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르포]'방사성폐기물 이송'의 모든 것

대덕 연구원에서 경주 방폐장까지 무박 2일 동행취재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안전 무한수렴


대전에서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싣고 새벽 빗길을 달려 경주 방폐장에 무사히 도착한 트럭들 <사진=대덕넷>대전에서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싣고 새벽 빗길을 달려 경주 방폐장에 무사히 도착한 트럭들 <사진=대덕넷>

지난 12월 14일, 2016년도 마지막 이송이 끝났다. 연간 목표된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800드럼을 다섯 차례에 걸쳐 모두 경주 방폐장으로 '무사히' 옮긴 것이다. 

방사성폐기물이 무엇이길래 대전에서 경주로 먼 길을 달리게 했을까. 2016년의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한 손에 카메라를 쥐어 잡고 무작정 동행한 무박 2일의 취재. 그 한밤중의 주행은 '긴장의 연속' 이었다. 기준치 이하 일회용 장갑, 옷가지 하나하나가 '방사성' 이기에 엄격히 다뤄야 하는 그 현장의 단면을 공개한다.

◆ 144통 노란색 드럼들 '막차에 몸을 싣고'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방사성고체폐기물 저장고에서 상차작업이 한창이다. <사진=대덕넷>한국원자력연구원 내 방사성고체폐기물 저장고에서 상차작업이 한창이다. <사진=대덕넷>

13일 아침,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을 통과해 한참을 들어가니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 폐기물 상차작업은 오전 10시가 넘도록 계속 됐다.

방사성폐기물 저장고는 보통의 창고와 같은 외관. 그러나 꽤나 꼼꼼한 교육과 안전복 착용, 그리고 '삐삐'처럼 생긴 방사선피폭량측정기(이하 측정기)를 달고서야 2중의 단계를 거쳐 창고로 입장 가능했다.



200리터 노란색 드럼들이 가득 찬 저장고. 아무리 저준위 방사성물질이라고 하지만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어 측정기를 들여다보니 '0' 자리 수에 머문다.

현장을 감독하고 있던 강일식 원자력연 책임연구원은 "이 드럼 안에는 지금 입고 있는 일회용 가운이나 마스크, 신발 외피 등이 들어가 있습니다. 연구원들로부터 매일 나오고 맨손으로 만져도 되는, 기준치 한참 아래의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들이죠"라고 안심시킨다.

트레일러에 차곡차곡 올려 진 드럼들은 밑판 파레트에 움직이지 않도록 고박 됐다. 지게차로 들어올림부터 트레일러에 내려놓음까지 반출지정 기준인 '로트' 번호에 따라 하나하나 사람의 눈과 손을 거친다. 144드럼 상차에 벌써 3시간 넘게 소요됐다.



경주로의 출발은 한참 뒤인 자정인데, 왜 아침부터 서두를까.
단순히 싣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사이사이 오염도를 검사하고 선량율과 안전성 등 확인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보니 아침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정오가 다 되서야 트레일러 3대에 이송목표인 144개 드럼들의 상차가 끝났다. 트럭이 저장고 앞에서 정차하자, 작업자들이 안전바를 치고 경호를 선다. 그 사이 측정기로 드럼이 들어있는 컨테이너의 방사선량을 측정한다.

기준치 '2000' 마이크로 시버트 보다 천 단위로 모자란 '3' 마이크로 시버트. 사실상 '0' 수준이다.

컨테이너 밖으로 감지되는 방사선량 측정. 일상에서 받는 생활방사선량 수준 <사진=대덕넷> 컨테이너 밖으로 감지되는 방사선량 측정. 일상에서 받는 생활방사선량 수준 <사진=대덕넷>


◆ 연구원 내 방사성폐기물 "혹여 유출되도 기준치에 못미치는 안심 수준"

왼쪽이 중준위, 오른쪽이 저준위 저장고다. 뒤쪽에도 저장고가 있다. <사진=대덕넷>왼쪽이 중준위, 오른쪽이 저준위 저장고다. 뒤쪽에도 저장고가 있다. <사진=대덕넷>

원자력연 내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은 다섯 곳이 있다. 작업장에서 보이는 울타리 너머로는 세 곳이 있다. 모두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지만, 방사선량에 따라 저장소를 분류해 보관하고 있다.

중준위 폐기물은 보다 더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 내에 별도의 원형공간을 마련해 소형전용용기에 보관 중이다.

