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불여일견⑤]테크인모션, VR 해군함정 비상이함 훈련 개발
함정 내부·시나리오·음성인식 등 탈출 위한 모든 요소 구현

 

 
함정에 물이 차오른다. 배가 침몰하는 비상 상황이다.
 
"내부 침수 발생!"이라고 외치자 음성인식으로 훈련이 시작된다. "지도"라고 말해 함정 지도를 불러 함상으로 나가는 동선을 확인한다. 컨트롤러로 문을 열고 함실에서 빠져나와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함정 복도는 두 사람이 겨우 스쳐 지나갈 정도로 좁다. 그리고 미로같이 구불구불하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갑판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날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니 드디어 비상탈출정이 보인다.
 
탈출정은 바로 내릴 수 없다. 컨트롤러로 로프를 풀고, 구명조끼를 입는 등 이함을 위한 절차를 수행한다. "임무 완료" 음성으로 해군함정 비상이함 가상훈련을 마친다.
 
테크인모션(대표 주정민)이 만든 가상현실(VR) '해군함정 비상이함 훈련' 시연을 지켜봤다. 훈련은 탈출 내용을 모르는 초행자가 하기는 어렵다. 탈출 교육을 받고 함정 동선을 아는 해군 대원을 위한 훈련이다.
 
함정 공간과 탈출 상황을 VR로 실제처럼 재현, 음성인식도 한 몫
 
함상탈출 가상훈련의 특별한 점은 함정 내부를 입체로 완전히 재현했다는데 있다. 함정은 층마다 수많은 침실과 복도, 계단, 작전실 등 다양한 공간이 미로처럼 엮인 곳이다. 그러나 함정 설계도는 군 1급 기밀이라 협력사라도 제공하지 않는다.
 
테크인모션은 함정 내부를 취재해 직접 찍은 사진을 모델로 모든 동선을 3D로 만들었다. 그 결과 가상훈련을 하며 아무 공간이나 들어가도 모든 곳이 실제처럼 보인다. 대원은 교본을 익히고 교육영상을 확인한 후 가상훈련에 임하는데, 실전에 투입되기 전 마지막 훈련인 셈이다.
 
음성 명령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 함정에서 대원은 중요 임무수행 전 복명복창을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내용을 재확인한다. 훈련 시스템은 음성을 정교하게 인식하고 패턴을 분석해, 훈련 플랫폼 개선 데이터로 쓴다.
 
시나리오는 실제 훈련 교재를 준수해 만들었다. 교관 인터뷰와 직접 시연을 통해 지속해서 세부 연출을 보완했다. 현재 시연용 데모 타입은 완성했지만, 추가 시나리오 등이 더 남았다.
 
추가 시나리오는 부가적인 시험을 위해서다.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상황을 주고 임하는 훈련생마다 다른 통계를 집계한다. 어떤 상황에서 사용자들의 오류나 개선점이 있는지 데이터를 종합 학습관리 시스템에 쌓는다.
 
테크인모션은 가상 이함훈련 개발 이전에도 화재와 침수 훈련 VR을 해군에 제공했다. 최준혁 과장은 "다양한 군수 파트너가 해군과 거래하지만, 가상현실 분야에서 지속적인 로드맵을 갖고 가는 곳은 테크인모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음성과 컨트롤러로 이동하고 문을 열며 결박을 해지하도록 구성했다. <그림=테크인모션 제공>
음성과 컨트롤러로 이동하고 문을 열며 결박을 해지하도록 구성했다. <그림=테크인모션 제공>
국방에 부는 VR·AR 수요···"민간 협력 더 많아질 것"
 

"빅데이터와 음성인식에 관심을 두고 4차 산업을 준비하다보니, 기술 한가지만으로는 사업화가 되지 않더군요. 수요사업들도 융합기술을 활용한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상현실에 진출했습니다."
 
최 과장은 "국방은 진입장벽이 높은데다가 기존 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 분야를 하는 곳이 없었는데 우리는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테크인모션은 6년간 해군 전 함정에 위성망 데이터동기화 솔루션을 설치·운영해 왔다.
 
4차 산업 요소기술인 음성인식 기반 자연어처리와 모션 인식 기술,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등을 보유한 테크인모션은 VR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 분야도 진출했다. 2017년 공군 비행단 PAR 레이더의 AR 원격정비 과제를 수행했다. 2019년엔 해군과 공군에 AR 협업정보 시스템을 제공할 예정이다. 증강현실은 협업하기 좋은 수단이다.

테크인모션은 국방용 가상현실 개발에 있어 지역 선도적인 상징성을 갖는다. 해군 비상이함 가상훈련 콘텐츠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 VR·A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의 지원을 통해 개발했다. 콘텐츠에 포함된 음성인식은 ETRI 기술이전 작품이다.

또한 대전 죽동 국방클러스터 지역에 위치한 본사 건물에는 국방·빅데이터·방송·임베디드 등 ICT에 종사하는 4개사가 입주해 있는데, 미래형 신사업을 위한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테크인모션을 통해 이웃 사도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주정민 대표는 "국방 분야에서 AR·VR·MR의 수요가 상당하다"며 "선진국처럼 실물개발 단계부터 민간협력사가 함께 협력한다면 콘텐츠가 치밀해지고, 우수한 데이터가 쌓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직원이 배우고자 하는 기술을 배워서 본인이 직접 제품화를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주정민 대표(좌에서 세번째)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재 양성을 가치경영으로 삼는다. <사진=윤병철 기자>
주정민 대표(좌에서 세번째)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으로 인재 양성을 가치경영으로 삼는다. <사진=윤병철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