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 조사결과]19일부터 5일간 의견조사···과학기술인 947명 응답 84% '긍정'
과기혁신본부 규제혁파 방안 제대로 파악 6%뿐, 현장까지 제대로 전달 안돼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가 R&D 규제혁파 방안'에 대해 과학기술인 84%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관식 문항을 통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가감없이 개진했다.

브릭(BRIC·생물학정보연구센터)은 19일부터 5일간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 947명을 대상으로 '과학기술혁신본부 주도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에 관한 의견조사를 실시하고 28일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은 연구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이슈를 중심으로 R&D 관리·지원 법규 제·개정 등으로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의견조사가 진행됐다.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으로는 ▲R&D 프로세스 전반의 규제혁파(기획·공모, 연구수행·평가, 연구관리, 제재) ▲부처별 R&D 제도·시스템 통합(연구비, 연구정보, 전문기관, 제도) 등으로 나뉜다.

이번 의견조사에서 'R&D 프로세스 전반의 규제혁파(이하 R&D 규제 혁파)'로 제시된 방안을 평가하는 질문에 84%(801명)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4%(32명)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1%(104명)는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1%(10명)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또 '부처별 R&D 제도·시스템 통합'으로 제시된 방안을 평가하는 질문에 82%(774명)가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3%(24명)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5%(142명)는 보통이라고 대답했고, 1%(7명)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R&D 규제혁파'의 각각 세부 개선안이 '본인의 연구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냐'를 묻는 5점 척도 질문(영향이 많을수록 5점)에는 연구수행·평가 부문과 연구관리 부문 4.3점으로 연구분야에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공모 부문과 제재 부문은 3.9점 등으로 집계됐다.

또 '과학기술계 전반적으로 얼마나 중요하냐'를 묻는 질문에는 연구수행·평가 부문 4.4점, 연구관리 부문 4.4점, 기획·공모 부문 4.2점, 제재 부문 4.2점 순이다. '본인의 연구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냐'를 묻는 항목에는 연구비 부문과 제도 부문이 4.1점, 연구정보 부문과 전문기관 부문이 4.0점을 기록했다.

또 '부처별 R&D 제도·시스템 통합'의 각각 세부 개선안이 '과학기술계 전반적으로 얼마나 중요하냐'를 묻는 5점 척도 질문(중요도가 높을수록 5점)에는 연구비 부문 4.3점, 제도 부문 4.2점, 연구정보 부문 4.1점, 전문기관 부문 4.1점 등으로 분석됐다.

의견조사에서 '평소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관심도'를 묻는 질문에 82%(780명)가 관심이 높다고 응답했고 2%(21명)가 낮다고 대답, 현장 연구자들의 과학기술 정책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과학기술혁신본부 주도로 마련된 '국가 R&D 분야 규제혁파 방안'에 대해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6%(58명)만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답해, 정부 방안이 현장까지 정확히 전달됐는지는 의문이 제기됐다.  45%(428명)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30%(284명)가 '발표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19%(177명)가 '전혀 몰랐다'고 답해 현장 연구자의 절반은 내용 파악이 제대로 안된것으로 확인됐다.
 
◆ 현장 연구자 'R&D 규제안' 적극 의견 개진 "규제 혁파도 좋지만 신뢰 기반 실행 필요"

현장 연구자의 80%이상이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혁신본부의 R&D 규제 혁파 방안은 절반이상이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브릭>
현장 연구자의 80%이상이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혁신본부의 R&D 규제 혁파 방안은 절반이상이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미지=브릭>

