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ETRI·기계연 큰 폭 올라··특허 해외서 '인기'·사후관리 역할도 '톡톡'
연구자 "수익만 쫓는 연구 아닌 연구원 고유 특성 살린 성과로 인정받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연구성과가 산업현장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매출을 낼 때마다 발생하는 출연연의 경상기술료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기술료 수입 현황에 따르면 25개 출연연이 벌어들인 경상기술료가 2013년 80억3300만원, 2014년 99억7100억원에서 지난해 645억5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경상기술료(기준 매출정률사용료)만 살펴보면 한국원자력연구원(488억5200만원)이 가장 높았으며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123억3900만원 ▲한국기계연구원 11억2700만원 ▲한국화학연구원 4억800만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3억2400만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3억200만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2억3400만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억1700만원 ▲한국전기연구원 1억4400만원 ▲국가핵융합연구소 1억27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경상기술료 상승에 가장 크게 일조한 출연연은 원자력연. 지난해 경상기술료가 488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 7억2100만원, 2013년 6억6300만원에 비해 대폭 상승한 결과다.

ETRI도 지난해 123억39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 58억2900만원, 2013년 53억9100만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기계연 역시 2013년 2억5300만원에 그쳤던 경상기술료가 2014년 14억3000만원을, 지난해에는 11억2700만원을 벌어들였다.  

표준연은 지난해 2억1700만원(2014년 1억5900만원·2013년 9200만원), 핵융합연 1억2700만원(4400만원·2600만원), 항우연 5500만원(3900만원·2000만원) 등도 꾸준한 상승세다. 

정부출연연구기관 2015년도 경상기술료 상위 10곳 기술료 현황.<표=대덕넷 취재 자료>
정부출연연구기관 2015년도 경상기술료 상위 10곳 기술료 현황.<표=대덕넷 취재 자료>
◆ 2015년 경상기술료 대폭 상승 요인은?

기술료 수입은 정액기술료와 경상기술료로 구분된다. 정액기술료는 기술이전과 동시에 일정 금액을 받게 되며 경상기술료는 기업의 매출이 발생하면 지급받는다. 

경상기술료의 상승은 기업체 매출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출연연의 기술이 실제 생산현장에서 활용되고 부가가치는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원자력연은 지난해 연구소기업 '콜마BNH' 코스닥 상장 주식 처분에 대한 수익이 발생해 경상기술료로 구분, 전년에 비해 크게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 ETRI는 연구원 보유의 특허가 지난해 많이 활용되며 자연스레 경상기술료 수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ETRI 관계자는 "연구원 보유의 특허 사용여부가 경상기술료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에는 해외 기업들이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많이 사용해 경상기술료가 상승했다"며 "해외 기업이 연구원 특허를 사용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연구원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연은 지속적인 기술이전 사후관리 강화로 경상기술료 수입이 올랐다. 기술을 단순히 이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원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술이 산업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강화 한 것이다.

기계연 관계자는 "경상기술료는 기업의 매출이 발생해야 오르는 것으로 기업체가 실제적으로 출연연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지속적인 기술이전 사후관리를 통해 경상기술료 수입이 3년간 4배 이상 증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기술료가 출연연 평가 잣대?···"연구원 고유 기능 감안한 중장기적 평가문화 조성해야"
 
"정부의 방침이 중소기업 지원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어 기술이전 등 산업화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의 특성상 한계를 보일 수 있다. 동일한 잣대로 연구원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출연연은 연구 활동이 주 업무인 전문 연구집단이다. 수익창출을 위한 연구가 아닌 연구원의 특성을 반영한 연구로 성과를 인정받아야 한다."
 
출연연이 벌어들이는 기술료에 대해 현장 연구자들은 공공 연구기관의 중요한 역할로 여기면서도 수익만을 쫓는 연구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출연연은 태생부터 지닌 고유의 공적 연구기능이 있는 만큼 수익 창출이나 R&D생산성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원구원별로 특색을 살린 성과평가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구기관 한 연구자는 "기초연구를 하는 연구원에서 사업화가 어려운 건 당연한 것이다. 기초연구는 말그대로 연구 분야의 기초를 다지는 연구다. 사업화로 연결되는 기술, 상품, 마케팅 요소가 아니다"라며 "상용화에 따른 수익 창출은 과학기술 발전 전체로 볼 때 일부에 해당한다. 이를 전체인 것처럼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선임연구자는 "기초연구는 기본이론부터 다양한 연구가 이뤄진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성과가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기초연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최종 성과도 있을 수 없다"며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부서가 있는가 하면 성과를 만들어 내는 연구부서가 있다. 어느 한 곳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출연연 연구자는 "기존 산업부 산하에 소속돼 있던 연구원들은 기본적으로 산업화 지원 연구를 많이 해왔다. 기술이전 등 산업화 실적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출연연은 공공기관이니 정부의 방침을 따르려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또 한 연구자는 "기술이전으로 직접적인 수익창출도 중요하지만 미활용 특허 관리 등을 통해 비용 절감도 수익창출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5년이 넘는 미활용 특허는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이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수익을 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연구원의 사기저하, 무리한 상용화 추진 등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연구자는 "산업화가 가능한 연구가 있고 아닌 연구가 있다. 노력을 통해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도 수익이 발생하지 못해 비교가 되면 연구자들은 힘이 빠진다"며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아 연구를 하다보면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일갈했다.
 
응용연구 분야의 한 연구원은 "성과를 인정받으려면 논문도 써야 하고 기술이전도 해야 한다. 압박이 가해지면 상용화로 부족해도 추진하게 된다"며 "기술이전이 잘 돼 좋은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격려하는 것은 좋지만 상용화를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과학계 한 인사는 "출연연 기술료는 연구성과의 일부일 뿐이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단순히 R&D생산성, 기술료 등 일부 수치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된다"라며 "서양의 과학활동에서 보듯 한국은 긴 호흡으로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중장기적 평가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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