양처럼 핵반응이 가능해지는 온도 근접)에 성공했다. 이온은 전자보다 무거워 온도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핵융합연의 1억도 달성은 유지시간이 1.5초로 아직 짧지만 인공태양의 상용화에 한걸음 성큼 다가선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다. 한국이 핵융합 연구 불모지에서 선두로 우뚝 선 것.

유 소장은 "고성능, 고밀도로 유지할 수 있는 제어기술 등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가열장치 증설 등 장치 업그레이드를 진행해 올해 가을께 이온온도 1억도, 10초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의미를 강조하며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초고온 플라즈마 300초 유지를 목표로 연구에 매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사진=길애경 기자>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사진=길애경 기자>
◆"이론을 현실로, 한국 세라믹 초전도로 핵융합 연구 패러다임 바꿔"

"핵융합은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인 E=mc²로 이론을 1952년 수소폭탄 실험으로 증명했죠. 이후 제어 연구를 하면서 핵융합  연구가 본격화 됐는데 당시에는 상전도 자석인 구리를 사용해서 발열, 저항 등 한계가 있었어요. 한국이 세라믹 초전도 플라즈마 구현에 성공하면서 핵융합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지요."

유석재 소장은 핵융합 연구 과정을 이론부터 실험, 구리를 이용한 상전도 자석, 세라믹을 이용한 저온의 초전도 등 4단계로 구분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0년대 컴퓨터 기술과 소재 공학이 발달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됐고 EU와 일본이 투입대비 출력에너지가 같은 에너지 분기점을 넘어서며 토카막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유 소장은 "이를 시작으로 핵융합 선도국인 미국,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ITER 공동개발 사업이 2006년 출범하게 됐다"면서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세라믹 초전도 토카막 방식인 KSTAR의 성공으로 지금은 ITER의 장치가 한국의 모델을 그대로 하고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저온 초전도 시대가 되면서 연료 가두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한국의 KSTAR 성공으로 일본도 기존 상전도 토카막 방식이 아닌 초전도 토카막 방식의 장치를 짓고 있다. 2020년 완공을  앞둔 상태다.

유 소장은 "연소 실험은 ITER 완공 후 2036~2038년 정도에 이뤄질 예정"이라면서 "핵융합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단계가 남았다. 이부분 연구는 ITER 회원국도 각자하게 되고 정보 공유도 하지 않는다. 실질적인 에너지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는 연료 매장량이 아니라 과학기술 보유국이 에너지 강국

"지금은 자원 매장량으로 에너지 강국이라고 하는데 미래는 핵융합 기술 보유국이 에너지 강국이 될 것입니다."

유 소장은 인류의 지속성을 위한 환경, 자원 문제를 넘어설 궁극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핵융합'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상태로 유리한 입장이다.

그는 "핵융합 발전소는 고밀도의 연료를 모으고 핵융합 반응을 일어나게 하는 기술,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한데 앞에 두가지 기술은 KSTAR을 통해 이미 확보했다"면서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만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열에너지로 바꾸는 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과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8년 ITER에서 동력변환 장치인 블랑켓를 실험하게 된다. 연소 실험 데이터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를 하게 된다. 10년정도 예상하고 있어 2050년정도면 전기생산 검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2038년이면 19년 정도 남았다. 때문에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생산을 실증하는 핵융합실증로 건설에 앞서 연구를 위한 예산, 인력 등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에너지 정책이 기존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소를 대상으로 한다. 이젠 핵융합에너지를 포함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핵융합연, KSTAR 10주년 기념식 성황

핵융합연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코엑스 그랜드 볼룸에서 KSTAR 10주년 기념식과 컨퍼런스 2019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문미옥 차관과 김성수 의원, 신용현 의원, 김경진 의원,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핵융합 기관장과 연구진 산업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에서는 지난 10년간 KSTAR 운전과 연구, 핵심 장치 기술 개발 등에 기여한 국내외 공동연구기관, 연구자, 산업체에게 감사패와 공로상을 시상했다.   

유석재 핵융합연 소장은 "KSTAR가 지난 10년간 달성한 세계적인 연구 성과들은 우리나라가 핵융합 선도국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며 "미래에너지원 개발이라는 핵심 과학기술 분야에서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를 리드하고, 누구보다 먼저 핵융합에너지 실현의 열쇠를 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자 시절 KSTAR 프로젝트 초창기에 참여 한 바 있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인공태양을 목표로 하다보면 중간중간 나온 연구개발 성과들이 산업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의 지원이 지속·전폭적으로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핵융합연은 코엑스에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간 개최한다. 국제 핵융합 학술대회인 'KSTAR 컨퍼런스 2019'에는 최근 발표한 KSTAR의 연구 성과 뿐 아니라 각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핵융합 프로그램의 최근 현황과 성과에 대한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KSTAR 10주년 기념식이 20일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KSTAR 10주년 기념식이 20일 코엑스에서 열렸다.<사진=김지영 기자>

행사에는 국내외 핵융합 연구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KSTAR 10주년을 축하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행사에는 국내외 핵융합 연구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KSTAR 10주년을 축하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