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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한국의 우주개발' 심다···"나누는 나라로"

백홍열 박사, 에티오피아 아마다 대학 교수로 우주기술 인재 양성
"단순 도움이 아니라 인력 양성으로 과학기술 기반 마련 지원"
"처음에는 '아프리카에 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에티오피아의 테페라 왈루아 씨를 만나 이야기 나누다 보니 꼭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주기술 확보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의 수준을 높이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정말 확고했거든요. 에티오피아의 과학기술 우수 인재 30명과 같이 한국에 머물다 갑니다. 모두들 정말 열심히 했지요. 관광가이드 역할을 맡았죠."(웃음)

지난 7월 1일부터 한달간의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최근 다시 에티오피아로 떠난 백홍열 아다마(Adama) 대학교 교수(전 항우연 원장, ADD 소장). 30명의 에티오피아 미래 과학기술 인재들을 인솔하느라 지칠법도 한데 그의 표정은 열정으로 에너지가 넘쳤다.

백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에티오피아 아다마 대학교(과학기술대학) 항공우주학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그의 아프리카 행은 우연히 시작됐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에서 존경받는 인사인 테페라 씨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우주기술을 기반으로 에티오피아의 과학기술 발전과 경제부흥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한국의 발전과정으로 모델로 하고 싶으니 조언을 달라는 것이었어요. 에티오피아행 비행기에 오를때는 '에티오피아의 지금 상황으로는 안된다'는 답변을 주려고 했지요."

하지만 백 교수는 테페라 씨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 백 교수에 따르면 테페라 씨는 에티오피아의 공산정권 시기 시민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끈 리더다. 국무총리와 과학분야 장관을 지낸 그는 국가관, 애국심, 국민들이 잘사는 나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하고 확고해 국민들의 지지가 높은 인물이다(정치성향에 따라 개인차 있음).

"테페라 씨에게 우주기술은 각 분야 기술 중에서도 가장 첨단기술이 모일 때 가능한 분야로 지금 에티오피아에서는 절대 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 했지요. 그런데 테페라 씨가 첨단기술을 먼저 배워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발전으로 이끌고 싶고, 그 모델이 한국이라고 간절하게 말하는데 그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고민이 됐지만 해 보겠노라고 말했습니다."

그간의 과정을 설명하는 백 교수의 표정에서도 진정성이 묻어났다. 백 교수는 아다마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물론 에티오피아의 과학기술 분야 정책에도 한국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받는 나라에서 나누는 나라로…한국의 아프리카 진출에도 도움 주고 싶어"

백홍열 아다마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백홍열 아다마대 교수.<사진=강민구 기자>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국토 면적은 110만4000㎢로 대한민국의 10배가 넘는다. 인구는 1억명, 대부분의 국민은 농업에 종사하며 1인당 GDP는 1089달러(2011년 기준)로 소득수준이 낮다.

생활도 열악하다. 도로는 비포장으로 항상 흙먼지가 날리고 전기와 물도 부족해 생활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환경도 거의 갖춰지지 않아 21세기에도 국민들의 삶의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국과의 인연은 깊다. 6.25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는 당시 참전용사들이 월급을 모아 한국의 전쟁 고아를 위한 시설을 건립하는 등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인들의 특징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오랜 역사를 이뤄왔다는 국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만 공산주의 체제에 오래 머물면서 많이 위축됐다가 조금씩 회복돼 가는 상태다.

에티오피아는 아직 자체적으로 쏟아올린 인공위성도 없는 상태다. 그렇지만 에티오피아는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인공위성 제작 기술을 습득할 계획이다.

한국이 우리별 1호 개발을 위해 故 최순달 박사를 중심으로 KAIST 학생들을 영국 써리대학에 보내 영국의 과학자들과 같이 위성을 만들며 기술을 습득하고 이후 우리별 2호는 국내에서 직접 제작했던 방식이다.

