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가을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벌써 빠른 걸음으로 길을 떠나고 있다. 봄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물들였던 가을은 이제 길 위로 내려 앉아 아쉽게도 바람에 날려 멀어져 가고 있다. 그 가을 빛 위에 아침 안개가 드리워지고, 그 길을 따라 멀어지는 자동차는 마치 멀어져 가는 가을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PENTAX K-1, 70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3.5, 1/25 s, ISO200
가을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벌써 빠른 걸음으로 길을 떠나고 있다. 봄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물들였던 가을은 이제 길 위로 내려 앉아 아쉽게도 바람에 날려 멀어져 가고 있다. 그 가을 빛 위에 아침 안개가 드리워지고, 그 길을 따라 멀어지는 자동차는 마치 멀어져 가는 가을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PENTAX K-1, 70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3.5, 1/25 s, ISO200
가을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벌써 빠른 걸음으로 길을 떠나고 있다. 봄보다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물들였던 가을은 이제 길 위로 내려 앉아 아쉽게도 바람에 날려 멀어져 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흐름을 우리는 서양과는 달리 하늘의 '해'와 '달'로 세고 있음을 깨닫고 참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년이 가면 '해'가 바뀌었다고 하고, 30일이 지나면 '달'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정말 해와 달이 매일 조금씩 달라지면서 세월은 흘러간다. 봄을 아침에 뜨는 찬란한 해라고 한다면, 가을은 붉게 물들어 넘어가는 석양일 것이다.

사진을 찍다 보면 아침이나 저녁 모두 아름다운 빛이지만, 아침은 보다 따뜻하고 여유로운 느낌이 들고, 저녁 녘에는 아쉬움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빛이라는 느낌이 든다. 더욱이 저녁 녘에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면서 금방 어두워져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아쉬운 시간이 되고 마는데, 이 가을이 꼭 그렇다.

이 가을의 마지막 달인 11월은 오랜 친구들과의 하루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40여 년 전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과 울산으로의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PENTAX K-1, 36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5.6, 1/2000 s, ISO100
이 가을의 마지막 달인 11월은 오랜 친구들과의 하루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40여 년 전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과 울산으로의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PENTAX K-1, 36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5.6, 1/2000 s, ISO100
이 가을의 마지막 달인 11월은 오랜 친구들과의 하루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40여 년 전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과 울산으로의 가을여행을 다녀왔다. 울산은 내가 대학원을 마치고 첫 직장생활을 했던 곳이었지만, 38년 전 떠난 후 여행으로 둘러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얼마 전부터 만들어진 단톡방은 친구들의 수다로 불이 나고 있었다. 직장에서 정년을 마친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며 힘들었지만 즐겁게 공부했던 친구들과의 여행은 모두를 청년의 시대로 돌려놓는 마법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이리라.

울산에서 교수생활을 했던 친구들의 가이드에 따라 우선 울산대교 전망대에 올라 오래 전과는 너무도 달라진 울산의 모습을 둘러 본 후, 몽돌해변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었다. 잠시 해변에서 가을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감상에 젖어 본 후 대왕암 공원과 울기 등대로 이동하였다.

바닷가 절벽에 전설처럼 피어있던 해국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바다와 함께 찍어야 제 맛이 나는 해국은 대부분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피어 있었다. PENTAX K-1, 7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600 s, ISO100
바닷가 절벽에 전설처럼 피어있던 해국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바다와 함께 찍어야 제 맛이 나는 해국은 대부분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피어 있었다. PENTAX K-1, 7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600 s, ISO100
울산 대왕암 공원에는 노란 털머위 꽃이 한창이었고, 바닷가 절벽에 전설처럼 피어있던 해국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바다와 함께 찍어야 제 맛이 나는 해국은 대부분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피어 있었다.

