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 현주소' '논문 거절됐지만 수상한 사례' '퀴리 가문 특별함'
대덕단지 과기인들 SNS 통해 노벨상 이모저모 후일담 전파

노벨 과학상 발표 이후 대덕단지 과기인들의 노벨 담화들이 SNS에 확산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노벨 과학상 발표 이후 대덕단지 과기인들의 노벨 담화들이 SNS에 확산되고 있다.<사진=대덕넷 DB>
"우리는 인류 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눈앞의 성과 만능주의에서 빠져나오고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한 조급증도 버려야 한다."

"기득권자 눈치를 보지 않는 나름의 연구철학을 갖자. 자부심 하나로 한가지 분야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스스로 조성해 나가자."

노벨 화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 됐다. 이번 노벨 과학상은 역대 최고령인 96세 수상자가 등장했고 55년 만에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 소식 등이 전해지며 지구촌의 눈길을 끌었다.

국내 과학입국 출발지인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인들도 SNS를 통해 노벨상 담화를 전파하고 있다. 과학동네 SNS 오픈 채팅방에서는 노벨상 뒷이야기들이 소소하게 오가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은 노벨상 수상 기술을 전문적으로 해설하고 현장 적용분야도 설명한다. 그러면서 노벨상이 없는 우리의 현실도 진단한다.

몇몇 과학자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논문 거절됐지만 수상한 사례', '퀴리 가문의 특별함', '한국과학 현주소' 등의 이모저모 후일담을 게재하고 있다. 노벨상을 주제로 다채로운 지식 공유의 장이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 SNS 오픈 채팅방에 전공자의 소소한 '노벨상 기술 해설' 

대덕단지 바이오 기업인 와이바이오로직스 박영우 대표는 SNS 그룹 채팅방을 통해 노벨 과학상을 수상한 기술을 설명했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에 '항체 신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화학상은 파지디스플레이로 선별된 항체가 핵심 연구였다. 생리의학상은 PD1 단백질을 발견해 '옵디보' 상용화가 중점이었다. 두 기술 모두 완전 인간 항체다.

그는 "DNA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됐다. 하지만 단백질 기술은 걸음마 속도로 발전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실제로 생리활성을 나타내는 것은 단백질"이라고 말했다.

파지디스플레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일종인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 새로운 치료제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바이러스 DNA에 무작위로 돌연변이를 유발하고 이를 활용해 질병을 억제하는 항체를 찾아낸다. 

박영우 대표는 "즉 1000억 개의 서로 다른 항체 라이브러리의 제조와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 바로 파지디스플레이 기술"이라며 "여기에 항체가 의약으로 대성공했다. 파지디스플레이 기술이 더욱 빛을 봤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SNS 채팅방에서는 노벨 물리학 기술 소개도 이어졌다. 익명의 대덕단지 과학자는 '광학 집게'로 입자·원자·분자를 다루는 방법 등을 소개했다. 바이러스·박테리아·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검사·조작이 가능하게 된 기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논문 거절됐지만 수상한 사례' '퀴리 가문 특별함' '한국과학 현주소'
 

부경호 변리사가 게재한 '논문은 거절됐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 게시물.<사진=페이스북>
부경호 변리사가 게재한 '논문은 거절됐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 게시물.<사진=페이스북>
SNS 페이스북에서도 대덕단지 과학기술인들이 이모저모 노벨상 담화들을 게재하고 있다.

IBS(기초과학연구원) 이노베이션팀 부경호 변리사는 '논문은 거절됐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사례'를 공유했다. 연구자들의 논문이 거절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거절된 논문들은 1세대 후에 노벨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글이다.
 

· 캐리 멀리스[1993 노벨 화학상, PCR(DNA 증폭기술)] 
Science誌 & Nature誌 거절 (이유: 새롭지 않다.)

· 페르미[1938 물리학상]
Nature誌 거절 (이유: 물리적 실체에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다.)

· 로잘린 앨로[1977 생리학상] 
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거절 (이유: 인슐린 같은 작은 분자에 대한 항체를 만들 턱이 없다. 못 믿겠다.)

· 피터 힉스[2013 물리학상]
Physical Letters 거절 (이유: 조속한 발표를 요하지 않는다. 다른데 투고하시라.)

· 겔만[1969 물리학상, 입자물리, 쿼크 발견] PRL 거절

· 리차드 언스트[1991 화학상, NMR발명]
Journal of Chemical Physics 거절, Review of Scientific Instruments 발표

· 대니얼 셰스트먼[2011 화학상, Quasicrystal 발견]
Physical Review Letter 거절 (이유: 물리분야 아니므로 물리학자들 관심없는 내용.) 'Metallurgic Transactions A'에 실림

· 한즈 크렙스[1953 생리학상, 생체 대사과정 규명]
Nature誌 거절 (이유: 지금 당장 심사할 시간이 없다. 기다리던지 다른데 투고하시라.)

· 폴 보이어[1997 화학상, ATP 과정 규명]
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 거절

· 허버트 크뢰머[2000 물리학상, 반도체 이종접합]
Applied Physics Letter 거절, Proceedings of the IEEE에 발표

· 비닉 & 로어러[1986 물리학상, STM 발명]
PRL 거절, Applied physics Letter 실림(1981)

부경호 변리사는 "논문이 리뷰어에 의해 바로 게재 승인되었다면 새로운 과학적 진실을 담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논문이 거절되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으며,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하지 않고 파고든다면 시간이 흘러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퀴리 가계도, 연구노트와 가족사진.<사진=이명래 박사 제공>
퀴리 가계도, 연구노트와 가족사진.<사진=이명래 박사 제공>
이명래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도 SNS에 2대에 걸쳐 6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퀴리' 가문의 특별함에 대해 게재했다.

라듐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이자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의 집안은 2대에 걸쳐 6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근묵자흑(近墨者黑)·근주자적(近朱者赤) 사자성어와 같이 퀴리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처럼 크다는 것. 

이명래 박사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하고, 좋은 지인들이 있어야 하고, 좋은 학풍이 있는 사회가 되어 인생을 거는 연구를 해야 결과가 좋을 것"이라며 "이젠 우리도 무한경쟁과 빨리빨리 정신으로 무장한 조급증과 눈앞의 성과 만능주의에서 빠져나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 생리의학상에 일본인 수상 소식을 접한 국내 학자는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대덕연구단지에서 연구자로 활동한 정규식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의 이야기다. 

정규식 교수는 연이어 일본 노벨 과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며 눈여겨봐야 할 5가지 내용을 게재했다.
 

1)자부심 하나로 한 분야에 매진할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
2)기득권자 눈치를 보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철학 기반
3)인기영합적이지 않고, 최고의 논문이 아니더라도 자기 학설 주장
4)풀뿌리 젊은 과학자 지원 프로그램 활성화와 미래 자기만의 연구설계
5)평생을 연구할 수 있는 자부심과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국가적 프레임
    
그는 "이웃 나라 일본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생리의학 분야 리더 국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라며 "일본은 76세에서 90세 이상까지 여전히 젊은 연구원들과 연구실에서의 창의력과 접점을 찾기 위한 점의 연결(Dot-Connection) 공간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과학기술계도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며 "걱정 없이 평생 연구할 수 있는 제도 뒷받침이 우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덕연구단지 과학기술인들의 '노벨 담화'가 SNS상으로 퍼지고 있다. 대덕단지에서 40여년 연구해온 한 과학자는 "대덕에 전문 지식들이 결집되며 지역 경쟁력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구성원 스스로가 내실 있는 지역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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