그보다 방사선량이 낮은 폐기물을 보관하는 드럼 자체도 낙하와 침수 등 국제기준을 통과했다. 외부인에 의해 드럼이 유출되지 못하도록, 2단계 이상의 방사선을 감시하는 계측장치와 입출입을 감시하는 CCTV도 24시간 운영한다.

홍대석 방사성폐기물관리실장은 "여기 폐기물들은 지진 또는 화재 등 만약의 사태 시에도 방사선이 외부로 유출될 일은 0%에 가깝게 대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용후핵연료봉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방문 환영'



이송을 기다리는 차량에 대해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수가 있기 전까지 시간이 있어, 작업장 근처에 있는 조사후연료시험시설(사용후핵연료봉 시험 시설)을 방문했다.

사용후핵연료 1699봉이 있다고 해서 그 수량의 위압감에 지역에서 논란이 된 적은 있지만, 안전성의 사실 규명이 되면서 현재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상태다.

누군가 원자력연은 원자력발전에 필연적인 핵연료 종합병원으로 비유했는데, 파란 물속에 얌전히 잠겨 있는 사용후핵연료들이 환자처럼 보인다.

여기서도 개인 방사선피폭량측정기는 0점 대. 수조 안으로 빠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아찔한 상상도 스쳐간다. 실제로 구명튜브가 걸려 있는데, 빠진 사람은 물론 없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최근 본보의 전문 연구자 해설과 르포가 더 상세해 링크로 대신한다.

이곳을 안내한 김도식 조사후시험실장은 "아직도 원자력에 대해 시민이 갖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이 아쉽다. 궁금한 누구에게도 이곳을 보여줄 수 있으니 언제든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내 액체처리시설 <사진=대덕넷>방사성폐기물처리장 내 액체처리시설 <사진=대덕넷>

근처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도 둘러봤다. 저장시설에 놓인 노란 드럼통이 만들어진 곳으로, 연구원내 모든 방사성폐기물이 모인다. 폐기물들은 방사선 준위와 고체와 액체 등 내용별로 분류돼 원자력 안전기준에 맞게 처리된다. 어떤 것은 자동화 장치로, 일부는 사람 손으로 직접 분류한다고 김태국 원자력연 책임연구원은 그 과정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몇년 전 대전시의원들도 방사성이라 위험할 거라는 우려를 갖고 왔었죠. 저희가 이곳의 시설들을 다 설명하고, 봉인된 폐기물 드럼도 따서 그 안의 내용물을 직접 꺼내 보였습니다. 저희가 매일 살로 맞대는 것이라고요. 그제야 안전성을 인정하시더라고요."

원내 일상에서 나오는 저준위폐기물 드럼 한통에 2천만 원, 한번 이송에 30억 원<사진=대덕넷>원내 일상에서 나오는 저준위폐기물 드럼 한통에 2천만 원, 한번 이송에 30억 원<사진=대덕넷>

연구원 내에서 일상적으로 나오는 저준위방사성폐기물들은 처리비용이 상당하다. 경주 방폐장에 폐기물관리비용 1340만9000원, 경주지역 유치지원수수료 63만7500원, 폐기물 처리 및 분석비용과 이송 용역비 600만원 등 200리터 노란 드럼 한 통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000만원이 소요된다.

이날 나갈 드럼이 144개 드럼이니 한 번 이송시(2000만원 x 144드럼) 30억여 원이 도로를 달리는 셈이다.

◆13일 오후 4시. KINS 검사 "이송해도 좋습니다"

이송 단계 수시로 KINS의 안전점검을 받는다. 서류검토까지 1시간 소요. <사진=대덕넷>이송 단계 수시로 KINS의 안전점검을 받는다. 서류검토까지 1시간 소요. <사진=대덕넷>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검사원들이 현장에 도착해 폐기물 이송 안전성 평가를 시작했다. 컨테이너를 개봉하고 차량 곳곳을 돌며 드럼 수량은 맞는지, 결박은 이상없는지, 방사선 측정은 기준치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소화기 일부의 규격 지적이 생기자 대체분을 긴급 공수해 온다.

규정대로 준비한 연구원들은 혹여 하나라도 지적을 받아 출발에 지장이 있을까 긴장했다. KINS 검수 결과는 이상무. 그제야 연구원들의 얼굴이 핀다.

