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화학연 디딤돌플라자에서 '카페토론 조찬모임' 열려
대덕단지 구성원들 '지역 이슈' 논의 활발···누적 참가자 800명 넘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카페토론 조찬모임은 올해 1주년을 맞았다. 첫 모임(사진 왼쪽 가장 위)부터 최근 모임(첫 모임부터 시계방향으로)까지의 사진 기록.<사진=박성민 기자>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카페토론 조찬모임은 올해 1주년을 맞았다. 첫 모임(사진 왼쪽 가장 위)부터 최근 모임(첫 모임부터 시계방향으로)까지의 사진 기록.<사진=박성민 기자>
2017년 12월 15일 평일 아침 7시 30분. 차가운 겨울 눈보라를 뚫고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본관동 작은 회의장에 10명의 대덕단지 구성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직업도 다르고 소속도 다르지만 '대덕단지 활성화'를 고민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당시 과학동네 이슈였던 '대덕단지 자연 생태계 보전' 문제를 함께 풀어가 보자며 향후 다섯 번의 조찬모임을 약속했다. 이들은 특정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회의장으로 모였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다수의 구성원들이 아침 회의장에 발걸음을 했다.

약속된 다섯 번의 조찬모임 이후에도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만남을 다섯 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역 문제를 한올 한올 풀어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덕의 생태계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목표로 정식적인 자발적인 커뮤니티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대덕의꿈'.

이후로도 나이·전공·직위를 막론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매주 수요일 아침 화학연 디딤돌플라자 카페에 모이고 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유토론 형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들은 주로 '동네 이슈'를 논의한다. 지역 문제를 '방관자' 입장이 아니라 '해결사'로 풀어내자는 의지로 뭉쳤고 지역 생태계 논의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까지 공유한다. 지역의 차별성, 활성화, 평론 등의 의견까지 개진하며 와글와글 사랑방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자발적 커뮤니티 '대덕의꿈'이 이번달 15일 첫돌을 맞았고, 26일 50회차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누적 참가자만 800명이 넘어섰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 "모르면 전문가 모셔 학습하고, 궁금하면 발로 뛴다"

대덕의꿈 구성원들은 차별화된 지역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각종 의견을 공유했다. 모르면 전문가를 초청해 학습하고, 궁금하면 발로 뛰며 현장을 찾기도 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의꿈 구성원들은 차별화된 지역을 만들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고 각종 의견을 공유했다. 모르면 전문가를 초청해 학습하고, 궁금하면 발로 뛰며 현장을 찾기도 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의꿈 구성원들은 '도시재생'에 주목했다. 특히 대덕특구 관문에 위치한 '공동관리아파트'와 '매봉산'에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거론되며 구성원들의 논의도 급물살을 이뤘다. 구성원들은 이곳에 대덕의 잠재력을 살린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안했다.

대덕특구의 유휴부지·녹지 공간이 공공용도로 쓰일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개진했다. 이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도시재생 관련 고견을 듣는 자리도 가졌다.

지난 1월에는 도시기획 선구자로 불리는 박지영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교수를 초청해 아파트 대신 민간자본과 주민들의 참여로 공간을 만드는 4P(Public, Private, People partnership) 모델과 해외 사례 등에 대해 학습했다.

또 4월에는 자연보호 민간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초청해 시민참여 생태 보전 방법을 공유했다. 5월에는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대덕을 찾아 도시재생 가능성을 공감하기도 했다.

국내 유수의 건축 전문가인 박경식 아키모스피어 소장도 초청했다. 지난 6월 '국내외 도시재생 성공사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박경식 소장은 대덕단지에 민간 주도 도시재생 지역 활성화 성공 가능성을 불어 넣었다. 

지난 8월에는 서울 코워킹 카페인 월드컬쳐오픈을 운영하는 문주임 실장을 초청해 '글로벌 코워킹 문화'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문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나눔운동 등을 논의했다.

