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②]NHK 등을 통해 본 일본의 과학 대중화 노력

일본에서 현재 방영 혹은 종영된 과학관련 프로그램.<사진=NHK 홈페이지&뉴턴 홈페이지>
일본에서 현재 방영 혹은 종영된 과학관련 프로그램.<사진=NHK 홈페이지&뉴턴 홈페이지>
일본 NHK 홈페이지에서 '과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TV프로그램, 라디오 등에서 현재 방영 중인, 혹은 방영이 끝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나열된다. 방송예정 중인 프로그램은 22건이고, 과거 1개월 동안 방송된 과학관련 프로그램만 134건이다.(10월 10일 기준) 대부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발견, 과학원리 등을 쉽게 설명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송국 홈페이지에서 '과학'을 검색하면 극소수의 프로그램과 '방영종료'라는 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 방영 중인 과학프로그램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찾기 어렵다. 교육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방송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황금시간대에 과학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과학특별 라디오가 편성되고, 과학 서적을 통해 다양하고 깊게 과학을 접하는 일본의 대중매체를 집중 취재했다. 2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전체 25명)가 일본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비결을 일본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 하루 전화 1600여건 아이들의 궁금증 해결 '30년 역사 과학라디오 프로그램'
 
"별은 왜 떨어지나요?"
"도마뱀의 꼬리는 끊어지는데 파충류인 악어의 꼬리는 왜 끊어지지 않나요?"
"왜 장미는 가시가 있어요?"
 
과학을 좋아하는 일본 어린이들은 과학관련 궁금증을 해당분야 전문가와 통화하며 해결할 수 있는 '여름방학 어린이 과학전화상담(NHK 기획)'에 참여하기 위해 여름방학만 되면 분주해진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치원생부터 중학생에게 동 · 식물 , 천문 · 우주 , 과학 , 신체 등에 대한 의문점을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 받아 전문가가 직접 쉽게 해설하며 답한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장수프로그램으로 인터넷 보급이 일반인에게 안됐던 때부터 방송돼 아이들의 과학적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전문가와 아이들을 호기심과 과학으로 잇는 프로그램으로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훌륭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문득 머리에 떠오른 수수께끼 소박한 질문도 괜찮습니다."라는 모토 아래 하루에 문의 전화와 이메일만 약 1900여건이다.(라디오 다시 듣기 http://www.nhk.or.jp/radiosp/kodomoq/schedule.html)
 

여름방학마다 방송되는 라디오 '여름방학 어린이 과학전화상담'<사진=NHK홈페이지>
여름방학마다 방송되는 라디오 '여름방학 어린이 과학전화상담'<사진=NHK홈페이지>

‘여름방학 어린이 과학전화상담’은 광범위한 과학질문을 시청자들이 혼란 없이 문의하고 시청할 수 있도록 각 방송일에 약 4~5개의 분야를 정해 전문가가 릴레이형식으로 응답한다. 가령 월요일에는 ▲천문우주 ▲식물 ▲동물 ▲수중생물을, 화요일에는 ▲마음과 몸 ▲새 ▲ 공룡 ▲바다생물 등이다.
 
전문가들의 수준도 높다. 2016년 여름방학에서는 큐슈대학 종합연구박물관 조교와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연구과 교수, 과학작가, 코스모 플라네타리움 시부야 천문관 해설원, 홋카이도 대학 종합박물관 교수 등 20여명의 전문가가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결했다.
 
라디오에 그치지 않고 NHK는 2006년부터 일본방송출판협회를 통해 방송내용을 단행본으로 출판 중이다. 30주년을 맞이한 2013년도에는 프로그램에 출연 전문가들이 소속된 수족관과 과학관 등에서 중계가 이뤄지기도 했다.
 
'여름방학 어린이 과학 전화상담'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NHK 교양 라디오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되는 '문화 라디오 과학과 인간'은 어른들을 위한 진지한 과학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자연과 과학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어른들을 위한 과학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한 전문가가 약 3달에 걸쳐 과학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최근에는 마루야마 시게노리 지구생명연구소 특명교수가 나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지구와 태양계의 탄생, 생명 진화, 우주생물, 세기 인류과제 등 과거부터 미래 지구의 모습을 해설한 바 있다.
 
10월부터는 일본의 서양문명에 대한 동경과 과학에 대한 신뢰 등을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대표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부터 찾아볼 계획이다.

'라디오 공상과학연구실'은 방송을 종료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호빵맨, 드레곤볼, 원피스, 건담 등 다양한 공상만화에 대한 과학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약 9년간 방송됐다.<사진=NHK 홈페이지>
'라디오 공상과학연구실'은 방송을 종료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호빵맨, 드레곤볼, 원피스, 건담 등 다양한 공상만화에 대한 과학궁금증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약 9년간 방송됐다.<사진=NHK 홈페이지>
 
2014년 방영을 종료했지만 일본의 강점인 캐릭터를 활용한 재밌는 과학궁금증해결 프로그램도 있다. 일본방송에서 2005년 첫 선보인 '과학 수사 라디오 공상과학 연구소'다.
 
당대 최고 여자 아이돌(후쿠다 사키와 타케이 에미가 MC를 지냄)과 공상과학 저자인 야나기 작가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이나 특수촬영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과 공상과학소설의 상식을 현실과학을 이용해 검증해 나가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호빵맨을 주제로 한 방송에 이어 손오공과 루피 등 일본의 점프 캐릭터들의 대결, 드레곤볼의 에너지파, 건담 조종법 등 공상과학과 관련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됐으나 9년 끝에 막을 내렸다.
 
