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수장들 직접 '연구자 설득', 매봉산 지킴 '한뜻'

출연연 원장들 '과학동네 100년 플랜 설계' '대덕 토지이용법 발의' 제안
특구 구성원 '커피 한 잔 값으로 매봉산 지키기' 약정서 서명운동 '활발'
#사례1. 대덕특구에 위치한 정부출연연구기관. 구성원들은 대덕연구단지의 자연 생태계를 지켜내자는 메일을 한통씩 받는다. 이슈에 공감한 출연연 원장과 몇몇 구성원이 전구성원 설득에 나서며 '매봉산 지키기' 서명서를 이메일로 보냈기 때문이다.

#사례2. 한 출연연 인트라넷 게시판. 매봉산을 지켜내자는 온라인 서명서가 게재되자 익명의 직원이 '서명서 추진 배경'에 대해 물었다. 해당 출연연 원장은 장문의 댓글로 차근차근 설명에 나섰다. 연구단지 녹지 공간과 자연환경에 대해 장기적 안목으로 고민해 보자면서 말이다.


대덕연구단지의 허파로 불리는 매봉산 부지에 아파트 건립이 거론되면서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난개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덕특구 내 다수의 출연연 기관장과 구성원도 자연 생태계를 지키자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회장 박천홍 기계연 원장·이하 연기협)도 협의회 차원에서 매봉산 지키기 운동이 활발하다. 연기협은 지난 12일 대덕특구내 16개 출연연 원장비서실에 '커피 한 잔 값으로 매봉산 지키기 약정서 서명'을 독려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매봉산 지키기에 공감한 출연연 수장들은 본원 식당을 비롯해 각 연구실에 오프라인 서명서를 배치한 것은 물론 연구자들을 설득하며 서명운동 참여에 직접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서명에 참여하지 못한 연구자들에게는 온라인 서명을 독려하며 매봉산을 지키자는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일부 출연연이 본원 식당과 각개 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매봉산 지키기' 약정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사진=연구자 전달>일부 출연연이 본원 식당과 각개 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매봉산 지키기' 약정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사진=연구자 전달>

특히 이번 서명운동은 정부에 역할을 바라기보다 구성원 힘으로 직접 지역 생태계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의미가 강하다. 서명운동 참가자들은 대덕단지 자연환경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출연연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온라인 서명을 통해 매봉산 지키기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서명에는 대덕 인근 산·학·연·관 관계자를 비롯해 지역주민, 대학생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참여하고 있다.

◆ '과학동네 100년 플랜 설계' '대덕 토지이용법 발의' 수장들의 제안

출연연 수장들은 과학동네 자연 생태계 보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 원장은 '대덕특구 마스터플랜 설계'를 제안했다. 연구단지를 100년 이상의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고, 연구자와 자연 생태계가 함께 호흡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

그는 "매봉산 부지는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개인재산권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연구자와 자연이 조화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라며 "항상 난개발은 부분부분 시작된다. 대덕특구의 마스터플랜이 설계돼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구단지가 상업·주거 지역인 둔산 지역처럼 변모되면 곤란하다. 주거 지역은 연구단지 이외에도 대전 지역에 많이 있다"라며 "녹지가 있으면 창의적 사고가 따라온다. 연구단지에 넉넉한 공간이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은 '대덕연구단지 토지이용법' 발의를 제안했다. 그는 연구단지 설립 45년 전 자연과 융화된 연구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초기 뜻과 달리 최근 무분별한 난개발로 녹지환경이 보전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도룡동 사거리에 들어선 고층 건물부터 잘못된 의사결정"이라며 "연구단지 설립 초기 취지를 적용할 수 있는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원 내부에 건물을 지을 수 있겠지만 추가로 녹지를 침해하는 것은 극히 제한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토지이용법이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도 난개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지난 90년도까지는 연구단지를 관리하는 관리사무소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같은 기능이 사라졌다"라며 "큰 건물이나 시설이 설립될 때 구성원들이 의논하고 합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형목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매봉산에 아파트가 건립되면 대덕특구 난개발의 시초가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야금야금 아파트가 개발되기 시작하면 지난 45년간 유지해온 환경이 무너진다"라며 "몇십 년 이내에 다른 도시와 똑같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천홍 연기협 회장은 "매봉산에 아파트가 난개발되는 것을 반대한다. 대덕특구 구성원들이 중지를 모아 함께 대응해야 한다"라며 "매봉산 부지에 사유재산 문제를 대체할만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공동관리아파트와 매봉산 생태계 지키기 관련해 청와대, 과기부, 국회의원 측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며 "두 곳 모두를 지키자는 목표로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커피 한 잔 값으로 매봉산 지키기' 약정서 서명운동에 앞서 일부 출연연은 매봉산을 지켜내자는 1차 서명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매봉산 개발반대 서명에 16개 기관이 참여했고 ETRI·표준연·기초지원연 등의 직원 1670여 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1차 서명결과가 대전시에 전달되며 대전시 도시공원심의위원회가 2회차에 걸쳐 매봉산 아파트 건립을 재심의했다. 오는 22일 제3차 심의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내 돈을 주고 땅을 사서라도 지키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약정서는 21일 대전시에 전달될 예정이다.

박성민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