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전남대 연구진, 나노 섬유 기반 필터 개발 성공
학습 병행하며 문제 해결 노력···"우수한 효율과 집진 성능 갖춰"
연구는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권오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를 찾아 나섰고, 젊은 연구자들이 패기 하나로 뭉쳐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비는 생명연의 기관 고유 사업으로 해결했다.
권 박사가 있는 생명연, 스마트IT융합시스템연구단, 전남대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연구진이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은 1년만에 높은 성능을 갖춘 나노섬유 기반 초미세먼지 필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구를 주도한 권오석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연구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기술(Low technology)로 보면 된다"면서 "단지 외부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 작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패기로 뭉친 이들은 해보자는 의지로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연구팀에게는 하나하나가 새로운 학습의 장이었다. 권오석 박사는 실내 공기 정화 전문가로 꼽히는 김한중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학습을 병행했다.
여기에 박선주 생명연 박사, 윤현석 전남대 교수 등이 합류해 연구과정에서 제조, 측정, 시뮬레이션을 각각 담당해 역할을 수행했다. 수시로 만나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 미세먼지 장치 필터로는 주로 헤파필터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헤파필터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미세먼지를 포집하고 불순물을 분리할 수 있다. 또 미세먼지 포집 효율도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압력 손실이 높아 공기를 정화하는데 필요한 장치의 전력 소모량이 많고,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필터 입구나 출구에서는 차압으로 인한 압력 손실이 발생한다. 이 차이가 클수록 동일한 팬 속에서 지나가는 유량이 적어지게 되고, 이를 늘리기 위해 외부공기를 흡입하는 모터의 팬속도를 높일 경우 전력 소비량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반응성 이온 에칭 공정 기술(RIE)을 전기방사 된 고분자 나노 섬유 소재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섬유 두께를 줄이면서, 주입된 산소 가스를 통해 미세먼지가 더 잘 붙을 수 있도록 화학적 표면 처리를 해서 미세먼지 집진 효율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권 박사는 "섬유막을 촘촘하면서 균일하게 배열하고, 미세먼지를 정화하기 위한 섬유막 구성비를 최적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필터섬유에 대한 입자 충돌, 간섭, 확산을 극대화해서 집진 효율을 향상시켰다. 또 섬유 두께를 줄여 미세먼지보다 작은 공기 분자들이 잘 통과하고, 압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밀도범함수이론(DFT)을 이용해 표면 작용기와 미세먼지와의 분자간 상호작용 에너지를 계산한 결과를 토대로 미세먼지 흡착과 최적화된 화학 작용기를 밝혀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필터는 기존 필터 대비 성능이 약 25% 이상 향상됐다. 헤파필터와 비교해서도 이와 동일한 수준인 95%의 집진 효율을 나타내면서 압력 손실은 30% 가량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향후 이 기술이 차량용 공기청정기 필터 뿐만 아니라, 스마트 마스크, 윈도우 필터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벤처기업 쉐마(대표 한대익)와 함께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제품 개발도 협의하고 있다.
권 박사는 "출연연에서 보유한 우수한 기술을 조금만 활용해도 국민이나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원천기술 개발과 플랫폼 기술 개발을 함께 수행하면서 주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지난 17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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