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 좌담회]직경 30km안에 이공계·경제인문사회 관련 연구기관 밀집
협력 통해 활로 모색하고 국가적 비전 제시해야

"지금과 같은 자세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 대전, 세종 간 '두뇌 고속도로(Brain Expressway)'를 구축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우천식 KDI 박사)

"성공적인 융합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경제인문사회계는 국가적 아젠다를 만들고, 출연연은 이를 위한 기술을 제공하면 시너지가 클것이다."(함진호 ETRI 책임연구원)

대덕과 세종의 전문가들이 모여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촛불시위 등으로 국가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대덕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세종의 국책연구기관의 협력이 활성화되면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덕넷은 ▲김병진 쎄트렉아이 대표 ▲우천식 KDI 선임연구위원 ▲유성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 ▲함진호 ETRI 책임연구원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대전·세종 좌담회를 열었다. 

대전·세종 좌담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박은희 기자>
대전·세종 좌담회 참석자들의 모습.<사진=박은희 기자>
◆ 대전-세종 30km 내에 2만명 운집···"협력 시대적으로 불가피"

이날 패널들은 세종시에 국책연구기관이 입주하고 대덕과 지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며 교류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처음 세종에 왔을 당시 얼마나 오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세종시가 근거지라고 생각한다"면서 "KDI, STEPI 등 경제인문사회 관련 연구기관들이 공간적으로 밀집돼 있어 예전보다 잘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허 박사는 "교류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며 "기존 네트워크를 보유했던 사람들에게는 좀 더 기회가 많고 증폭될 수 있는 반면 신규 연구원 등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들은 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경제 인문사회계와 교감을 많이 한다"면서 "가령 STEPI에서 일을 보려면 하루가 걸렸는데 이제는 반나절이면 되기에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프라가 조성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개별적인 접근보다는 시스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함진호 ETRI 박사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력 인프라가 됐으니 협력 방안을 만들고 성과들을 시스템화해야 한다"면서 "대덕의 연구자 1만5000명과 세종의 5000명 등 총 2만명이 직경 30km. 반경 15km 안에 있다는 엄청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천식 KDI 박사는 '고급두뇌 고속화도로(Brain Expressway)' 측면에서 설명했다. 우 박사는 "세종시에 국책연구단지 조성은 대덕에 이어 고급 R&D 기반이 마련된 역사적 사건"이라면서 "아직 세종에 온지 3년밖에 안됐지만 대덕과 세종을 연결해 국가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레인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대전과 세종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접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덕과 세종이 잠재력을 갖고 있어도 구체적으로 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접근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는 "대덕을 이용하면 큰 돈을 안들이고 투자할 수 있다"면서 "대전, 충북, 충남, 세종 등을 엮어서 중장기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화학연, ETRI, UST 등과 다양한 산학협력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기술애로사항 해결에 출연연, 대학 등이 모여 해결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미래전망모임인 세종미래전략연구포럼(이하 세종포럼)은 대전·세종 간 교류에 있어 하나의 우수사례로 제시됐다. 세종포럼은 국책연구단지과 인근에 위치한 KDI와 산업연구원, 노동연구원 등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과 ETRI 등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 소속 출연연의 연구자들이 교류하며 국내외 미래 의제를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유성규 박사는 "세종포럼에 참석하며 놀랐던 것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몇 번 참석했던 것이 인상적"이라면서 "현장 일선의 과학기술 관련 고위 관료들도 이러한 움직임들을 주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함진호 박사는 과학과 인문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융합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경제인문사회계는 국가적 아젠다를 만들고, 출연연은 이를 위한 기술을 제공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우천식 박사는 "인문, 이공, 지방, 정부, 기업 관계자 등이 모여 마인드 교환이 필요한데 세종포럼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면서 "이제는 학계, 정부, 기업인 3명만 모여도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세종포럼에 참석하면서 2년 사이에 대덕 보다 세종시 사람들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라면서 "아직까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교류하고 있지만 이를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대전-세종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허재준 노동연구원 박사, 함진호 ETRI 박사, 유성규 표준연 박사,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 김병진 쎄트렉아이 대표, 우천식 KDI 박사.<사진=박은희 기자>
패널들은 대전-세종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허재준 노동연구원 박사, 함진호 ETRI 박사, 유성규 표준연 박사,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 김병진 쎄트렉아이 대표, 우천식 KDI 박사.<사진=박은희 기자>
미래부 세종시 이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 박사는 "국회 분원이 세종시에 만들어진다면 고위 공무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좀 더 많은 기회 창출이 가능하다"면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으며, 공무원들도 과천보다 세종에 있을 때 국가 전체를 보는 인식이 확대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핵심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이전하지 않아서 실질적인 체감이 적고, 산업부가 내려왔지만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대덕과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하루 속히 핵심 주무부처가 이전해 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풀뿌리(Grassroot) 움직임을 통한 바텀업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우 박사는 "인문사회계는 과학적 이해도가 낮고, 이공계는 정책 이해도가 낮은 특성을 갖고 있는데 서로 경계를 허물고 협력한다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진흥원 설립 등을 통한 문제해결식 접근 보다는 바텀업으로 시작해서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출연연 입장에서 공무원은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종 국책연구기관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풀뿌리 조직처럼 자체 여건에서 서로 가능한 부분을 해결해 나간다면 향후 높은 수준의 정책 자문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문이과를 통합해 학생들에게 학습을 시키고 세계정세를 읽을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면서 "출연연 등 국가과학기술기관의 역할은 국민들에게 연구주제 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전-세종간 협력에 앞서 대전시 등 지자체가 먼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절실함이 있어야 출연연과의 협력을 잘 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배경에 지방정부 등이 적극 지원한다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출연연의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의 실패 비율이 높은 이유를 분석해 보면 출연연 연구원의 원가나 연구환경 개념과 실제 기업의 시설과 괴리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출연연은 요소 기술, 기업은 통합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 박사는 "출연연 연구자들이 연구원 기관 경계를 넘어서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만 있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각 분야별 국가적 아젠다를 먼저 세팅하고 출연연은 이에 대한 세부기술을 제시하면서 경제인문사회계와 협력한다면 성공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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