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 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구회 역할 소개 문구.<이미지=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구회 역할 소개 문구.<이미지=국가과학기술연구회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아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소관기관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을 방문하며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관장 뿐만 아니라 실무자와 만남을 가지며 출연연의 깊은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졌다.

일련의 활동은 KAIST 교수로 재직했던 그가 연구 생태계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코드인사라는 시선도 어느정도 희석됐다.

원 이사장 자신도 취임 1년을 맞으며 출연연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대학 교수 시기 공동연구를 했던 출연연은 '그들'이었으나 지금은 '우리들'이라는 공동체 입장이라면서 말이다.

앞으로 계획 중 PBS제도는 대형과제는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그램 베이스로 전환해 연구자의 애로를 해소키로 했다. 단기성과가 필요한 부분만 PBS를 적용해 역동적 연구환경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원 이사장은 그러면서 "나부터 변화하고 같이 변화를 이끌겠다"며 출연연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원 이사장의 말과 말의 행간에서 묻어나는 관점에 아쉬움이 남았다. 출연연을 변화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그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출연연도 최근 이슈가 된 부실학회 등 연구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부분은 출연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발빠르게 조치했다. 연구 윤리는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연구회 수장이라면 연구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원인이 될 수 있었던 평가 문제도 살펴봐야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일방적으로 해석,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했는지 궁금증이 들게 했다.

과학계에 충격을 줬던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사퇴 건에 대한 그의 답변은 안타까웠다.

출연연 상위기관으로서 연구회에서 원장 사퇴 사태를 막을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하 원장의 능력이나 역량은 아쉽지만 원자력연의 소통부족이 문제를 키웠다.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과거 사안이라도 현직 원장이 책임지는게 맞다"고 답변했다.

25개 출연연을 소관기관으로 둔 연구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연구회에서 추진중인 출연연 출입 간소화 계획도 적극적으로 실행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연구회의 출입 간소화는 시스템 교체다. 각 출연연마다 시스템이 달라 이를 바꾸기에는 비용상 무리가 있다.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굳이 실행가능성이 낮은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출연연 연구자마다 가지고 있는 출입증으로 이웃한 연구기관부터 시행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ETRI, 한국화학연구원 등 인근 출연연을 대상으로 정문 출입이나 카페, 식당 등 공동 사용 공간만이라도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전략은 어떻게 보는지 제안하고 싶다.

물론 보안 문제를 들고 나올 수 있겠다. 하지만 출연연마다 건물 출입증을 달리 하는 등 보안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공동의 공간 출입만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서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연구자들간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수다. 원 이사장 스스로도 소통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통은 말로 외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자주, 쉽게 만나고 이야기 할수 있는 환경, 문화가 만들어질때 가능하다.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때 오해도 줄어들며 협력 방안도 마련될 수 있다. 연구회에서 그런 환경 마련에 적극 나서는 자세를 보여 줄 수 없는지 궁금하다.

출연연 상위 기관으로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연구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관에 의하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의 연구사업정책의 지원 및 지식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의 연구회는 출연연 지원, 육성보다 관리를 우선하는게 아닐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료의 눈치를 보며 연구 현장을 옥죄고 있는게 아닌지. 과학계를 웃게하는 연구회 역할은 관리의 시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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