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 12·19일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 개최
초·중·고등학생·일반인 200여명 참가 "노벨상 진면모 알았다"

과천과학관은 지난 12일과 19일 천체투영관에서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과천과학관은 지난 12일과 19일 천체투영관에서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를 개최했다.<사진=박성민 기자>
"노벨상을 받는데까지 수많은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노벨상은 1~2년 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50~60년은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까지요.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초등학생 참가자)

"저는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유명한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노벨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며 꿈을 견고히 굳힐 수 있었고 제 꿈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중학생 참가자)

지난 12일과 19일 오전 10시. 과천과학관(관장 조성찬) 천체투영관에 궁금증을 가득한 표정의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떤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았을까? 수상 업적은 지금 어떻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까? 과학자가 되기 위해 어떤 생각·사고를 해야 할까? 이 모든 궁금증을 풀어줄 강연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들이라면 한 번쯤 가져볼 노벨상 관련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국내 과학자들이 직접 나섰다. 노벨상에 대해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로 구성됐다.

12일 행사는 ▲서민 단국대 교수가 '노벨상의 모든 것'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가 '위상수학과 물질의 만남:기묘한 물질의 물리학' 주제로 대중들 앞에 나섰다. 19일에는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합성하다' ▲이창준 KIST 박사가 '뇌의 반응성 교세포와 치매, 그리고 자가포식' 주제로 대중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강연 뿐만 아니라 눈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과천과학관은 노벨상 강연 사이에 25m 돔 스크린에서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우주로의 여행과 태양계 여행 등 10분 동안 우주과학 영상을 감상했다.

김찬 서울신수중학교 1학년 학부모는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노벨상에 대한 궁금증을 1부터 100까지 해결할 수 있었던 기회"라며 "과학·공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행사"라고 소감을 말했다.

◆  "노벨과학상, 주위 현상에 대한 작은 호기심부터"

"과학은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분야로 노벨과학상은 그 나라의 국가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서민 단국대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서민 단국대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기생충박사'라고 잘 알려진 서민 단국대 교수는 "노벨문학상이나 평화상은 후진국에서 많이 수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벨과학상은 그 나라의 과학과 경제수준이 일정수준에 도달해야 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민 교수는 이어 일본의 3년 연속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거론하고 그에 비해 아직 수상자 배출이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 대해 꼬집었다.

서민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재 과학과 경제 수준이라면 적어도 2~3명 정도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은 노벨상 수상자는 해외 유수의 대학을 나와야 하고, 영어를 잘해야 하며, 해외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쓰가와 도시히데 교토대 교수는 영어로 된 물리학 용어는 알지만 영어로 말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민 교수는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 또한 박사 학위를 지니지 않은 지방대 출신의 평범한 일반 기업의 사원이었다"며 "그들은 끈질긴 탐구 정신으로 학력의 벽마저 넘어서 노벨과학상을 수상했다. 중요한 것은 독창성과 호기심이다"고 강조했다.

서민 교수는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에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으로 독서를 꼽았다.

그는 "현대 사회의 청소년들은 모든 궁금중을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히 해결해 스스로 탐구능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며 "어릴적부터 끊임없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 책을 통해 만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연구자로서 사명감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고 제언했다.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는 '기묘한 2차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한정훈 성균관대 교수.<사진=백승민 기자>
원 세계를 설명한 개척자들'이란 부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에 업적에 대해 소개했다. 한정훈 교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데이비드 J 사울레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의 제자다.

한정훈 교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업적은 위상학이라는 수학적인 도구를 이용해 물질 현상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것이다"며 "위상학이란 연속적으로 변형이 이뤄지더라도 변하지 않는 기하학적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라고 부연했다.

한 교수는 이어 난해한 위상학의 원리를 고무찰흙으로 만든 각가지 모양의 빵을 가지고 청중들의 쉬운 이해를 도왔다. 그는 "기하학에서는 삼각형과 원은 다르다고 정의하지만 위상학에서는 이 둘은 같은 존재다"며 "하지만 위상학에서는 같은 원모양이라도 구멍의 개수에 따라 물리적으로 다른 물질로 본다"고 말했다.