과학기술혁신본부의 R&D 프로세스 전반의 규제혁파(이하 R&D 프로세스)와 부처별 R&D 제도 시스템 통합 분야에 관한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R&D 프로세스 중 과제 기획 분야는 인기를 엎고 연구력이 없는 유명 집단이나 집단으로부터 이익을 받는 연구자들에게 과제가 쏠리는 상황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제 기획에 대해 한 참여자는 " 목적기초 형식의 자유공모 방식을 확대하고 신진, 기본, 중견, 선도, 도약의 경우 현행처럼 자유 주제로 연구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중소기업에서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다른 참여자는 "키워드만 조금씩 바꿔서 제안하는 과제는 규제를 철저히 하고 인맥에 의한 기획 과제도 철저히 철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제의 성격상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의 특성을 고려해 선정하고 평가해야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순수 연구도 평가 기준으로 사업화, 창업 등을 목표로 요구하면서 연구 내용과 맞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한 참여자는 "평가 기준에 맞추다보면 연구 내용과 전혀 맞지 않아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연차 평가 폐지와 평가 기준을 간소화하는 것도 좋지만 평가 기준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다변화로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다른 참여자 "연차 평가 폐지는 환영하지만 다른 이상한 방법으로 평가나 편법적인 평가나 간섭이 생긴다면 오히려 연구에 더 저해되는 요소가 된다"고 우려하면서 "대형 과제가 아닌 경우 연구자 스스로 과제를 자각하도록 하고 변경사항이 발생했을 때만 보고해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차 평가를 폐지하는 대신 연구노트와 데이터를 공개해 성실하게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를 가리고 공유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잦은 평가보다 연구비를 받자마자 결과를 몇달안에 평가기준에 맞춰 보고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다수였다.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 연구자의 연구 성실 부분이 선진국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적 교육을 선행하고 연구한지 2년정도 지난 후에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외에도 평가를 통해 합당한 이유로 진행이 저조하면 도와주고 반대의 경우는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구관리 분야 연구 외적인 행정부담 유발 규제 혁파 개선안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한 참여자는 행정인력의 전문화를 강조했다. 그는 "행정인력이 2년 단위로 바뀌면서 업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해 연구 인력이 행정업무까지 전담해야 하는 경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연구 행정 분리와 함께 행정 인력의 사전 재교육, 전담 인력의 전문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담당자의 잦은 교체도 문제로 지적됐다. 설문 참여자는 "새로운 담당자가 오면 초기 사업비 편성부터 문제가 생긴다. 비품비에서 행정사무비로 항목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 연구자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비용처리에 목숨을 걸게되고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서 "연구자들이 궁금해하는 회계 사무 전담 부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부처별 R&D 제도 시스템 통합 분야는 부처간 다른 기준으로 겪는 현장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연구비 문제에 대해 한 참여자는 "환경부 과제는 신한카드를 사용한 연구비 지출을 강조하고 있다. 또 임의적으로 지출한도를 정해 놓아 다른 과제 연구비 집행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며 통합적으로 신경 써 줄것을 당부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부처별 다른 집행기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연구비 반납을 남발하는 회계 처리로 연구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구정보 공개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구 종료 후 DB 뿐만 아니라 연구재료 은행, 생물자원 은행 등에 기탁 운영하고 해당 연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장기에 걸쳐 연구 역량이 축적되는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참여자는 "연구 계획과 내용은 공유하는게 바람직하지만 산업재산권을 확보하지 못한 성과물들이 공개되면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면서 보고서 자체 공유는 반대했다.

정부의 행정적 통일성에 대해서는 전문기관별 요구를 줄일 수 있고 이를 감시할 기구의 필요성이 도출됐다. 참여자들은 "전문기관의 갑질 형태가 여전하다. 전문기관이라는 이유로 사업별로 서류 요청이 다르다"면서 "서로 다른 규정은 연구자의 연구 수행에 혼란을 야기한다. 행정 서비스를 통일하고 안내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부처별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합리적인 선택과 업무 일원화,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 이후 업적은 공유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현장 연구자와 사업주최 간의 신뢰를 당부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실패 했다고 해서 지속해서 실패하지 않는다. 실패를 통해 방어기술이 발전하고 표준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면서 노벨상도 가까워진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할때 관록이 쌓인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바꾸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일관성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번 설문에는 947명이 참여했으며 직책별로는 교수급 39%(366명), 책임연구원 26%(244명), 연구원 13%(124명), 대학원생 8%(79명), 박사후 과정 7%(64명), 기타 7%(70명) 순이다. 소속별로는 대학 54%(511명), 기업 23%(218명), 국가기관과 출연연 18%(166명), 기타 5%(52명)으로 나타났다. 

설문 공동참여 기관은 기계·건설공학연구정보센터(MATERIC), 기초과학연구정보센터(ICBS),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 전자정보연구정보센터(EIRIC),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KMCRIC)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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