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 9일 '중력파 대중강연' 개최
퇴근 후 직장인·고등학생 등 참석 "과학열정으로 2시간 달려왔죠"

강궁원 KISTI 박가 금요일 저녁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대중강연에서 '중력파'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사진=김지영 기자>
강궁원 KISTI 박가 금요일 저녁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대중강연에서 '중력파'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9일 금요일 저녁 7시 고등과학원(원장 금종해) 로비. 교복 입은 학생들이 다과를 나누며 북적인다. 이제 막 퇴근을 하고 참석한 성인들도 누군가를 기다리며 설렌 모습이다. 주말을 앞 둔 금요일 저녁 이들을 설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과학대중 강연이다.
 
고등과학원은 약 3년 전 부터 금요일 저녁 대중강연을 진행 중이다. 강연을 듣기위해 인천에서 두 시간을 달려왔다는 두 고등학생은 "평소에 과학에 관심이 많은데 학교 선생님이 과학강연이 있다고 알려줘서 왔다. 중력파를 미리 공부하려고 프린트도 준비했는데 강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자로는 강궁원 KISTI 슈퍼컴퓨팅센터 박사가 '중력파'를 주제로 강단에 섰다. 강 박사는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멤버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측한 중력파를 첫 탐지한 최초의 연구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번 중력파 탐지에 참여한 연구원은 20여명. 이들은 라이고과학협력단과 유럽의 비르고 협력단 등 국제공동연구팀에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라이고)를 사용해 충돌하는 두 블랙홀에서 방출된 중력파 탐지에 성공한 바 있다.
 
중력파란 천체의 중력붕괴나 중성자성끼리의 쌍성 합체, 초신성폭발과 같은 우주현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광속으로 파도처럼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측정된 중력파는 두 거대한 블랙홀이 소용돌이를 치다 충돌하면서 발생한 요동으로 지구까지 빛의 속도로 달려와 지구의 시공간을 변하게 만든 것을 측정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력파가 지구를 통과해도 느끼지를 못한다. 이를 어떻게 측정한 것일까. 강 박사에 따르면 원리는 레이저와 거울이다. 라이고 검출기에 레이저를 직각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합성해 두 방향사이의 경로변화를 측정한다. 만약 중력파가 지구를 스쳐지나갔다면 시공간이 어그러지므로 두 방향 사이의 경로변화에도 이상이 있음이 감지된다는 설명이다.
 
강 박사는 "이번에 최초의 중력파 검출이 있었고, 최초로 블랙홀 쌍성 관측이 가능했다, 우리는 이를 중력파 우주 관측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망원경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차원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1개의 초신성이라도 가시광선, 적외선, 엑스레이 등으로 촬영했을 때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만약 이 초신성이 중력파를 내는 천체였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측이 가능해 새로운 발견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박사는 "1차 관측가동이 지난 1월까지 있었고, 2차 관측이 9월 중순부터 약 6개월간 시작된다. 3차 관측은 20107년부터 9개월간 진행되는데 점점 감도가 좋아져 더 많은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성공으로 과학자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더 감도가 좋은 중력파 관측기를 개발하려는 프로젝트가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지구에서 측정하는 것 뿐 아니라 관측기를 우주로 쏘아 올려 관측하는 방법 등 현재보다 수십배 감도가 더 좋은 검출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중력파 검출기 '소그로(SOGRO)' 프로젝트를 예정하고 있다. 그는 "미세한 자기장 변화검지장치를 가지고 중력파가 지나갔을 때 자기장의 변화를 검출하는 것이 기본원리"라며 "소그로는 감도가 좋아 라이고가 0.2초 간 검출한 것을 10일간 측정 가능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장점을 활용해 지진을 빠르게 예측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가 출현하고 개발될 것으로 상시적인 중력파 검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신과 양자현상, 중력파검출 등 다양하게 응용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많다. 이를 위한 새로운 문을 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월 대중강연은 18일 오후 7시에 고등과학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노벨과학상 수상자인 카지타 교수의 강연이 예정돼 있다.

금요강연을 듣기위해 강연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사진=김지영 기자>
금요강연을 듣기위해 강연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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