◆13일 자정 24시. 출발 1시간 전 스텐바이 '다짐 또 다짐'

원자력연구원과 협력업체들이 이송에 참여한다. <사진=대덕넷>원자력연구원과 협력업체들이 이송에 참여한다. <사진=대덕넷>

작은 회의실에 중무장한 20여명의 인원들이 집합한다. 책임자들과 운송, 보안, 방사선관리 요원들이다.

모두 측정기를 차고 안전이송계획과 동선 등을 다시 한 번 숙지한다. 이미 네 차례나 경주를 다녀온 경험들도 있고 두달 전 비상대응훈련도 마쳐 이송 흐름이 훤히 보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생기면 위험을 넘어 여론의 후폭풍이 상당하기 때문에 하나의 실수도 놓칠 수 없다는 다짐을 한다.

집합이 끝나고 드디어 승차. 선두차를 시작으로 운송 트럭 3대, 그 뒤로 예비 트럭과 지휘차, 비상대응차가 오와 열을 맞추며 원자력연 정문 앞으로 이동한다.

정문에는 운반개시 확인을 위한 KINS 뿐만 아니라, 출발일정을 공지받고 나온 경찰과 대전시청, 유성구청의 담당자들도 나왔다. 



◆14일 새벽 1시. 경주로의 여정 "이송을 신고합니다"



새벽 1시. 예정대로 대열은 경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동을 시작하자 운반총괄책임 안상복 재료조사시험평가부장의 스마트폰이 바쁘다.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을 모은 단톡방에 이송을 시작한다고 실시간으로 알린다. 새벽 1시라 미안하지만 안전에 관계되기에 어쩔 수 없다.

이송 상태는 PC에서도 추적이 가능하다. '안전하게 잘 가고 있다고'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모순되게도, 핵관련 물질의 이송은 테러의 위험 때문에 보안 대상이다. 하지만, 주민의 관심이 주목되니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다.

'수고 많으십니다^^' 한 시의원이 답장을 준다. <사진=대덕넷> '수고 많으십니다^^' 한 시의원이 답장을 준다. <사진=대덕넷>

◆ 6일의 준비와 6시간의 대장정 '안전 무한수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송 간 대열 조정이 관건이다. <사진=대덕넷>사고가 나지 않도록 이송 간 대열 조정이 관건이다. <사진=대덕넷>

"3호차 차선 변경 완료, 2호차 변경 완료, 1호차 변경 완료 등."
"껴드는 차량 주의 바랍니다."
"속력이 빨라집니다. 선두차량은 1호차 운전상태 점검하고, 경각심을 주기 바랍니다."

무전기가 쉴 틈이 없다. 대열이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안전 통제가 어려워지고 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대열은 2차선을 따라 달린다. 간혹 끼어드는 차량이 생기면 차선을 변경해서라도 먼저 보내고 대열을 유지한다. 차선 변경은 뒷차부터 하는데, 뒷차가 차선을 막아줘야 앞 차들이 안전하게 차선을 바꿀 수 있다.

대전서 경주까지는 250km. 보통의 주행속력이라면 3시간 거리. 그러나, 이송 대열은 안전속도 80km/h 이하로 천천히, 그리고 대열을 유지해 이동해야 한다. 그 시간은 5시 30분 정도 걸린다. 운전자 등 모두가 피곤할 이 깊은 밤에 떠나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새벽 시간대는 차량통행량이 적어 대열의 통제가 용이하며 사고 발생률도 낮다. 이송 간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경로보안에 유리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처리 및 후속조치가 용이하다게 장점이다.

이송 날짜를 맞추는 것도 퍼즐이다. 비가 오거나 날이 추워 길이 얼지 않아야 하며, 도로공사 교통량 통계를 분석해 최적의 날을 잡아야 한다.

예정일이 정해지면, 최소 6일 전 경주까지 사전 경로답사를 다녀 온다. 도로 주변에 대해 실시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는 적합한지, 위험구간은 어디인지, 휴게소 어디서 쉴지, 시간은 적정한지 등 여러가지 이동 테스트를 거치고야 경로가 마련된다.

그런데 경로상 경북 경주시 양북면의 5일장이 열리는 구간을 피할 수가 없다. 좁은 2차선 도로에 촌로들이 물건을 내다놓고 팔기 때문에, 도로가 매우 협소해 진다. 2015년에는 장날을 피해서 날짜를 잡았지만, 2016년에는 장날과 이송날짜가 겹쳐 장이 열리기 전 해당 구간을 통과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송 시즌이 다가오면 책임자는 꿈에서도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상당한 스트레스가 느껴진다.



