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오는 15일 2019년도 학위수여식 개최···박사 654명 등 총 졸업생 2705명 배출

쌍둥이 박사 형제, 석사 부부, 김치 타이머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외국 유학생 등이 KAIST를 졸업한다. 

KAIST(총장 신성철)는 오는 15일 오후 2시 대전 본원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2019년도 KAIST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박사 654명, 석사 1255명, 학사 796명 등 총 2705명이 학위를 받는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 3029명을 포함해 석사 3만 2783명, 학사 1만 8018명 등 총 6만 3830명의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게 된다.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 졸업생, 김치 모니터링 도구, 김형규·김동규 형제, 정영균·한가영 부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사진=KAIST 제공>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 졸업생, 김치 모니터링 도구, 김형규·김동규 형제, 정영균·한가영 부부.(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사진=KAIST 제공>
◆코스타리카 출신 유학생 석사 학위, 쌍둥이 형제와 부부는 박사 받아

학사과정 수석 졸업은 김도운(23세, 항공우주공학과)씨가 차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이세린(23세, 신소재공학과)씨, 총장상은 김희주(23세, 물리학과)씨,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이사장상은 박현성(23세, 전기및전자공학부)씨와 이경훈(24세, 수리과학과)씨가 각각 수상한다.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정은석(26, 전산학부)씨는 "졸업생 모두 각자 처한 불확실함과 부족함에 당당하게 맞섰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이 흐름 그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도전을 계속한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연단에 선다. 

코스타리카 출신 유학생은 석사 학위를 받는다.

산업디자인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는 마리아 호세 레예스 카스트로(Maria Jose Reyes Castro, 25세)씨는 학위 기간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초보자를 위한 김치 모니터링 도구 제작'을 연구해 학과에서 주는 '석사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다. 

마리아 씨가 '김치 타이머'라고 이름 붙인 도구는 모바일 앱과 스마트 센서를 이용해 김치의 숙성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돕는다.

김치의 숙성은 수소이온농도(ph)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갓 담근 김치통속에 스마트 센서를 넣고 모바일 앱을 연결한 뒤 ph 변화를 관찰해 숙성에 필요한 기간을 예측하는 원리다.

사용자가 입맛에 따라 원하는 숙성 정도나 염분 농도를 사전에 설정해두면 모바일 앱은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시점을 날짜와 시간 단위로 예고해준다.

마리아 씨는 "김치 담그기에 서툰 사람들이 보다 수월하게 맛있는 김치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권 학생들을 만나 김치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치를 직접 담그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보며 레시피를 익혔고, 관련 논문들로 발효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 김치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며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인 김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를 지도한 다니엘 샤키스(Daniel Saakes) 교수는 바이오 디자인 분야 연구자로 재작년 만두를 원하는 모양으로 손쉽게 빚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바 있다. 샤키스 교수는 한국 생활 7년차의 네덜란드인으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며 마리아 씨의 연구를 지도했다.

석사 논문 연구로 제작된 ‘김치 타이머’는 현재 배추김치에 최적화돼 있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김치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김치를 담그는 과정에서부터 소금 등의 재료를 적당히 넣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해 연구를 확장시킬 수 있다.

남택진 산업디자인학과장은 “연구의 디자인적 가치와 실용성은 물론 코스타리카 학생이 네덜란드 교수의 지도를 받아 김치 관련 연구를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리아 씨는 지난 1월 첨단 농업분야 국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생물학 관련 연구로 인터렉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분야에 매진할 계획이다. 

마리아 씨는 오는 5월 결혼도 앞두고 있다. 백년가약을 맺을 상대는 8년 전 마리아 씨에게 KAIST를 소개했던 노승한(29세)씨다. 캠퍼스에서 꿈과 사랑을 함께 키워온 예비부부는 15일 학위수여식에서는 나란히 학위모를 쓴다. 노승한씨는 나노과학기술대학원에서 통계 물리학 분야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는다. 

마리아 씨는 "세상과 시대를 바꾸는 첨단 기술만큼이나 생활에 편리함을 더해줄 실용적인 연구도 중요하다"며 "전문지식을 활용해 사람들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시민과학 분야에 열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설·환경공학과에서는 석사 부부가 학위복을 입는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에서 만나 KAIST에 입학한 정영균(29세)·한가영(26세)씨 부부다.

남편 정영균 씨는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질 분야의 연구를 희망해 물환경에너지공학 연구실(지도교수 강석태)에 진학했다. 아내 가영 씨는 구조 공학 분야 중 교량에 관심이 많아 교량에 IC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구조시스템 연구실(지도교수 손훈)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부부는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관련 정책이나 기술에 기여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산학부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박사 학위를 받는다. 임베디드 컴퓨팅 연구실(지도교수 김순태)에서 메모리 구조를 연구한 형 김형규(31세)씨와 멀티미디어 컴퓨팅 연구실(지도교수 이흥규)에서 영상보호·보안기술을 연구한 동생 김동규(31세)씨가 주인공이다.  

석·박사 과정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며 출퇴근 시간을 맞출 정도로 우애가 돈독한 형제는 "아이디어 구상이나 실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서로의 배경 지식을 공유하며 복잡한 문제들을 정리했고 대학원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의지하고 견뎠다"고 말했다.  

학부를 제외하고 초·중·고·대학원을 함께 다닌 형제는 박사과정에서 동일한 전공을 선택한 만큼 진로 고민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형 김형규씨는 엠램(MRAM) 연구를 이어가고 동생 김동규 씨는 영상 압축기술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신성철 총장은 학위수여식 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의 선봉장이 되어줄 것, 도전과 창의와 배려의 정신을 발휘해 줄 것, 대한민국 국격을 세계에 제고해줄 것을 당부한다"면서 "인류사회에 이름과 눈부신 업적과 교훈을 남기는 것이 KAIST 졸업생들에게 국가가 부여한 시대적 책무"라고 격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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