한정훈 교수에 따르면 구멍이 없는 빵과 1개인 빵(베이글), 2개인 빵(프레첼)이 있다면 베이글과 프레첼은 구멍을 통해 묶을 수 있는 방법이 각 1개와 2개가 존재하나 구멍이 없는 빵은 묶을 수 있은 방법이 없다. 이 빵들의 구멍의 개수를 위상수학에서는 '위상불변성'이라고 부른다. 빵을 잡아 뜯어서 끊어버리지 않는 한 이 빵들의 위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빵에 뚫린 구멍의 숫자처럼 물체의 위상학적 특징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 단계적으로 바뀐다"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2차원의 초전도체나 양자홀 전자계 등으로 대표되는 기묘한 물질을 발견해 계산 능력이 탁월한 양자컴퓨터에 쓰일 수 있는 양자절연체를 비롯해 첨단 신소재 연구에도 널리 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일반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이라고 하면 특정 물질의 기본적인 입자나 우주의 수많은 현상에 대한 원리 규명에 대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지난 1950년대부터 트랜지스터와 광섬유, 디지털 카메라 기술 등 실생활에 쓰이는 중요한 기술적인 분야가 많다. 여러분 주위의 첨단 기술을 둘러보며 미래의 노벨물리학상에 분야에 대해 예측해 봐달라"고 주문했다.

◆ "화학자는 분자 다루는 마법사"···화학상·생의학상 파헤치다

19일 개최된 2차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에서 김기문 포스텍 교수(위)와 이창준 KIST 박사(아래)가 대중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19일 개최된 2차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에서 김기문 포스텍 교수(위)와 이창준 KIST 박사(아래)가 대중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사진=박성민 기자>
"분자기계로 어떤 것을 만들 수 있나요? 나노기계가 의료계에 활용될 수 있다면 몇 년 뒤 실용화 가능할까요? 자가포식에 대한 연구가 왜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나요?"

19일 개최된 2차 노벨상 궁금증 대중강연회에서도 학생·일반인들은 노벨상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화학상 노벨상 수상업적을 파헤치기 위해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합성하다'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김기문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 세계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하며 올해 화학상 수상 주제인 '분자기계'를 소개했다.

그는 "분자 기계는 에너지만 가해 주면 미세하게 분자 움직임을 조정해 일할 수 있는 분자 집합체로서 머리카락보다 1000배 가량 가늘다"며 "화학 연구는 나노 스케일이라는 새로운 미시적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분자기계 탄생 역사도 설명했다. 그는 "1950년대 나노기술의 등장을 예측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며 "그가 1984년 광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작은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분자기계 역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전기적 자극으로 움직이는 셔틀 분자, 상하로 움직이는 분자 엘리베이터, 분자의 길이를 늘였다 줄이는 인공근육 분자, 고리와 고리가 연결된 분자 기계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이야기했다.

한 참가자의 분자기계 활용 시점에 대한 질문에 김 교수는 "화학의 경우 물리와는 다르게 원리가 실제로 구현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분자기계가 지금은 원리 수준이지만, 50년 뒤 100년 뒤 인류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창준 KIST 박사가 생의학상 수상업적을 설명하기 위해 '뇌의 반응성 교세포와 치매, 그리고 자가포식'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이창준 박사는 뇌 속 신경세포가 아닌 비신경세포인 '교세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간 6명 중 1명은 뇌졸중 질병에 걸리고, 인류 4초당 1명씩 치매가 오고 있다"며 "현재까지 치료방법은 없다. 많은 연구자가 신경세포 위주로 연구하고 있지만, 교세포가 그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세포가 영양소 결핍 상황이 됐을 때 자신의 단백질을 분해하거나 불필요한 세포 성분을 스스로 제거해 에너지를 얻는 활동인 '자가포식'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가 자가포식이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유를 묻자 이 박사는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가 모르고 있던 세포안의 구조·기능을 발견할 때마다 수상했다"며 "자가포식의 경우 치매의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수상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선현천 학부모는 "노벨상 수상을 위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강연이었다"며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노벨상을 더욱 알릴 수 있는 자리가 꾸준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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