계산된 잠깐의 휴식 "쉬어도 쉬는 게 아냐"

새벽 3시 정신이 몽롱할 무렵. 약간의 변수가 생겼다. 예정된 칠곡 휴게소 일정을 변경해야 한단다. 사전 선발대가 대열이 들어갈 자리를 맡아두었다가 민원을 받게 됐다.

길다란 트럭 3대와 다수의 호송차량 등이 넉넉히 들어갈 자리는 아무리 야간이라도 찾기가 쉽지 않다. 휴식을 위해 대형 화물트럭들도 휴게소를 찾기 때문이다.

선발대가 차기 휴게 후보지로 움직이고, 책임자는 지도를 보며 구간 시간을 계산한다. 다행히 평사 휴게소로 대열이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정차하자 마자 트럭 주변으로 안전선이 쳐지고 경호원들이 접근을 차단한다. 그 사이 방사선 수치는 안전한지, 컨테이너에 붙은 안전 스티커는 이상이 없는지도 확인한다. 이상은 없다.

30분, 운전자들은 달콤한 휴식을 얻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바깥에서 차량 주변을 지키고 서 있다.

"반 넘게 왔지만 남쪽으로 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차량은 많아져요." 책임자는 걱정이다.

잠깐의 휴게소 정차도 계산된 이송경로의 일부다. <사진=대덕넷>잠깐의 휴게소 정차도 계산된 이송경로의 일부다. <사진=대덕넷>

◆ 잠 못드는 밤 비는 오고 "동료들을 믿습니다"
 


남쪽으로 갈수록 정말 도로가 좁아지고 차량은 많아 졌다. 예상한 일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길이 얼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다들 졸렸던 눈이 번쩍 떠지고 무선기가 바빠진다. 대열 사이로 끼어들기하는 다른 차들을 견제하고, 앞 뒤 차량에 거리조절도 하면서 80km/h 운행을 유지해야 한다.

경주 도착 예정 시간은 아침 7시. 그 시간에 맞춰 가려면 주행시간 배분 감독이 필요하다. 

"경험치로 시간 계산이 됩니다. 지난 4회 이송을 통해 어느정도 다들 감을 익혀 두고 있으니 믿습니다."

운반 실무책임자인 선두차량의 홍대석 실장은 담담하게 무사 도착을 자신했다.

◆ 오전 6시, 서라벌에서의 접선 '경찰과 민간환경감시단체'

선발대가 주차공간을 확보해 접선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사진=대덕넷>선발대가 주차공간을 확보해 접선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사진=대덕넷>

신라의 상징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대열은 예정대로 서라벌 휴게소에서 2차 휴식을 가진다. 휴식도 있지만, 여기서 경주 경찰차와 민간환경감시대를 만나기로 했다. 경주시에 들어섰으니 경찰차가 호송을 해주고, 민간단체가 직접 차량의 방사선 안전성을 확인할 목적이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 일찍 오게 됐는데, 중간에 이상이 있었으면 이 시간에 못 왔을 것이라고 홍실장은 앞선 호언을 증명했다.  

설명을 해주는 홍실장의 눈꺼풀이 자꾸 감긴다. "졸립니다. 말이 제대로 안나오네요~"
후에 알게 됐지만, 실무책임자인 홍 실장은 이송 하루 전부터 뜬 눈으로 24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하역 후에도 서류 인계와 마무리 보고 등 하루를 더 버텨야 했다.

차량 안에서 대열의 존재를 알리는 비상등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든 사이 민간단체는 방사선 측정을 끝냈다.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 안전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민간환경단체들은 국비로 방사선 측정장비와 차량 등을 지원받아 독립적인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 감시의 축이 하나 더 늘게 된 셈이다.  

◆ 오전 7시 드디어 입성 '경주 방폐장'

방폐장이 있는 코라드 입구.  올해로 5번째 방문이다. <사진=대덕넷> 방폐장이 있는 코라드 입구. 올해로 5번째 방문이다. <사진=대덕넷>

동 트기 직전, 동해 주상절리로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을 따라 올라선 길 끝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코라드)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가지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안전 이송의 과업은 해낸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지휘차에 동승한 김태국 책임연구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2015년 11월에 처음 올 때는 다들 굉장히 긴장했어요. 올해 마지막도 아무 사고 없이 잘 왔네요."

