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프레데릭 휘센 더랜치브루잉 대표···대전지역 이름 넣은 맥주 출시해 호응
공장 설비 제작 등에 공학지식 활용···"지역민 사랑받는 기업으로"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 한적해질 무렵,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수제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마당에 세워진 푸드트럭에는 각종 음식도 마련돼 있다. 대전 서구 정림동에 위치한 수제 맥주공장. 공장 안에 들어서니 즉석에서 만든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훤히 트인 유리창을 통해 양조시설이 한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에서 KAIST로 공부하러 왔다가 대전에 정착한 프레데릭 휘센(Frederic Huyssen) 더랜치브루잉 대표.  그는 KAIST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올해로 대전생활 14년째인 그는 대전과 사랑에 빠지며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공학적 지식을 더해 지역명을 딴 맥주를 선보이며 지역 알림이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맥주 유통을 시작한 이래 동네, 지역명을 딴 '빅필드맥주(대전의 뜻에서 유래)', '정림페일에일(공장이 위치한 정림동에서 유래)', '쎄종 드 쎄글(세종특별자치시에서 유래)' 등을 출시했다.

프레데릭 대표의 키워드는 '맥주', '커뮤니티', '과학'으로 함축된다. 한화이글스, 갑천, 유성을 비롯한 대덕특구를 좋아하는 그는 누구보다 대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아내와 갑천을 산책하는 것이 주요 일상이다. 전국을 누비면서 대전을 알리고 지역 맥주를 전파하기 위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

프레데릭 휘센 더랜치브루잉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프레데릭 휘센 더랜치브루잉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맥주공장 돌며 경험 쌓아···다수 파트너들과 협업해 창업 

프레데릭 대표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낭여행 차 한국을 찾은 그는 피스컵축구대회 등을 보며 약 1달간 체류했다. 당시 좋은 인상을 받은 그는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프랑스 명문대인 그랑제콜에서 전자공학과 학사를 마친 그는 KAIST에서 복수학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약 6개월 가량의 인턴십을 완료한 이후 KAIST에서 1년 반만에 물리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KAIST 재학 당시 만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고, 학업을 마쳤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직업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구실 생활에 지쳐있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

이에 프레데릭 대표는 아내와 KAIST 인근에서 카페 '시샤하우스(現더랜치펍)를 창업해 운영했다. 그러던 중 틈틈이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품평회도 하면서 맥주에 관심을 가졌다.

"프랑스 출신인데도 와인보다 맥주가 좋았어요.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죠. 대전과 도시 크기, 성격 등이 비슷한 미국 샌디에이고에는 수제맥주공장만 120개가 넘는데 대전에는 이러한 곳이 없다는데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대전을 찾은 외국인도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다.<자료=더랜치브루잉 제공>
대전을 찾은 외국인도 꼭 들리는 곳 중 하나다.<자료=더랜치브루잉 제공>
기존에 운영하던 카페는 크래프트 맥주를 판매하는 펍으로 전환됐다. 그는 펍 운영에 신경 쓰면서도 대전과 남양주 등의 양조장에서 맥주 제조법과 과정 등을 배웠다. 그리고 그가 원하던 수제맥주 공장 회사를 설립에 나서게 됐다.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직접 수제맥주를 제조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495.86m²(150평) 이상의 부지와 높은 천정, 근린 생활 공간 등에 부합하는 조건에 부합해야 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수제맥주 양조장 부지가 없었다. 내포신도시, 논산 등 인근 지역까지도 돌아다녔다. 대덕특구 내 기업, 연구소 등을 통한 입주도 물색했지만 주류 공장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여러 달이 지난뒤에야 현재 부지가 최종적으로 선택됐다.

부지 선정이 끝나자 법적 문제가 걸림돌로 다가왔다. 복잡한 정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류작업을 하는데에도 시간이 소모됐다. 하지만 그는 주세법 등을 준수하며 어려움을 타개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많은 파트너들의 도움을 꼽았다. 10여년 동안 펍에서 함께 해온 지인들이 수제맥주공장의 투자자이자 파트너로서 힘을 보태고 있다. 내·외국인으로 구성된 이들은 이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생각하며 교류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다.

