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포럼 통해 소셜벤처 창업가·예비 창업가·투자자 '소통의 장' 마련

"공동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가 보여요. 그러면 소셜벤처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창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사람들이 필요한 가치와 상품이 눈에 보인다고 조언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예비 창업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배 창업가들을 주시했다. 하나라도 더 듣고 체득하겠다는 마음이 모여 행사장은 시작부터 종료되는 시점까지 열기가 넘쳤다. 연령대는 대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했다. 여기저기서 소셜벤처 창업가가 후배들에게 창업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전시(시장 허태정)와 대전창조경제혁센터(센터장 임종태)는 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유성구 봉명가든에서 '제37회 대전창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소셜벤처 정책, 토크콘서트, 네트워킹 순으로 진행됐다.

소셜벤처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에서 만든 기업,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기업을 말한다.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서인식 '넥스트 이노베이션'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 격차를 해소하는 기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일반책을 점자책으로 변환해주는 시스템 '센시'를 이용하는 소셜벤처다. 국내에서 시각장애인용 점자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걸린다. 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학생이 학기가 끝난 후 교재를 받는 사회적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서 대표는 그런 악순환을 막고자 일반책을 점자책으로 변환해주는 자동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해 300 페이지 책 한 권을 30초 만에 점자파일로 변환할 수 있게 됐다. 변환한 점자파일을 실물 점자책으로 만드는 데는 하루면 된다. 기존에 길게는 2년 걸리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

그는 "저희 제품을 좋아해주는 단 한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면 사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넥스트 이노베이션은 미국과 중남미 등에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고, 64개 언어로 점자 코드를 만든 상태다.

김정빈 수퍼빈 대표.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김정빈 수퍼빈 대표.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김정빈 수퍼빈 대표는 '인공지능 폐기물 자원화 로보틱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대표는 참석자들에게 쓰레기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물었다. 또, 현재 우리나라는 쓰레기 대량 배출로 사회적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수가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있으면 사회문제라고 정의내렸다"며 "쓰레기 문제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수퍼빈의 '네프론' 쓰레기통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원화 쓰레기와 소각해야 하는 쓰레기를 분류해주는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네프론은 현재 전국에 35대의 쓰레기통을 설치했고, 지자체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구미시 청소행정과에서 쓰레기 분류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해 수퍼빈과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구미시가 환경부의 예산을 받는 게 확정되면 시 전체에 120대의 네프론 쓰레기통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수퍼빈·구미시 협업 예산은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밴처캐피털사도 소개됐다. 권혁태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일반벤처와는 달리 소셜벤처에 투자할 때  특별한 두 가지를 묻는다고 했다.

그건 바로 'WHY'와 'BECAUSE'. 그는 "이 두 가지를 물으며 '왜 창업하려는지', '창업 후 당면한 사회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본다"고 역설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셜벤처 창업가·예비창업가·투자자 간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소셜벤처 창업가·예비창업가·투자자 간 다양한 얘기가 오갔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어진 토크쇼에서는 소셜벤처에 대한 정의, 수익성, 성장성 등 현실적인 얘기가 오갔다. 첫 주제는 소셜벤처에 대한 정의 문제였다. 

하태훈 DSC 전무는 "고통을 받는 사람이 해결책에 접근하지 못할 때 접근권을 주는 회사가 소셜벤처라고 생각한다"며 "구매력이 약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것도 해당된다"고 말했다.

김정빈 대표는 "서비스나 가치체계를 세상에 전달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소셜벤처라고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소셜벤처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주제도 다뤘다. 권혁태 대표는 "소셜벤처도 끊임없는 성장을 깊게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태훈 전무는 "도덕적 강박성·순결성에 눌려서 수익성을 등한시하면 안된다"며 "기업의 현상태를 유지하며 재생산할 수 있어야 기업가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인식 대표는 "소셜벤처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창업을 했다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도전"이라며 "창업 후 현실과 생존에 대한 몸부림을 잘 이겨내고, 잘 되는 시점에는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임종태 대전혁신센터장은 "대전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력과 기술이 모여있는 도시"라며 "좋은 인연을 맺어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여러분들의 창업이 성공할 수 있게 대전시가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할 때 창업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선희 대전시 국장은 "궁동·옛 충남도청·전민동·한남대·월평동에 5대 권역 스타트업 단지를 조성해 20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라며 "창업데이·패밀리데이 등을 정례화 시키고, 창업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내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예비창업가로서 창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창업에도움이 되는 조언과 정보를 얻어갈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대전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SK, 대전테크노파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공동 참여했다.

"하나도 놓칠 수 없어요~"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예비 창업가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하나도 놓칠 수 없어요~"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예비 창업가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한 예비 창업가가 질문 하고 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한 예비 창업가가 질문 하고 있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참석자들은 저녁식사와 맥주를 마시며 창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참석자들은 저녁식사와 맥주를 마시며 창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강교민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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