백 교수는 "3년 동안 한국과 협력해 인공위성 기술을 배워 위성을 만들고 이후 자체적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도 그런 차원에서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AIST, 쎄트렉아이 등의 지원으로 가능했다"면서 "에티오피아 정부도 4000만 불을 우주기술 확보에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가 참전해 도움을 주고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듯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과학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 대학인 아다마 대학을 세우고, 재학생 모두에게 수업료부터 생활비까지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진도 일반 대학보다 2배의 급여를 지급하며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다마 대학에는 한국인 교수 19명이 재직 중이다. 에티오피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은 무척 높다.

백 교수는 "중국은 상업적으로 접근하는데 비해 한국은 교육 양성 등 에티오피아의 실제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유럽 등에서도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인 에티오피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의 도움으로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 에디오피아 방문단, 한국 연구진 열정에 감명···"향후 더 많은 협력 기대"

에디오피아 방문 학생들은 7월 1일부터 KAIST 기숙사에 머물며 잠시도 쉴틈없는 강행군의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은 아마다 대학 재학생 19명, 정부 관료 5명 등 30명이다. 이들은 항우연, 쎄트렉아이 연구 현장을 둘러보고 54명(항우연 44명, 쎄트렉아이 10명)의 강사진이 참여하는 수업으로 우주기술 분야에 대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참여 훈련생들은 이번 교육 과정에서 연구진들의 열정적인 강연을 통해 우주기술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아다마과학기술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알레메이에후(Alemayehu Wakjira Huluka) 씨는 "한국의 환경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았고 잘 구성된 훈련을 통해 우주기술의 전체적인 개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특히,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소형위성을 직접 제작·시험하고, 데이터 결과를 얻은 것은 것과 항우연의 각종 시험설비와 실험실을 관리하는 모습을 봤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메카트로닉스를 전공하고 에티오피아과학기술부(MOST)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다헤(Yodahe Arayasellasie Zemichael) 씨는 "이번 훈련을 통해 어떻게 대학, 산업, 정부가 연계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면서 "기술은 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연구기관과 대학 자체적으로 연구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아다마과학기술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젤라렘(Zelalem Mihret Belay) 씨는 "연구기관을 직접 보면서 국가발전을 이룬 것이 첨단기술에서 나왔으며, 인공위성 등 거대 국가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고 대학 등이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에 참석한 요다헤(왼쪽), 알레메이에후(가운데), 젤라렘(오른쪽) 훈련생.<사진=길애경 기자>이번 교육에 참석한 요다헤(왼쪽), 알레메이에후(가운데), 젤라렘(오른쪽) 훈련생.<사진=길애경 기자>

훈련생들은 모국으로 돌아가서 얻은 지식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실행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이 있기를 기대했다.

알레메이에후 씨는 "이번 훈련으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서 더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실행가능한 연구와 발전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 참여한 연사자 대부분이 10~20년 이상 연구경험을 가진 팀리더급인데, 바쁜 와중에도 교육을 통해 지식을 공유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연구진들이 향후 에티오피아로도 와서 많은 것을 전수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젤라렘 씨는 "강연자들이 에티오피아 전우들이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것을 기억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줘서 더 친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과 한달 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으며, 다음에는 세부 주제별로 더 깊이 있는 교육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한국이 에티오피아를 위한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레메이에후 씨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반세기만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에 우리도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싶다"면서 "KAIST와 포스텍 등은 우리에게 최적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며, 과학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벤치마킹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다헤 씨는 "에티오피아는 국가적으로 나노위성의 3~5년 내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앞으로 한국 산업계, 연구기관 등과 더 많은 협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 분야 박사과정에 있는 칼라츄 킨데(Chalachew Kindie) 씨는 "이번 교육을 통해 인공 위성의 실제 모습을 처음 봤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에티오피아에서는 아직 날씨조차 제대로 예보하지 못한다. 학위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중국에서도 에티오피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기술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의 인공위성개발 과정을 모델로 에티오피아 자체 인공위성을 띄우고 싶다"고 의지를 표명했다.[헬로디디·대덕넷]

스페이스솔루션을 찾아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훈련생들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스페이스솔루션을 찾아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훈련생들의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캔위성 제작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캔위성 제작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교육 수료식에 참석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2번째 줄 가운데), 백홍열 교수 등이 수료생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교육 수료식에 참석한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2번째 줄 가운데), 백홍열 교수 등이 수료생들과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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