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세계에 서다_제넥신편]서유석 대표
세계 최초 DNA 치료백신 상업화 목표···"작은 거인의 영향력 보여줄 것"

제약 업계에 K-바이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 국산 바이오 신약의 미국 품목허가와 글로벌 임상3상 완료·돌입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종 신약이 세계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바이오 기업의 오랜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봅니다. 본보는 지난 십수년 간 줄기세포치료제·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해 온 기업의 주역들을 만나 회사 성장 비결과 후발 기업을 위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편집자 주> 

#. 자궁경부 전암 치료제(GX-188E) 임상 2상을 앞두고 시료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업체가 공정을 재현하지 못한 것. 여러 번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료 스펙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임상 지연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 B형 간염(HBV) DNA 백신을 개발하며 사용한 최신 모듈에선 기대했던 만큼 면역반응이 증가하지 않았다. 최신 플랫폼을 적용한 만큼 개발 시기를 늦추지 않으려면 목표 효능이 나오지 않아도 진행을 해야 했다. 

위기에 대처하는 제넥신의 전략은 '도전'이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라 여겼다. 

이미 간 길로는 세계 최고 기술이 나올 수 없다는 서유석 대표. 도전은 진행 중이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이미 간 길로는 세계 최고 기술이 나올 수 없다는 서유석 대표. 도전은 진행 중이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GX-188E 임상 2상을 위해 자체 공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1년여 시간이 걸렸지만, 자체 생산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HBV DNA 백신은 개발 시기가 늦어짐에도 불구하고 효능 향상에 집중했다. 최신 모듈이 아닌 초기 치료백신 모듈을 개선해 연구를 다시 진행, 결과적으로 최신 모듈보다 좋은 효능을 얻어냈다. 

"안 될 수도 있죠. 그래도 도전해야죠. 글로벌 톱(Top)은 남이 간 길로 갈 수 없잖아요." 서유석 대표는 바이오 의약품업계 ‘글로벌 톱’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고 말한다. 

서 대표는 "GX-188E는 자체 생산 공정을 통해 진행한 임상 2b상 이후 해외 기업들이 기술이전에 관심을 보인다"며 "더욱이 GX-188E가 자궁경부 전암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돼 어느 한쪽이라도 빨리 상업화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B형 간염의 경우 완치를 할 수 있는 제품이 없어 개발 요구가 크다. 현재 임상시료를 생산중에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큰 문제없이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기업가치 1조원···제약업계 '작은 거인'

제넥신은 1999년 포스텍 교수였던 성영철 회장이 창립했다. 교수와 제자들이 조촐하게 시작한 벤처기업이지만 지금은 기업가치 1조원 회사로 제약업계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성 회장은 2015년 대표직을 사임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자청해 제넥신의 미래 먹거리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후 서 대표가 제넥신을 이끌고 있다. 

서 대표는 성 회장과 포스텍에서 함께 연구, 제넥신에는 2006년 합류했다.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DNA 백신 R&D 부문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제넥신에 들어와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2012년 코스닥 상장사의 연간매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고 주가 조정과 함께 일부 임직원이 퇴사한 때였어요. 어려움이 있었지만 hyFc 기반 기술을 이용해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할 전략적 파트너를 만나 개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죠. 파트너를 통해 부족한 개발 노하우도 지원받아 성장하게 됐어요."

제넥신의 경영 원칙은 '투명(Transparency)', '혁신(Innovation)', '인재(Professional)', '현장(Speed)'에 있다. 투명 경영은 의사결정 절차와 그 결과에 대해 거짓이 없어야 하며, 정보를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투명 경영 원칙에 따라 대처함을 말한다. 

혁신 경영은 벤처기업이 계속 갖추어야 할 경영철학으로 변화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도전하며 실패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벤처기업에서 가치를 증대하고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인재를 발굴해 성장시키고 다른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는 "현장 경영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함을 말한다"며 "현장에서 논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영 원칙을 통해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넥신의 경영 원칙은 '투명, 혁신, 인재, 현장'에 있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제넥신의 경영 원칙은 '투명, 혁신, 인재, 현장'에 있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 세계 최초 DNA 치료백신 상업화 목표

제넥신의 핵심기술은 DNA 치료백신과 항체융합단백질 기술이다. DNA 치료백신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등을 직접 공격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 기존 백신과 같은 질병 예방뿐 아니라 질병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항체융합단백질(hyFc)은 약효가 몸속에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플랫폼 기술로 활성제 신약 개발에 최적화된 차세대 단백질 기술로 알려졌다. 제넥신은 이런 기술을 기반으로 주요 파이프라인을 구성, 신약을 개발 중이다. 

서 대표는 "그동안은 임상을 통해 기반기술을 개념 정립 하는 것에 매진했다면, 앞으로는 미충족요구가 있는 질병을 타깃해 환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개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고 피력했다. 

제넥신이 독자 개발한 GX-188E는 DNA 치료 백신으로 자궁경부 전암 치료제로, 현재 국내 및 유럽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자궁경부 전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만성 감염에 의해 발병하는데 성관계로 인해 가장 흔하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질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1~3단계로 나뉘는데 2단계 이상의 경우 자궁경부 병변을 절제해 제거하는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필요 없는 GX-188E는 3회 접종으로 자궁경부 전암을 치료할 수 있다. 1차 접종 4주 후 2차를 맞고 8주 후 마지막 접종을 하면 된다.

