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빙연구원

이번 7월은 줄기차게 쏟아지던 장맛비와 태풍 소식으로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질병은 때로 태풍이나 폭우처럼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곤 한다. 나의 7월은 잠시 이런 질병의 태풍과 비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100 s, ISO400
이번 7월은 줄기차게 쏟아지던 장맛비와 태풍 소식으로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질병은 때로 태풍이나 폭우처럼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곤 한다. 나의 7월은 잠시 이런 질병의 태풍과 비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PENTAX K-5,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100 s, ISO400
이번 7월은 줄기차게 쏟아지던 장맛비와 태풍 소식으로 시작되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질병은 때로 태풍이나 폭우처럼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오곤 한다. 나의 7월은 잠시 이런 질병의 태풍과 비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오른쪽 어깨에 심한 통증으로 동네 병원을 며칠 다니는 동안 어깨 통증은 완화되었지만, 갑자기 오한과 고열이 심해져 급기야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사인 둘째 딸의 환자가 되었다. 그 즈음에 있었던 내 생일에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려 했던 계획도 무산이 되고 나는 병원에서 생일을 맞게 되었다.

고열과 함께 좀 거추장스럽게 팔과 연결되어 때로는 혈관통을 유발하던 수액과 항생제 주사, 그리고 고열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등이 힘들었지만, 잠시 비와 태풍을 피해 쉬어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리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떠 올리며 최대한 병원에서의 생활을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우려 노력하였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들을 짧은 수필 형태로 기록한 병상일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7월 2일

오늘은 나의 67번째 생일을 병원에서 맞았다. 일이 끝나고 병실에 찾아온 둘째 딸이 마련한 미니 케익으로 조촐한 생일 축하를 했다.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아내와 딸을 승강기 앞에서 웃으며 환송한 후, 승강기 문이 닫힌 뒤 잠시 생각에 젖었다.

언젠가 내가 하늘 나라에 갈 때에도 하늘나라에서 서로 다시 만나리라는 믿음과 소망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금처럼 담담히 밝은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월 3일

다행히 간밤에는 열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지만 간호사가 수시로 체온과 혈압 체크 등을 위해 찾아오기 때문에 잠에서 깨게 된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아침에 일어나 안경을 찾으니 안보였다.

병실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조금 전 청소하는 분이 쓰레기통을 가져다 비운 게 생각났다. 안경을 베개 옆에 두었는데 그 바로 밑에 쓰레기통이 있어 혹시 자면서 그 속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수액 주사 폴대를 끌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청소용 카트가 보였다. 청소 담당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쓰레기를 모아놓은 큰 통을 한 번 찾아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때마침 옆을 지나던 수간호사도 합세하여 내 병실과 쓰레기 모듬을 뒤져보았지만 없었다.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었다.

천천히 내 병실로 돌아오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안경을 어딘가 딱딱한 곳 위에 올려놓았던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리고 새벽에 잠에서 깨어 잠시 복도를 걷다 어딘가에 앉았던 것도 떠올랐다. 기억을 더듬어 그곳에 가보니 누군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안경을 접어 아래에 고이 모셔 두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딱딱한 것 위에 안경을 올려 놓았던' 기억의 단초를 생각해 낼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못했더라면 한동안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나이가 들어 가면서 이런 기억의 단초마저 떠올릴 수 없어 이것저것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것들이 작은 물건들이라면 새로 사면 되겠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소중한 기억들이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된다면 참 마음 아픈 일일 것 같다.

7월 4일

며칠간 샤워를 못해 찜찜해 하자 아내가 샤워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한쪽 팔에 수액 주사가 꽂혀 있어 긴 줄이 팔과 수액을 걸어놓은 폴대와 연결 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환자복 속에 입고 있는 런닝셔츠를 벗는 일이었다. 옷을 입은 상태에서 수액 주사를 꽂았기 때문에 복잡한 줄이 걸려있어 다시 입을 환자복은 빼지 않고 런닝셔츠만 빼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차라리 런닝셔츠를 버릴 생각으로 가위로 잘라서 빼자고 하였다. 하지만 명색이 과학자인 내가 그럴 수야 있겠는가? 잠시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린 후 마술을 하듯 런닝셔츠를 환자복과 수액 줄 사이로 빼내었다.

