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벤처 리더스클럽' 11월 모임 중계

'위기'에 벤처기업 CEO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움츠려들어야할까, 기회로 알고 박차고 나가야할까, 평상심을 갖고 곧 좋은때가 오겠지하고 기다려야할까...

지난 23일 열린 벤처 리더스 클럽은 이러한 주제를 갖고 시종 진지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습니다.

벤처 리더스 클럽은 정현준류의 사이비와는 달리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처럼 라면에 밤샘을 일상으로 하던 정통파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벤처업계의 대표적 모임 가운데 하나입니다. 80년대말부터 사업을 시작해 IMF한파라는 초유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역전의 용사들입니다만 그래도 반짝 호황뒤의 시련은 매섭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이전에 활기있던 모임 분위기가 다소 침체된 듯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주제 발표는 두 분이 해주셨습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의 7가지 조건을 전파하는 한국 리더십 센터의 김경섭 박사와 대표적인 다국적 PR회사의 하나인 에델만의 한국 지사장인 이태하 사장입니다.

1. 김박사는 자신의 실패담을 바탕으로 전환기(위기)의 벤처 CEO 리더십이란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지금은 대중앞에서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하지만 이전에는 자신도 말더듬이었다는 고백으로 시작한 이날 강의는 벤처기업인은 물론 일반인도 들어볼만한 내용이었습니다.

김박사는 자신도 20년전에 한국 최초로 CAD회사를 차리고 밤샘을 밥먹듯하다가 실패한뒤 미국에 건너가 새인생을 개척해 돌아왔다고 자신의 경력부터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좌절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었다며 위기나 불행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는 위기는 거꾸로 보면 도약의 기회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40년대 해방되고 50년대 전쟁을 거쳐 60년대 근대화를 시작하며 위기아닌때가 있었냐고 질문했습니다. 과거에는 걱정거리도 없었다면 이제는 그나마 걱정거리를 갖게된 것 조차가 여유가 생긴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러면서 경영자체의 환경이 바뀌었다고 덧붙입니다.

과거에는 조정 경기처럼 평탄한 물살을 가르고 나아갔다면 이제는 급류타기로 국면국면이 암초가 아닌 것이 없다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면서 벤처기업인을 비롯해 직원들이 가져야할 제1의 자질은 위기 대처능력이라고 말합니다. 상황이 비상 시국의 연속인만큼 직원들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유연하게 대처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위기 국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CEO의 리더십이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CEO들이 어디 1시간이나마 CEO로서의 자질 교육을 받아본적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CEO들은 할일도 챙겨야하지만 하지 않을 일을 더욱 챙겨야한다고 권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실패담을 전하면서 직원들이 종종 나가면 사업을 접든지, 본인을 다시 심각하게 들여다보라고 권합니다. 직원들이 떠나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꿋꿋하게 사업을 해나가면 돈/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이죠.

포츈에서 발행하는 성공한 최고 경영자들의 공통점으로 사람을 든다고 합니다. 사람을 전략보다 더욱 중시한다는 것이죠. 유능한 사람은 중용하고,무능한 사람은 과감히 내보내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돈이 최고가 아니라 비젼과 사회적 유산이라는 말도 합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비젼을 갖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라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부심을 가질수 있지만 그나마도 안되면 돈이나 스톡옵션이라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바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CEO 스스로가 하나의 모델이 돼야하고 원칙을 지켜야하며 올바른 방향설정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또 조직원들 모두가 5년뒤, 10년뒤의 비젼을 공유하고 어려움이 닥치면 오히려 도전해서 역경을 이겨낼수 있는 정신을 가져야한다고도 말합니다.

변화의 조짐은 CEO보다 현장 관리자가 먼저 깨달을수 있는데 이 때문에 조직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은 항상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2. 에델만 코리아의 이태하 사장은 벤처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습니다. 그는 위기란 다른 한편에서는 기회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주장했습니다.

IMF시기 로스차일드의 윌버 로스라는 사람은 한라그룹에 1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본인도 이득을 보고, 한라그룹도 살렸으며, 그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현대 그룹에 비슷한 투자를 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위기라고 모두가 몸을 사릴때 다른 한편에서는 이때야말로 싸게 살수 있는 때로 여기고 기회를 포착한다는 것이죠. 이 사장은 벤처기업들도 지금이 그럴때라고 말합니다. 국내에서 자금 조달이 안되면 해외로 눈을 돌리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어렵지만 우리 회사 좋으니 지금 투자하라고 하면 안되고, 우리가 지금 이러한 어려움에 빠져있는데 앞으로 이떤 식으로 극복할 계획을 갖고 있고,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예측된다고 말해 외국의 돈 가진 사람들이 "아, 지금 싸구나"하고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

3. 두 사람의 발표가 있고 한 벤처기업가의 비장함이 어린 고백이 있었습니다. 게임넷이란 게임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재 사장입니다.

그는 며칠전 직원들한테 밝힌 중대발표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월세 5천만원에 이르는 아셈타워의 4백20평 사무실을 옮긴다. 12월부터 봉급은 없다. 출근시간을 오전 9시로 한다. (밤샘이 많은 관계로 게임업계의 평균 출근 시각은 오전 10시,11시) 모든 지급을 동결한다. 이 모든 위기를 뒤늦게 인식한 죄로 대표이사의 모든 주식을 소각한다.

이 대표의 말은 이렇습니다. 투자를 받은 80억원 가운데 아직 40억원은 남아있지만 긴축을 하기 위해 이같은 비상조치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 발표 이후 38의 직원중 3명이 떠났고 나머지 사람들은 여전히 잠방에서 밤샘을 하며 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상황이 나빠짐에도 게임넷은 그동안의 투자 결과가 이제 나타나려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벤처 캐피탈을 중심으로 개별 기업 사장은 아랑곳않고 닷컴 기업 몰락이란 시장상황에 몰려 투자 많이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섭섭한 감정도 표시했습니다. ------------

4. 이에 대해 에델만의 이태하 사장은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봉급이 없고,대표이사의 주식을 소각하고,사무실을 옮기기로 했고,직원들이 퇴근하지 않고 밤샘을 한뒤 자는 잠방이란 것이 사내에 있다는 것은 외국에서는 상상할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외국에 PR을 해야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5. 2시간여의 무거운 대화가 오간뒤 특별초청된 박노해 시인의 부인인 김진주씨가 나섰습니다. 연말을 맞아 그리고 벤처 리더스 클럽의 기본 이념 가운데 하나인 나눔의 정신을 공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김씨는 나눔문화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뒤 벤처 리더스 클럽측에 공동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여성 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충북여성장애인회와 아프리카에서 온 노동자들이 신자로 있는 파주탄현의 한길교회가 자립할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

6. 이날 벤처 리더스 클럽은 김일섭 회장이 취임한뒤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몇가지 사업안을 만들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지방에 있는 벤처들을 돕는 지방화 위원회의 구성입니다.

김 회장은 "날로 커지고 있는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할수 있는 열쇠는 벤처만이 지니고 있는 것 같다"며 "리딩 벤처들이 지방벤처들의 활동을 도울수 있도록 지방화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벤처 리더스 클럽의 11월 모임은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열기가 가득 찼습니다. 주제 발표와 토론 시간내내 자리를 뜨는 사람 하나없이 모두가 몰입돼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현재가 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가 올드 이코노미에서 뉴 이코노미로 이행하며 겪는 성장통기도 하고, 이러한 아픔을 겪으며 기업가와 기업은 성장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며 좌절하고 있기보다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정신을 가다듬을 때라는게 모두의 결론이었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