간판부터 각종 시설 설계와 제작은 프레데릭 휘센 대표와 그의 파트너들이 담당했다.<자료=더랜치브루잉 제공>
간판부터 각종 시설 설계와 제작은 프레데릭 휘센 대표와 그의 파트너들이 담당했다.<자료=더랜치브루잉 제공>
◆KAIST서 배운 공학 지식 활용해 모든 공장, 장비 직접 설계하고 제작

"KAIST에서 배운 공학적 지식들이 바이오화학 공정, 바이오물리 공정 등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어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원하는대로 공장 설비도 제작했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높은 품질로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레데릭 대표는 KAIST에서의 학업이 다양한 시각을 갖고, 창업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의 모든 장비와 시설은 프레데릭 대표가 설계하고 제작했다. 전선, 계기판, 저장시설, 분쇄기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제작하면서 7000만원에 달하는 장비를 3000만원으로 절감해 제작하기도 했다. 그만큼 고품질의 장비를 자신이 원하는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맥주 제작 공정을 설명하며 전 과정에 공학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맥주의 원천 재료는 독일과 영국에서 수입한다. 좋은 재료를 활용해 '담금', '발효', '숙성', '포장' 등의 공정을 2달 가량 거치면 최종적으로 맥주 제작이 완료된다. 

그는 "​맥즙을 만들 때 산성도 조절, 산소 조절 등 화학적 기계 장치가 중요하다"면서 "발효공정에서도 온도, 압력, 산성도 등 발효 과정을 추적하고 잘 관리해야 일관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영국에서 수입한 고품질 맥아가 수북히 쌓여있다.<사진=강민구 기자>
독일과 영국에서 수입한 고품질 맥아가 수북히 쌓여있다.<사진=강민구 기자>
프레데릭 대표는 품질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기업이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방법은 결국 좋은 품질과 표준화밖에 없다는 것이다. 

흔히 소규모 맥주공장에 제품 편차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숙성, 발효 시간이 필요한데 제품 판매에 급급하다 보니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모든 공정은 그의 몫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품질 맥주를 내놓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특히 그가 신경을 쓰는 부분이 블랜딩(Blending)이다. 이 양조장에서 나오는 맥주라면 맥주향 등의 품질이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온도, 산성도 등을 맞추며 좋은 맥주를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프레데릭 대표는 가장 어려운 업무로 제품 포장을 꼽았다. 저장조에 들어 있는 맥주와 달리 제품 포장 과정에서 산소가 들어가면 새로운 발효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맥주는 전량 통으로만  패키징되어 대전과 서울 등지의 수제맥주집 등으로 유통되고 있다.

최근 그는 직접 병이나 캔으로 담을 수 있는 장치도 직접 만들면서 맥주 품질 손상 없이 맥주를 포장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공장 내부 양조시설.<사진=강민구 기자>
공장 내부 양조시설.<사진=강민구 기자>
◆커뮤니티 활성화 중요···지역 문화 형성에 기여 목표

"대덕에는 다양한 분야 기업과 연구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들을 융합(Cross Over)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도 맥주회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공학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작은 방을 임대해서 연구실로 활용하고 있지만 추후 풀타임 연구가 가능한 시설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맥주는 공학적 제품이며, 데이터가 많을수록 품질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프레데릭 대표는 기술이 좋은 출연연 구성원들이 지역 경제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지역 기업을 돕고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표시했다. 서로 상승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 대표의 모국인 프랑스는 지역 커뮤니티와 문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한 지역의 축구팀을 응원하며 지역과 밀착해 활동한다.

그는 대전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궁극적으로는 대전 커뮤니티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이끄는 것이 목표다. 현재 매출 상당수는 서울에 있지만 추후에는 대전에 밀착해서 지역경제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아직 파트타임으로 4~5명이 일하는 작은 회사이지만 회사가 알려지면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올해 안으로 직원을 10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내외국인들이 수제맥주공장을 찾는다.<사진=더랜치브루잉 제공>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내외국인들이 수제맥주공장을 찾는다.<사진=더랜치브루잉 제공>
프레데릭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전의 유명 제과점인 '성심당'처럼 지역의 사랑을 받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맥주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가 발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역의 맥주를 지역 상권, 야구장 같은 문화공간 등에서 팔고 이들이 맥주를 즐기면서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빅필드 맥주 등 지역명에서 유래한 맥주들은 향 뿐만 아니라 맛도 제법 훌륭하다.<사진=강민구 기자>
빅필드 맥주 등 지역명에서 유래한 맥주들은 향 뿐만 아니라 맛도 제법 훌륭하다.<사진=강민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