울산 대왕암 공원에는 노란 털머위 꽃이 한창이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 반한 노란 털머위 꽃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PENTAX K-1, 88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울산 대왕암 공원에는 노란 털머위 꽃이 한창이었다.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 반한 노란 털머위 꽃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PENTAX K-1, 88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더욱이 한 낮의 눈부신 햇빛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그래도 몇 년 전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 반한 노란 털머위 꽃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길을 따라 가득 피어난 꽃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봄날의 유채꽃을 떠올리게 해서 잠시 가을이 아닌 봄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태화강 정원에 넓게 펼쳐진 국화밭을 따라 길게 펼쳐진 십리 대밭으로 가는 길에는 가을 빛이 가득하였다. 가을 빛을 담느라 조금 뒤에서 바라보니 늦은 오후의 가을 빛처럼 나이 들어 가는 친구들이 가을 빛 가득한 길을 따라 멀리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은 이렇게 흐르고 언젠가는 모두 황혼 빛 가득한 먼 곳으로 각자 떠나 가리라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싸했다. PENTAX K-1, 45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6, 1/25 s, ISO100
태화강 정원에 넓게 펼쳐진 국화밭을 따라 길게 펼쳐진 십리 대밭으로 가는 길에는 가을 빛이 가득하였다. 가을 빛을 담느라 조금 뒤에서 바라보니 늦은 오후의 가을 빛처럼 나이 들어 가는 친구들이 가을 빛 가득한 길을 따라 멀리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은 이렇게 흐르고 언젠가는 모두 황혼 빛 가득한 먼 곳으로 각자 떠나 가리라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싸했다. PENTAX K-1, 45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6, 1/25 s, ISO100
마지막으로 들른 태화강 정원은 남녘의 가을을 넉넉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넓게 펼쳐진 국화밭을 따라 길게 펼쳐진 십리 대밭으로 가는 길에는 가을 빛이 가득하였다. 가을 빛을 담느라 조금 뒤에서 바라보니 늦은 오후의 가을 빛처럼 나이 들어 가는 친구들이 가을 빛 가득한 길을 따라 멀리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쩍 짧아진 11월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야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사진을 찍느라 늦어지는 나의 발길을 잘 기다려주었던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울산의 가을 빛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 가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에 더해 그들이 그 곳에서 보지 못했을 나만의 가을 빛을 선물하고 싶었다. PENTAX K-1, 43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0 s, ISO100
부쩍 짧아진 11월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야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사진을 찍느라 늦어지는 나의 발길을 잘 기다려주었던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울산의 가을 빛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 가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에 더해 그들이 그 곳에서 보지 못했을 나만의 가을 빛을 선물하고 싶었다. PENTAX K-1, 43 mm, HD PENTAX-D FA 24-70mm F2.8ED SDM WR, f/11, 1/500 s, ISO100
세월은 이렇게 흐르고 언젠가는 모두 황혼 빛 가득한 먼 곳으로 각자 떠나 가리라는 생각에 잠시 가슴이 싸했다. 부쩍 짧아진 11월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야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사진을 찍느라 늦어지는 나의 발길을 잘 기다려주었던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울산의 가을 빛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가을 빛 가득했던 이 공원에도 머지 않아 겨울이 오고, 함께 했던 친구들은 이 가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 기억에 더해 그들이 그 곳에서 보지 못했을 나만의 가을 빛을 선물하고 싶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울산으로의 추억 여행은 오랜 시간의 간극을 채워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11월에 들어서면서 가을 빛은 어린 외손녀의 마음 속에도 아름다움의 감동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 같다. 봄과 여름이면 산책을 하면서 들꽃을 꺾던 아이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낙엽들을 주워 모으기 시작하였다.

노란 은행 잎, 붉고 노란 단풍 잎, 주황색의 커다란 감 잎, 그리고 붉은 색과 노란 색이 함께 어우러진 벚나무 잎 등을 주어와 책 속에 차곡차곡 끼워 넣고 있다. 평소 책 읽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아이이지만 요즈음은 매일 '맥기 아저씨와 블랙베리 잼'이라는 책을 펼친다.

바로 그 곳이 그 아이가 이 가을의 빛을 모아 두는 창고이기 때문이다. 그 책을 열면 정말 그 아이의 마음 속에 아름다움의 감동을 준 이 가을 빛들이 책장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모아져 있다.

얼마 전 제법 많은 늦가을 비가 내린 동네 공원을 가 본 적이 있다. 단풍잎이 떨어져 유난히 곱게 물든 채로 쓰러져 있는 나무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 외손녀의 낙엽 컬렉션처럼 사랑스러웠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400
얼마 전 제법 많은 늦가을 비가 내린 동네 공원을 가 본 적이 있다. 단풍잎이 떨어져 유난히 곱게 물든 채로 쓰러져 있는 나무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 외손녀의 낙엽 컬렉션처럼 사랑스러웠다. PENTAX K-1, 20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400
얼마 전 제법 많은 늦가을 비가 내린 동네 공원을 가 본 적이 있다. 단풍잎이 떨어져 유난히 곱게 물든 채로 쓰러져 있는 나무 위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어린 외손녀의 낙엽 컬렉션처럼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던 단풍도 머지 않아 퇴색하고 스러져 갈 것이다.

이렇게 아름답던 단풍도 머지 않아 퇴색하고 스러져 갈 것이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흩어질 것이다. 우리의 삶처럼… 이제 가을은 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뒤로 하고 멀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남은 가을 빛을 모아 사진 속에 곱게 간직해 두고 싶다. PENTAX K-1, 14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이렇게 아름답던 단풍도 머지 않아 퇴색하고 스러져 갈 것이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흩어질 것이다. 우리의 삶처럼… 이제 가을은 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뒤로 하고 멀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남은 가을 빛을 모아 사진 속에 곱게 간직해 두고 싶다. PENTAX K-1, 140 mm,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그리고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흩어질 것이다. 우리의 삶처럼… 이제 가을은 이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뒤로 하고 멀어져 가기 시작하였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남은 가을 빛을 모아 사진 속에 곱게 간직해 두고 싶다.

가을 빛/ 윤용기

갈 빛은 뽀하얀 도화지입니다
잃어버린 모정에 대한 회귀의 눈빛입니다

갈 빛은 가을 산의 단풍처럼 붉게 물든 노을 빛입니다
숨겨둔 그리움의 자연스런 표출입니다

갈 빛은 한 자 가슴에 남아있는 소중한 마음입니다
뒤집어 보일 수도 없는 소중한 사랑 빛입니다

갈 빛은 고독한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입니다
한 닢 한 닢 떠나 보내는 이별의 눈물입니다

갈 빛은 한 해 한 해 층을 쌓아 가는 나이테입니다
한 켜 한 켜 층을 이룬 인생입니다

가을, 가을빛은
어여쁜 님 고운 볼에 늘어가는 작은, 작은 주름입니다 

가을, 가을빛은
잊혀져 가는 그리움에 대한 회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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