"DNA 백신 특성을 이용해 AIDS, B형 간염 등 여러 질병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어요. 초기 임상 결과 안전성을 확인했으나 원하는 만큼 효능이 높지 못했죠. 초기 임상 결과로 회사는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됐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DNA 치료백신을 상업화하는 꿈을 갖게 됐죠. 가장 먼저 자궁경부 전암 치료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에 기술이전 한 '하이루킨'에 대한 기대도 크다. hyFc기술과 N말단엔지니어링기술을 이용한 '하이루킨'은 면역항암제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관심 받는 파이프라인이다. 

기업 본업은 R&D라 말하는 서 대표. 그는 "세상에 없는 신약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연구개발에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되며 계속된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기업 본업은 R&D라 말하는 서 대표. 그는 "세상에 없는 신약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연구개발에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되며 계속된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홍윤기 사진작가>
하이루킨은 T세포의 수를 늘려주는 유일한 기술이다. 항암면역치료에서 T세포는 면역기능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 하이루킨은 T세포 수를 증가시켜 치료효율을 높이지만 부작용은 크지 않다. 

서 대표는 "하이루킨은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이 거의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시장의 성장 속도가 커서 향후 상당한 수익을 기대한다"며 "기술을 이전한 중국 기업에서 역량을 집중해 빠른 상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이루킨은 사람에게서 현재 용량 용법에 대한 연구 중에 있으며 이후 내년부터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치료 효과를 탐색할 예정"이라며 "하이루킨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속형 성장호르몬인 GX-H9도 주력 제품 중 하나다. 매일 한 번 맞는 피하주사제형 성장호르몬의 투여 간격을 1주 혹은 2주 1회로 연장 가능하다. 주 치료 대상이 소아인 것을 고려하면 환자 편의성은 개선하면서도 효과는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G-CSF) 파이프라인이 임상 2상 중에 있으며, 빈혈치료제 제품도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을 계획하고 있다. 서 대표는 "여러 파이프라인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제넥신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면역항암제 후보물질들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가능성 낮아도 도전" 

후속 파이프라인은 현재 치료제가 없는 질병을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한 신개념 신약이다. 

헤르페스 감염증 성기단순포진(Genital herpes)은 재발이 잘 되지만 아직 치료제가 없다. 헤르페스의 재활성을 막는 HSV-2 DNA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시료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는 2019년 초 IND(임상시험허가)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또 B형 간염 면역 치료제인 B형 HBV DNA 백신도 개발 중이다. C형 간염(HCV)은 소발디(Sovaldi)와 같은 치료제가 있지만, B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제품이 없는 상태다. 

서 대표는 "HSV-2 DNA 백신은 국내뿐 아니라 임상 2상부터는 중국에서도 함께 개발할 예정"이라며 "HBV DNA 백신도 현재 국내에서 임상 시료를 생산 중에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임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아직 상업화 제품이 없는 신약 개발은 성공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도전'이라기보다 '모험'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 

그는 "신약은 초기부터 공정개발 품질을 높이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품질을 낮춰 임상에 빨리 가면 후에 품질을 다시 높여야 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며 "품질과 비용 사이에서 적절하게 타협을 하는 부분이 어렵다"고 밝혔다. 

◆ 20년 R&D의 힘···"환자 삶의 질 향상"

"기업 본업은 R&D입니다. 20년 동안 R&D로 환자의 삶 향상이라는 기업 가치를 추구해 왔습니다. 신약이 그동안 채우지 못했던 의약적 요구를 채우고, 동시에 표준 치료요법이 되길 바랍니다."

서 대표의 목표는 기업의 사명과 같다. 그는 "세상에 없는 신약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연구개발에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되며 계속된 도전이 필요하다"며 "구성원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서로 협력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상업화되지 않은 제품을 여러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느라 수고한 임상팀과 품질에 적합한 약을 만들기 위해 고생한 생산팀 등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의약계가 성장하기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서 대표는 "GX-188E는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사업으로 임상 2상을 마무리했고, 후속 파이프라인도 IND 승인을 예정하게 됐다"며 "정부 지원은 궁극적으로 유전자 치료제 특히 DNA 백신 분야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임상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과 연구자에게는 경험에서 나온 당부를 전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임상을 위해서는 좋은 파트너 CRO(임상연구위탁)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유명한 CRO라도 스폰서의 철저한 관리가 없이는 임상 진행이 잘 안될 수 있다"며 "자기 일처럼 해주는 CRO를 찾아 그들이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도록 관리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넥신의 연구실에선 실패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실패를 발판삼아 경험을 축적해 내일로 이어간다. <사진=제넥신 제공>
제넥신의 연구실에선 실패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실패를 발판삼아 경험을 축적해 내일로 이어간다. <사진=제넥신 제공>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코디네이팅센터(CoGIB)가 함께 마련했으며,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으로 제작한 CoGIB 성공사례집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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