◆ 해보지 않으면 몰라…우리가 직접 해보겠다!
 

'대과학실험'은 넓은 실내, 공원, 경기장 등에서 중장비를 사용해 직접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NHK 홈페이지>
'대과학실험'은 넓은 실내, 공원, 경기장 등에서 중장비를 사용해 직접 실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진=NHK 홈페이지>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연적인 법칙이나 과학 지식.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정답은 '대과학실험"에서!"
 
NHK 교육텔레비전에서 토요일 오후 7시 45분, 화요일 오전 9시 50분에 방영 중인 '대과학실험'의 첫 영상에 나오는 대사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를 주제로 자연과 과학의 법칙을 실험을 통해 검증 해 나가는 이 프로그램은 실험실에서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도 넓은 실내와 공원, 경기장 등에서 차량이나 중장비 등을 사용하는 꽤 대담한 프로그램이다.
 
'거대한 기린을 박스에 집어넣는데 농구공만한 구멍을 통해 가능할까', '떨어지는 물체를 잘 맞추려면 어떻게 하지?' 등 실험은 CG없이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만 진행된다. 어려운 대형 과학실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마젠타', 대형과학실험을 차질 없이 진행시키는 '옐로우', 대형과학실험을 확실하게 촬영하는 '시안' 등 실험레인저들이 투입돼 담담하게 실험을 준비하고 검증한다.
 
NHK는 일본에서 제작하고 방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독일, 스웨덴과 공동으로 해당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 중으로 연구 스케일과 다양한 시도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과학실험은 2010년 ABU 상 최우수상, 제 37 회 일본 상 문부 과학대신상, 아시아 텔레비전 어워드 2010 최우수 어린이 프로그램 상, 방콕 과학 영화제 2010 최우수 교육상, 뉴욕 페스티벌 2011 텔레비전 & 필름 상 교육 부문 은상, US 국제 영화제 2011 교육 부문 정시 엔터테인먼트 부문 2 위를 수상하는 등 영상미, 각본까지 하나 빠지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지만 실험을 통한 모든 검증이 끝난 후 '이게 가능하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프로그램.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꽤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니까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과학실험!"
 

일본 전 국민의 인기 프로그램 '세계 제일 듣고 싶은 수업'은 과학을 비롯한 보건, 사회, 체육 등 다양한 전문분야를 다룬다.<사진=NHK 홈페이지>
일본 전 국민의 인기 프로그램 '세계 제일 듣고 싶은 수업'은 과학을 비롯한 보건, 사회, 체육 등 다양한 전문분야를 다룬다.<사진=NHK 홈페이지>
우리나라의 무한도전처럼 일본 전 국민의 인기 프로그램 '세계 제일 듣고 싶은 수업'은 각계 유명 인사를 선생으로 초청해 강의하는 교육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이다. 3명의 개그맨 출신 MC가 교장, 주임선생, 학급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강의하는 유명인사는 매번 바뀐다.
 
과학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어, 수학, 이과, 사회, 보건 체육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높은 시청률(최고 기록은 19.3%로 )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NHK ETV에서 2002년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30분에 방영되는 '사이언스 제로'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소개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 들을 과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일본의 연구자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관련 기술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사이언스 제로측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을 그 해에 초청해 과학원리와 개발 비화, 향후 연구방향 등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최근 사이언스 제로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의 1년 전 강의를 재구성해 방영하기도 했다.
 
◆ 신문과 잡지로 과학을 폭넓게 접하는 나라 일본
 
일본에서 발간 중인 과학잡지 뉴턴. <사진=뉴턴 홈페이지>
일본에서 발간 중인 과학잡지 뉴턴. <사진=뉴턴 홈페이지>
일본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과학 잡지책들이 눈길을 끈다. 그 중 뉴턴 프레스에서 출간된 일본의 월간 과학 잡지 뉴턴은 1981년 창간돼 알기쉬운 문장과 일러스트 등으로 과학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매달 하나의 주제에 대해 메인 특집기사를 싣고, 과학에 관한 세계의 최신 연구 및 보고서를 소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과학현상을 해설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창간 당시 발행부스 40만부였지만 현재 정기구독자는 100만 명 이상을 돌파했다. 일본 외 한국, 중국, 대만 ,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도 각 나라 언어로 출판 중이다.
 
또 다른 과학 비전문가를 위한 잡지 닛케이 사이언스는 1971년 창간한 매거진으로 미국의 과학 잡지 '사이언 티픽 아메리칸'의 일본판이다. 일본 경제신문사(닛케이)가 전면 지원 중으로 미국 판 번역을 90% 다루고 나머지는 닛케이 사이언스 기사를 게재한다.
 
특집 기사를 중심으로 하기보다는 물리학, 천문학, 지구과학, 생물학, 의학, 정보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싣는다. 이 외에도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의 '사이언스 윈도우', 이와나미 서점이 발간하는 '과학', 국립과학박물관의 'Milsil' 등 다양한 잡지가 발간 중이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노벨상 시즌에만 과학기술에 반짝 관심을 갖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며 "진정으로 과학강국이 되기 위한 자세는 꾸준함에서 비롯된다. 일반 국민들이 과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고 공유하는 등 과학을 꾸준하게 관심갖는 자세와 문화를 키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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