기분 좋게 샤워를 끝내고 이번에는 새 런닝셔츠를 입는 일이 과제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아까의 역순으로 시도를 한다고 했는데 그만 줄이 꼬이고 입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줄에서 빼놓지 않았던 환자복만 입고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에 앉아 아까 시도한 방법의 오류가 뭔지 잠시 생각해 보니 수액통이 가장 먼저 들어가야하는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병실의 커튼을 닫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퍼즐 풀기를 재시도 하였다. 빙고! 아내 앞에서 또 한 번의 마술 쇼를 성공시켰다. 알고 보면 간단한 문제인데도 아내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살면서 때로는 실타래가 얽히 듯 일이 복잡하게 얽힐 때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얽힌 문제를 푸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다만 미리 깊이 생각하기 전에 너무 조급히 덤벼 일을 더 그르치지만 않는다면.

살면서 때로는 실타래가 얽히 듯 일이 복잡하게 얽힐 때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얽힌 문제를 푸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다만 미리 깊이 생각하기 전에 너무 조급히 덤벼 일을 더 그르치지만 않는다면. Samsung Galaxy S9+
살면서 때로는 실타래가 얽히 듯 일이 복잡하게 얽힐 때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얽힌 문제를 푸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다만 미리 깊이 생각하기 전에 너무 조급히 덤벼 일을 더 그르치지만 않는다면. Samsung Galaxy S9+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니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 좋기도 하다. 지금 나는 병원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하지만 길지 않기를 바란다.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행복이요 가장 큰 감사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원 생활을 나름 즐기려 노력했지만 나중에는 몸이 힘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날들이 흘러갔다. 다행히 열이 내려 퇴원을 하였지만 퇴원 후에도 며칠 간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한동안 나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삶의 시간에는 축구경기의 추가시간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그냥 잃어버린 것은 아니리라. 대신 우리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100 s, ISO100
마치 한동안 나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삶의 시간에는 축구경기의 추가시간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그냥 잃어버린 것은 아니리라. 대신 우리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100 s, ISO100
마치 한동안 나는 시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삶의 시간에는 축구경기의 추가시간 같은 것은 없다. 그렇다고 시간을 그냥 잃어버린 것은 아니리라. 대신 우리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이번에 '이제는 더 내려놓아야 할 시간', 그리고 '쉬어가는 것을 즐겨야 할 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과도 '양적이 아닌 질적인 소통의 깊이를 키워야 할 시간'이며, '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야 할 시간'임도 깨닫게 되었다.

몸을 조금 추스른 후 베란다에 꽃들이 져서 새로 화분에 옮겨 심을 꽃들을 사오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노은동 화훼단지를 찾았다. 비를 맞고 피어 있던 꽃들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640 s, ISO100
몸을 조금 추스른 후 베란다에 꽃들이 져서 새로 화분에 옮겨 심을 꽃들을 사오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노은동 화훼단지를 찾았다. 비를 맞고 피어 있던 꽃들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640 s, ISO100
몸을 조금 추스른 후 베란다에 꽃들이 져서 새로 화분에 옮겨 심을 꽃들을 사오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잠시 노은동 화훼단지를 찾았다. 비를 맞고 피어 있던 꽃들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 순간들을 몇 장의 사진에 담아두었다. 그 순간이 그 꽃과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겠지만, 내 사진 속에서는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만남의 설렘과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500 s, ISO200
나는 그 순간들을 몇 장의 사진에 담아두었다. 그 순간이 그 꽃과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겠지만, 내 사진 속에서는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만남의 설렘과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PENTAX K-1, smc PENTAX-D FA 100mm F2.8 MACRO, f/3.5, 1/500 s, ISO200
나는 그 순간들을 몇 장의 사진에 담아두었다. 그 순간이 그 꽃과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겠지만, 내 사진 속에서는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만남의 설렘과 긍정의 힘을 느끼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꽃들을 보면서 다시 긍정으로 7월을 시작하고 있다. 살면서 잠시 멈추어 이 아이들과 같은 해맑은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감사이며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꽃들을 보면서 다시 긍정으로 7월을 시작하고 있다. 살면서 잠시 멈추어 이 아이들과 같은 해맑은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감사이며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꽃들을 보면서 다시 긍정으로 7월을 시작하고 있다. 살면서 잠시 멈추어 이 아이들과 같은 해맑은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감사이며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시간/ 권대웅

오늘 하루는
내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잠잘 때까지
하루 종일 희망을 말하는 사람,

그게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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