대덕의꿈 구성원들은 지역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도 했다. 매봉산을 4차례 등반하며 자연환경을 주민 스스로 지켜낸다는 캠페인도 가졌다. 매봉산 안아주기, 매봉산 마음읽기, 매봉산 마음잇기 등의 활동도 가졌다.

벤처 생태계 공부여행도 떠났다. 대덕단지 공무원·연구자·학생·기업인 등 30여 명이 서울 역삼동·을지로·공덕동·성수동 스타트업 집적시설·지원기관을 방문했다. 수도권의 창업 생태계를 이해하고 대덕의 출연연 딥테크·인프라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대덕의꿈 구성원들은 '도시재생' 이슈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글로벌 이슈인 ▲AI(인공지능) ▲우주진출 ▲기후변화, 국내 이슈인 ▲연구윤리 ▲남북 과학기술 협력 ▲연구 자율성·연속성'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 "열린 네트워크의 출발점···세상의 변화를 지역에서 느꼈다"

대덕의꿈 1년 참여 소감 공유와 내년 덕담을 주고받고 있는 구성원들.<사진=박성민 기자>
대덕의꿈 1년 참여 소감 공유와 내년 덕담을 주고받고 있는 구성원들.<사진=박성민 기자>
이번달 카페토론 조찬모임에서는 1주년 소감을 공유하며 내년을 위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대덕의꿈 조찬모임 초창기부터 활동한 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박사는 "스스로 남는 것이 없어도 아이디어들이 공유되면서 서로가 연결됐다"라며 "대덕단지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간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덕을 테크의 성지'로 만들자고 제안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내년에도 더욱더 재미있는 일들이 기대된다"라며 "대덕 공동체에서 더 많은 지역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언급했다.

임종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은 "세상의 변화를 '지역'에서 느끼는 자리였다"라며 "내년에도 지역민들의 참여가 확대되면서 다양성이 커져가길 기대한다"고 소회했다.

남상우 ETRI 박사는 "대덕단지 5G 활성화에 역할을 하기 위해 처음 공동체를 찾았다"라며 "조찬모임에서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예술 모든 분야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자리였다. 스스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경미 충북지역사업평가단 단장은 "대덕단지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의미 있다. 다양한 소식과 아이디어가 오가는 '생생한 정보 채널'이다"라며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는 구성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대덕토큰'을 발행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금창섭 빅픽처랩 대표는 "그동안 ETRI에서 연구하면서 지역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커뮤니티 활성화에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종인 前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라며 "특히 구성원들을 보며 에너지를 얻었고 스스로 새로운 삶의 동력을 만들었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내년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컸다.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내년 인문학 특강을 출발로 대덕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기가 띨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0에서 1로 나아가는 미래를 꿈꿔보자"고 희망했다.

서지미 에너지연 박사는 "조찬모임은 동네 사랑방과 같은 모임이다. 솔직 담백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라며 "내년에도 사랑방에서 기쁜 일들이 가득하도록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끄는 방용환 라즈레빗 대표는 "조찬모임에 참여하면서 지역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다. 대전의 변화를 직접 체험했다"라며 "대전을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 작은 공동체들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욱 한밭대 총장은 "열린 인적 네트워크의 출발점이다. 인적 인프라가 수평으로 연결되는 사례"라며 "바탐업에 기반을 두고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간다면, 미래에 글로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카페토론 조찬모임 첫돌 시기에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시험발사 성공의 쾌거도 함께했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누리호 시험발사체 성공도 공동체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대덕에서 비치는 우주를 향한 열정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힘쓰는 이순석 ETRI 박사는 "동네 문제에 관심 없는 연구자였지만, 커뮤니티에 참석하며 '인간다운 삶'을 사는 방법을 깨우치게 됐다. 매일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라며 "연구직으로 복귀하더라도 커뮤니티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카페토론 조찬모임은 산·학·연·관 구분 없이 대덕 생태계에 관심 있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매주 수요일 아침 7시 40분 화학연 정문 앞 디딤돌플라자 1층 카페에서 열린다. 내년은 1월 9일에 첫 모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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