코라드의 방폐장은 원자력연구원은 물론 전국의 원자력발전소와 병원 등의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곳이다. 엄청난 넓이와 시설을 자랑하며, 이곳을 유치한 경주시에도 상당한 혜택과 재정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들은 차량을 임시 대기시키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후, 오전 9시 30분에 144드럼을 실은 차량 3대가 하역장으로 들어서는 것을 지켜봤다. 

폐기물 드럼은 하역장에서 KINS의 감독 하에 장기 처분 여부 등 안전성 검사를 거쳐 지하 깊숙히 사일로에 보관될 예정이다.
 
잠 한숨 못자고 이송 전 과정을 총괄한 안상복 부장은 안도와 함께 이송에 참여하고 관심 가져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현재 우리는 방사성폐기물을 최종 처분하는 과정의 초기단계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하고 완벽한 이송 노하우를 습득했습니다. 대전에 있는 연구원에 남아있는 폐기물들도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처분하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경주 방폐장, '답사코스로 재탄생'

아파트 20층 높이 지하에 자리한 사일로. 방사성폐기물의 최종저장소다. <사진=대덕넷>아파트 20층 높이 지하에 자리한 사일로. 방사성폐기물의 최종저장소다. <사진=대덕넷>

방폐장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드럼들은 어디에 보관될까? 130미터 깊이의 지하 저장고 '사일로(Silo-저장고)' 에 최종 보관된다.

경주가 최근 여진이 잦기는 하지만, 이곳은 지진 7.2에도 견디게끔 내진설계 됐다. 사실 경주 방폐장에 보관된 드럼들은 '중저준위' 로 위험도가 극히 낮다.

지난 20년 간 정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방사성폐기물의 저장소를 찾고자 많은 과정을 거쳤다. 방사능이란 막연한 두려움에 후보지들이 반대를 했고, 파격적인 지역혜택을 걸고서야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했다. 

연구원과 발전소, 병원, 산업체들은 이곳에 폐기물을 저장하는 대신 상당한 비용을 경주에 지불한다. 



코라드는 이곳에 원자력문화센터 '코라디움'과 대단위 공원 '청정 누리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앞에는 문무대왕릉이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천혜의 절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지역민이 근무하고, 방문자의 기부로 숲이 가꿔진다. 



평일이지만 관람객이 코라디움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과 전시물로 이해되는 사일로의 특징은 한마디로 '두껍다' 라는 것.

드럼을 두께 10cm의 처분용기가 싸고, 용기를 다시 두께 1m의 콘크리트 벽이 겹싼다. 그 벽은 지하 130m 깊이의 자연암반으로 최종 보호된다.

자연에서 발생되는 방사선 기준치 한참 아래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이곳에서 4중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잉 예산 투여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 안전성에 대한 주민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이 정도는 되야 한다는 논리가 현재는 앞서고 있어, 안전 대비 투자의 적정성은 한동안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연구원의 땀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영원한 잠’

사일로는 저장고란 뜻. 생경한 구조물로 경주의 새로운 관광코스가 됐다. <사진=대덕넷> 사일로는 저장고란 뜻. 생경한 구조물로 경주의 새로운 관광코스가 됐다. <사진=대덕넷>

방사성드럼들의 안식처 사일로. 엘레베이터로 지하 17층을 내려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펼쳐진 회색빛 지하 동굴의 위용은 상당했다. 관람객 버스가 다닐 정도의 인공 동굴이 교차를 이루며 커다란 공간을 이룬다.

한참을 걸어서 내려다 보게 된 폐기물 저장용기들의 모습. 살면서 처음 보는 가장 커다란 구덩이 아래서 깊은 잠을 자고 있다. 이 커다란 저장고는 현재까지 총 6곳, 한 곳당 드럼 1만 6700개가 들어간다.

한편, 정부는 2017년부터 한 해 800드럼에서 1000드럼으로 처분량을 확대할 계획으로, 이송계획도 함께 변경된다. 올해 이송은 3월은 넘어야 시작될 전망이다.

원자력연구원들의 땀이 깃든 옷들이 신라의 땅 깊숙히 잠들어 있다. <사진=대덕넷>원자력연구원들의 땀이 깃든 옷들이 신라의 땅 깊숙히 잠들어 있다. <사진=대덕넷>


 

윤병철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